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않아 계속 아침 그 장면이 떠올랐다.
수린씨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을 지.
분명 날 알아 보았으니, 잊은 건 아니다.
나도 잊지 않았으니깐.
'에이 뭐 동선이 비슷하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
나는 딱 그 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을 타기로 결심.
안 되겠다. 토요일,일요일도 동원해 봐야 겠다.
오늘은 노오란 비치는 원피스를 입어본다.
'제에발 오늘.'
'그럼 그렇지.'
'제기랄 그의 옆에 여자가 있다. 연보라다'
'잘 어울린다.'
좀 창피해서 사알짝 일어나 제일 가장자리 문 앞에선다.
'빨리 열려라...'
"휴 다행."
"저어기.. 지은아."
도망치고 싶다.
돌아본다.
"언니 정말 오랜만."
수지다
"완죤 그대로. 왕이쁨."
"어? 어~"
"오빠 너 수상해."
"아냐 아냐~"
"아니긴... 난 빠질게.. 언니 완죤 오랜만.. 나중에 봐."
"어? 어~"
"어.. 저 그냥 수지가... 쇼핑 가자구 해서 끌려 나왔어."
"아. 응."
"좀 덥다 노란 원피스 완젼 어울리네. 나비같아."
"남친 만나러 가는 중?"
"아니 백화점에.. 아 그럼 신세계? 응"
"그럼 수지 붙잡자... 걔가 또 그쪽엔..."
"아니."
"그냥 칫수 조정한 거 찾으러 가는 거야."
"아."
난 좀 뻘쭘했다. 이런 분위기 여자들이 속옷 칫수도 맞춰 입는 지 잘 몰랐다.
점원이 한마디 툭 던진다. "언니 참 이쁘죠?"
잠깐 생각. "네네."
온 김에 뭐 하나 사줄까?
"난 큰 곰인형 가지구 싶은데, 지금은 차 없으니깐. ..저거.."
'뜨헉... 곰인지 코끼린지.'
난 작은 향수를 골랐다 "라일락 향이라는데? 노란 라일락. 그냥 대강 골랐어."
"에이 어디서 샀어? 나 이거 있어. 같이가."
다음 지은이와 점원과의 대화는 이해 불능.
"우리 푸드 코트에 올라가서 밥묵자."
"어? 응."
일본식 우동을 한그릇씩 먹는다.
"오빠는 좀 늘 패시브해."
"미안해 해야 하나?"
"아니 귀여워."
"좀 그런데, 우리 낼 또 만날래?"
"내일?"
"바람 좀 쐬러 가자..."
"나 운전 잘 안하는데..."
"내가 운전할게... 어디 였드라.. 용산이지? 아직?"
"그렇긴 한데 옛날 집은 아니고, 좀 옮겼어."
"내가 근처 가서 전화할게."
사실 가슴이 설렌다.
다음날.
'나 여기 거의 다와가는데 지금 막 스벅 지났어.'
'남쪽에서 오르는 중이지?'
"어... ' 그럼 보이는 데서 유턴 해서 하나은행 골목으로 들어와..
그리고 제일 높은 데로 올라오다보면 이름은 이상하지만 꼬모빌라라는 게 있어."
"SK 네비에는 찍히는데 다른 데는 모르겠다. 준비하고 앞에 서있을께."
"응."
"참 차림은?"
"아 나? 스초티 케쥬얼룩... 좀 젊어 보이는.."
"아라써."
난 대강 면티와 회색 추리닝 모자 하나 집어 누른다.
"야_ 타!"
귀엽다.
"오늘 컨셉은...장거리.. 춘천."
"야 거기까지 왜?"
춘천은 지은이와 처음 잤던 곳이다.
"초리네 민박" 이었던 곳은 작은 6층짜리 모텔이 되어 있었다.
"저어... 쫌만 더 가자.. 나 아는 커피점 있어."
"어? 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나? 그냥 좀 바빴어."
"내 생각두 했어?"
"뭐 딱히 그건 아니고, 그냥 지난번에 만나니깐 갑자기..."
노멀한 라떼류를 시켰는데 약간 달달하다.
"오빤 내 생각 했어?
"아주 스코시."
"요즘은 뭐 해먹구 사니?"
"나? 봉급쟁이지 뭐. 제약회사 영업부서."
"아. 장사 잘 되겠네?"
"그건 그렇지도 않아."
"초리네 갈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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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그날... "
"좀 부끄러운데..."
"왜 그랬어.?"
"그냥 난 미숙했고, 넌 능숙해 보여서.."
"내가 걸레 같았어?"
"아아니... 내가 쪼다 같았어. 너무 빨리..."
"창피했어?"
"약간."
"나두 사실 쫌..."
"미안."
"지금은?"
"나 그 떄가 처음이었어.. "
"어? 거짓말."
"진짜."
"그랬구나."
"오빠는 정말 고진말은 안 하는 듯."
"...."
좀 힌든데, 뭐좀 시켜 먹자.
"난 짬뽕."
"응 난 짜장"
"여기 301호인데요. 간짜장 하나랑 짬뽕 하나요. 소주 한병도."
"오빠 두병."
"아니 소주 2병요."
지은이와 나는, 이게 마지막 만남일 것을 알고 있었다.
"나 딱 하나만 더 물어보자.?"
"혹시 말야 나 지금도 사랑해?"
"아마 아닐거 같아."
난 단무지에 춘장을 듬뿍 찍어 질겅질겅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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