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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어젯발 편도 비행권

by MDabsurd 2022. 2. 2.

"아빠 좀 봐바."

 

엄마랑 딸이랑 근거리 원거리 샷 앵글을 잡아본다.

참 이쁘게 닮았다.

둘이 똑깥이 머릿칼을 귓가 뒤로 넘긴다.

타이밍인데, 내 손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머릿속 이미지로만 찰칵.

 

눈이 부시게 깨어 났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두 우중충하다. 

방은 늘 그러했다.

그냥 느낌이다. 그런 방이 아닌데...

 

큰 곰인형을 하나 사왔다. 

딸아이 몫이 아니고, 샌드백이다. 

 

먼지가 인다. 

곰인형의 손을 잡고 내 볼을 때린다.

먼지가 인다 

콜록콜록.

인형을 들고 나가 개패듯이 팬다.

눈알이 튀기는데, 또르르 구르더니 하수구에 빠진다. 

망했다.

네임펜을 들어다 눈을 그려 준다.

안 이쁘다.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가 꺼낸다

미안하다.

 

샤워를 함 시켜준다. 향기라도 나게.

헤어 드라이어로 말리는데,

다른 눈알이 떨어졌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내 눈알을 뽑아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인형이 날 보는 건지 내가 인형을 보는지 

그리고 부둥켜 안는다.

잠든다

참 잘 잤다 상쾌하다.

눈을 떴는데 뭉클하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곰인형에게 물어봤다.

낮이니? 밤이니?

내 눈에? 니 눈에?

알았어 밤이네. 나 또 잘게.

그리고 말았다.

 

나를 부른다.

혹시 말야. 넌 이 두눈이 필요해?

아니 너 해. 괜찮아.

사실 나도 필요 없거든

그럼 하나만 다시 돌려줄래?

필요한 거구나?

아니 그렇지는 않아. 난 네가 있으니깐.

사라질 수도 있는데?

그럼 사라지겠지.

사실 지금 집에 큰 불이 번졌어. 

아 그래서 따뜻했구나?

나 혼자서는 도망칠 수가 없으니 눈을 돌려줄게.

맞을까 다시 도로?

몰라 해보자. 아 난 할 줄 모르나부다.

그럼 내 손을 가져가렴.

저건 불이 아니야

햇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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