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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간회복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후추

by MDabsurd 2021. 4. 7.

물론 이 글은 소설이다만. "자전거를 탄 세 남자."

 

프라하를 떠난 우리는 칼스바트를 거쳐 뉘른베르크로 향했다.

착한 독일인은 죽어서 칼스바트로 가고, 착한 미국인들은 죽어서

파리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인데, 칼스바트는 너무 작아서

떼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살기에 편한 곳이 못 된다.

이곳에서는 다섯 시에 일어나게 되는데, 이 시간이 

산책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콜로네이드 아래서 밴드가 연주를 해주는 데다, 온천탕이 1킬로미터가 넘게

줄을 서는 사람들 무리로 붐비는 것이 6시에서 8시까지다. 

이곳에서는 바벨탑에서 메아리치는 것보다 더 많은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서 있는 곳에서 12미터 안팎으로 폴란드 유대인과 러시아 왕자,

중국 만다린어와 터키 파샤어 입센의 연극에서 방금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는

노르웨이인, 프랑스 거리의 여인, 스페인 대공, 영국의 백작 부인,

모테네그로 사람, 시카고의 백만장자가 모두 보인다.

칼스바트는 방문객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사치란 사치는 모두 제공한다.

예외가 있다면 후추인데, 아무리 돈을 줘도 이 도시 반경 8킬로 미터 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칼스바트 고객의 80퍼센트를 이루고 있는 간질환 환자들에게 후추는 독약이기 때문이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기 때문에, 후추 반입은 철저히 차단된다.

그래서 칼스바트에서는 반입 금지 지역에서 벗어난 곳으로 가서

마음껏 후추를 맛볼 수 있는 '후추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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