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좀 봐바."
엄마랑 딸이랑 근거리 원거리 샷 앵글을 잡아본다.
참 이쁘게 닮았다.
둘이 똑깥이 머릿칼을 귓가 뒤로 넘긴다.
타이밍인데, 내 손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머릿속 이미지로만 찰칵.
눈이 부시게 깨어 났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두 우중충하다.
방은 늘 그러했다.
그냥 느낌이다. 그런 방이 아닌데...
큰 곰인형을 하나 사왔다.
딸아이 몫이 아니고, 샌드백이다.
먼지가 인다.
곰인형의 손을 잡고 내 볼을 때린다.
먼지가 인다
콜록콜록.
인형을 들고 나가 개패듯이 팬다.
눈알이 튀기는데, 또르르 구르더니 하수구에 빠진다.
망했다.
네임펜을 들어다 눈을 그려 준다.
안 이쁘다.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가 꺼낸다
미안하다.
샤워를 함 시켜준다. 향기라도 나게.
헤어 드라이어로 말리는데,
다른 눈알이 떨어졌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내 눈알을 뽑아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인형이 날 보는 건지 내가 인형을 보는지
그리고 부둥켜 안는다.
잠든다
참 잘 잤다 상쾌하다.
눈을 떴는데 뭉클하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곰인형에게 물어봤다.
낮이니? 밤이니?
내 눈에? 니 눈에?
알았어 밤이네. 나 또 잘게.
그리고 말았다.
나를 부른다.
혹시 말야. 넌 이 두눈이 필요해?
아니 너 해. 괜찮아.
사실 나도 필요 없거든
그럼 하나만 다시 돌려줄래?
필요한 거구나?
아니 그렇지는 않아. 난 네가 있으니깐.
사라질 수도 있는데?
그럼 사라지겠지.
사실 지금 집에 큰 불이 번졌어.
아 그래서 따뜻했구나?
나 혼자서는 도망칠 수가 없으니 눈을 돌려줄게.
맞을까 다시 도로?
몰라 해보자. 아 난 할 줄 모르나부다.
그럼 내 손을 가져가렴.
저건 불이 아니야
햇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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