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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검은고양이

by MDabsurd 2021. 6. 30.

https://tv.kakao.com/v/428548338 너레이션 추가

I

 

이사를 했다 작은 원룸인데, 앞 사람이 인테리어를

고풍스럽게  해서 산뜻했다. 

씽크대도 없고 이렇게 리모델링 해도 되나 싶게

바꾸어 놓아두 되나 싶기도 했지만,

내가 언제 이런 방에 살아보겠나 싶어서

덥썩 계약을 했다.

보통 이 지역은 7평이 대세인데,

9평짜리고4층에 승강기까지 없어서

혼자 쓰기엔 따봉. 그 공간이 약 1미터 가량 폭의 베란다로 간셈이다.

바로 윗층 부터는 복층이었는데, 지금 난 돈도 없고, 필요도 없다.

 

일단 청소도구랑 세면도구 이 정도만 근처 마트 슈퍼마켓에서

사다 놓고, 청소를 시작했다. 

내일은 침대 들여오고, 다이소나 가볼 요량이다.

짐이 하나도 없냐고? 그렇게 됐다 홀라당 타버려서.

대강 계산해 보니, 보증금이랑 세간 배상금 받으면

캐시가 1-2천 남을 듯 싶다.

중고차를 살 생각은 없다. 

주차 안 하면 월 20만원씩 월세 빼준다 해서, 흔쾌히 받아 들였다.

난 티비를 보지 않기 때문에, 티비 대신 오디오를 달아 놓았으면...

빼고는 아직까지는 아무 불만이 없다.

 

싱크대 없이 베란다에서 궁상맞게 쭈그리고 앉아서

설거지 하려는 의지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어서,

뭘 사야 되려나 생각을 해보다.

어차피 많이 들고 다니기도 애매해서,

 

메모지에, 적힌건.

멀티탭, 앉은뱅이 책상, LED 스탠드, 

조립식 책꽂이 

커튼 비슷한 걸 달아야 겠는데, 아줌마까페 가서 물어봐야게따.

 

아무것도 없이 휑하니깐 쬐끔 감상에 빠진다.

냉장고에서 TOP 하나, 참이슬 PET 한병.

골목 건너편 자그마한 상가 건물인데,

외관은 깨끗했다. 내가 보이는 쪽에는 편의점 하나,

자표 커피샵 하나, 수거형 세탁체인 하나,

큰길 쪽으로도 뭐 그런 먹는 점포.

 

번화가냐? 그건 절대 아니다.

도보 10분 내에 있는 거라곤 집 네채 정도. 상가건물 두개.

현재 짓고 있는 조립식 공장 두개.

글구 출퇴근 시간 빼고, 30분에 한대 오는 버스한대.

 

난 글두 쓰고, 일러스트도 좀 하는 그냥 폼생폼사 날라리.

공식적으로는 무직.

 

부동산을 찾아갔다. 좀 찜찜해서 그런데, 부동산 명의 간이 계약서 이런건 없냐를 물어봤다.

지금은 구두와 카톡으로만 그러기로 한 거니깐.

집주인이 전화를 잘 받고, 계약서 쓰기 전까지는 월세 안 나가니깐.

뭐 나야 나쁠 거 없는데...

"근데 이 집에는 주인이 살다 나간 건가요? 연세 있으신 분 분위기는 아닌데."

"아니 총각 또래."

"뭐하던 사람이래요?"

"그거야 모르지. 근데 먼데 일부러 와서 집 잡은 총각이랑 뭔가 비슷한 직업 아닐까?"

우문현답. 대강 상가에 가서 커피,소주 두병씩 담배랑 컵라면을 사서 돌아왔다.

침대는 간이 접이식.좀 접으면 소파 대용. 뭐 이런게 있길래. 커튼하고랑 인터넷 주문해서

내일 도착한다. 물론 아줌마 까페의 조언이다.

글쓰기 귀찮을 텐데두 누군가는 꼭 가르쳐 준다.

뭐 편의점 있으니깐 쟁일 필요는 없다. 앉은 뱅이 책상에 올려 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방바닥은 대강 등장 인물 관계 주제로 어떻게 접근해 나갈까 A4 난장판.

구닥다리는 아닌데, 노트북은 화면이 작아서 답답해서.

 

멍하니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있다.

연재 글(주간 시사, 스포츠 잡지 두개) 내는 거 알바하면,

대강 주간 15만원씩 수입은 벌구, 월세는 뭐 문제 없고, 

나머지는 이자로 충당하면 된다.

옹글게 잘 보관된게 두권이 있었는데,

한권은 십년여전에 헐값에 팔았다. 2억에.

한권은 은행 금고에 있는데, 

 

지난번 기사를 보구 요즘 유행이라길래

사진을 몇장 찍어 알아 보았더니,

진본 확인 되면 자기가 28억에 당장 사겠다고

들러 붙길래. 한 4-50억은 하니깐,

30억에 사겠다는 소리 같아서.

내가 팔면 되냐? 문화재급이래서 괜히 문화재청 같은데서

압수해 갈까봐. 일반 경매는 위험하지 싶다고 생각 중이다.

 

 

"수린나.. 수린나...."

'술기운으로 자볼려고 누웠는데... 귀찮게스리...'

"수릅따 다마셔따. 니가 사다무라. 되게 귀찮게 하네."

"수린나.. 수린나...."

베개를 뒤집어 쓰고 깜빡 조는 듯 싶었는데,

누가 내 멱살을 잡더니, 중식용 식도로 내 목젖을...

움직일 수가 없다 목 옆에 칼을 대니, P가 계속 뿜어 나왔다.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일 수가 없다.

"수린나.. 수린나...."

L지은이가 가르쳐 준대로...

"메롱,, 메롱......"

 

III

 

숙취가 좀 심해서 베란다 창을 다 열어 젖히고,

라꾸라꾸 침대에 누웠다. 

 

"수린나.. 수린나..."

"꺼져 메롱~~ 메롱!!"

"수린나.. 수린냐구.."

"수린아 너 부르자너... 좀 가봐라."

꿈속이 아니라, 내가 지은이를 처음 만난 날의 기억.

"지금 몇시니? 우리 여덟시에 모이자구 한거 같은데."

"무슨 초저녁부터 떡이 되서... 에혀. 그 집안 알만하네."

"근데 수린아. 내가 좀 전에 화장실 댕겨 오믄서,..."

"오믄서."

"스을쩍 봤자너."

"아효 그래서." "경국지색이란다~"

"진상 떨어도 다른 테이블 눈치 좀 봐라... 응큼한 늠들."

"됐네요."

"야 가자. 다른 데 가자."

"아재 우리 다음에 올게요 계산요."

"수린이 오랜만인데 좀 더 팔아주구 가야 되는 거 아냐?"

"진상 재수 없어서."

"아 지은이?"

"알아요?"

"응 울 집에서 알바 쬐끔 했었쥐. 매상 쫙쫙 올라서 행복한 시절이었는데..."

"네에 그럼 전화 번호 있으시겠네요. 데려가라 전화 하세요. 사고 칠까 봐 불안하네."

"혼자 살았을 껄? 주소 적어줌세. 내가 수린이 너는 믿자너."

"알았다구요... 신천? 신촌 아니고? 아재... 아재..."

 

우여곡절 끝에 집앞 골목으로 턴을 했는데,

공포의 3천 계단이 뜨헉.

'솔직히 너 지금 깨 있지? 이걸 그냥 확'

"수린나.." "술 있냐구"

"다 왔다 대문 비번 대라." "2680" '딱걸리쓰. 깨 있으믄서'

'참자' "자아 현관 비번" "2680"

현관에 내려 놓자 마자, 화장실로... 

돌아서 나오려는데, "소주 두병. 커피 두캔 글구 컨디션 사다 놓구 가. 명령이야."

3천 계단 오르락 거리려면 힘들기도 하겠다 싶어서,

2리터 물 두병 컨디션 두병, 편의점표 북어국 사다가 현관 앞에 놔주구 왔다.

 

IV

 

2개월여가 지났으려나, 신촌 술집 아재 카톡.

잘지내지? 오늘 지은이, 아 몇달전에 네가 데려다 줬던 ))

(( 네에 근데요?

오늘 왔었어.))

((안 듣구 싶은데요.

메모를 하나 남겨 놓구 갔어. 너 오믄 주라고))

((그냥 버리세요. 아니 제가 전화 드릴께요.

"어 수린아."

"메모 그냥 읽어 주세요. 그래야 아저씨 편하실 테니."

"그래 열어 보지."

"뭐 돈 물어 주겠대요?"

"저어"

"카톡 사진찍어서 보내줄게."

'니가 아그네스니?' 

껄껄껄 박장대소.  '오 꽤 창으적이야. 인정.'

 

V

부리나케두 왔구먼. 아재 원본 좀 보죠.

봉투가, 풀먹인 이불 같은 느낌이랄까. 

"이게 무슨 뜻 같은세요?"

"사귀어 보자?"

사진 그대로지 뭐 두장 보내 줬자너.

"아니오. 한장만 보내 셨는데요.

혼자 알아서 키우겠다 랑 고양이 사진 보내 줬자너.

 

 

반어법이니깐, 같이 키워보자. 그럼 사귀자는 거지 뭐.

 

VI

 

까페에 앉아서 물끄러미, 진상녀 지은이를 기다리는데,

등 뒤에서 누가 와락 덮쳤다.

"안녕하세요. 수린...씨?"

손님이 나뿐이었지만, 참 대담한 인사다.

뻔한 면티에 추리닝 바지.머리는 그냥 뒤로 묵었는데,

살짝 정신줄을 놓쳤다.개망신.

"여긴 애완동물 못 델구 와서, 안 델구 왔어요.

 엄청 귀여우니깐 보러 가요. 부탁도 있고."

수린이의 손을 잡더니 확 보챘다. "네. 응."

 

마의 3천 계단이 눈에 들어 와서 움찔 했는데,

지은은 폴짝폴짝 잘 튀어 오른다.

대문 앞까지 올라가서는 나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서있다.

"들어 가거라" '예이'

무의식 중에 2680을 눌러 버렸다.

"기억력이 좋은 놈이로세.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으라."

"됐네요."

"부탁할 게 뭔데(요)?"

"뭐가 그리 급해? 앉아 차한잔 줄게. 국화차.

 대강 허브들 서너가지가 섞여서,

 많이 좀 특이해. 편안해지고."

옛날 찻잔에 차를 우려 내리는데, 수린은 이상하게도,

기모노 게이샤가 연상되었다.

"짜자잔. 우리 까맹이"

"이름을 까맹이로 지은거야? 귀엽긴 진짜 귀여운데, 이름은 좀..."

"그게 첫번째 부탁. 오빤 작가자너. 좀 멋진걸루 다가."

"플루토 어때?" 

"플루토? 나루토 동생인가?"

"플루토~ 맘에 들어? 플루토" 깜장 고양이 녀석이 맘에 드나 보다.

아니 그냥 지은이 눈에 그리 보였다.

"두번째 부탁은 뭔데?"

"잠깐 플루토 좀 잠들면... 플루토는 뭐 좀 먹으면 금방 졸아."

10분도 안 되었는데, 꾸뻑꾸뻑 하더니 졸았다.

아 글구 수린이두 국화차 탓인지 노곤해 졌다.

"두번째 부탁은..." 지은이는, 머리 묶은 걸 풀더니,

조용히 침실로 향했다.

수린은 이내 가슴팍에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든 지은이가

사랑스러웠다. 비누향에 살짝 얹힌 땀내음.

 

VII

 

아무 불만도 없는 평온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플루토의 노는 모습에 깔깔 거리며 지내던 즈음에,

수린은 고양이가 아니라 지은이와의 애기라면

더 이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릎에 플루토를 앉혀 놓고 밥을 먹다가,

"지은아 혹시, 결혼에는 아예 관심 없니?"

"새삼스럽긴 같이 살면 됐지. 결혼은."

"뭐 그래. 그럼 혹시... 저 혹시... 애기는?"

"애기? 우리 애기.. 아 많이 많이 낳구 싶었는데,

 지금은 플루토면 해피."

그런데 그런 대화 이후로, 플루토가 자꾸

지은이와 잠자리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어 플루토. 잠 안 와... 우리 같이 잘까?"

지은이는 늘 플루토를 반겼는데,

그렇게 되면, 나는 나와서 작은 방에 가서,

술한잔 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해도,

수린은 슬슬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VIII

 

싸락눈이 내리고 있는 아침.

수린은 원고 마감에 쫓겨 밤을 새고

얼핏 졸고 있는데, 

거실에서 지은이가 밥먹으라고 깨운다.

해장국이라도 해주었으면 싶겠는데,

또 그 빌어먹을 녹즙과 과일 아점.

순간 화가 불끈 솟아 오르는 걸, 심호흡 한 두번 후.

"글 하나 더 맡아서, 신경이 예민해."

그러구 넘어 가려는데, 지은이.

"스포츠 신문, 연예 신문 독자들은 시즌 쉴 때.

 3류 저질 소설 읽으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3류 저질 소설은 수린이가 밥먹듯이 쓰던 말인데,

막상 지은이 입에서 들으니, 정곡에 박혔다.

수린이는 여행용 가방에 대강 짐을 챙겨 넣고는,

"급한 거 처리할 때까지 나 시흥에 가있을께."

"...수린씨... 그게 아니라..."

수린이는 지은이 계좌에 돈만 입금하고,

일절 연락을 끊었다.

 

"플루토.... 금방 오겠지? 아빠말야...."

 

수린이는. 스포츠 신문 연재를 당분간 정리한다고 하고,

단편 시집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먼등대"

부담이 커서, 잘 써지지가 않는 밤에 술만 늘어갔다.

 

어느날 낮 느즈막하게 일어나,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보루와 소주 두병을 사고, 컵라면을 사서 계산을 하려는데,

몇번 본 아가씨가 서 있다.

수린이가 고개를 기웃기웃 하자, 

"김밥집 알바요..."

"아..."

"51,600" 원이예요.

 좀 춥긴 한데, 가게 뒷편 공터에 지붕을 놔서,

 거기에 앉아 드셔도 되실 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수린이는 안 보는 척 이름표를 봤다. "P보영"

 

수린은 컵라면 한개 먹고, 들어와

소주병을 돌려 땄다. '아, 커피 안주를 안 샀네'

"몰라 세월 가는데는 소주가 최고쥐. 암"

 

IX

 

3개월여 지나,

"아무래도 안 되겠어. 플루토. 집 잘 보구 있어. 아빠 찾아올게"

지은이는 제일 이쁜 옷을 골라 입고, 화장도 정성스레.

한껏 멋을 부리고, 집을 나섰다.

역시 힐을 신고, 마의 3천계단은 무리다 생각하며.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어떻게 가야 하려나 생각을 하는데, 

'근데 시흥 어디로 가야 되는 거지?'

지은이는 수린이 시흥집을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그제서야 인지했다.

신촌 맥주집 사장에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수린씨요. 시흥집이 어디인 지 아세요?"

"모르지. 시흥 산다는 것 밖엔... 아 아차. 3주 전인가 연락 왔었는데,

 집이 누전 사고로 홀라당 다 타서, 옮기게 됐다고. 

 나중에 자리 잡으면 들르겠다고 그랬었는데.... 뭔 일 있어?"

"아니예요."

지은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린이에 대해 자세히 물은 적이 없었다.

신문사에 전화를 해볼라고 '아 어느 스포츠 신문이었지?'

'아는 게 뭐지?' 넋이 나가서 동네 파출소에 들렀다.

"아 지은씨 오랜만. 파출소엔 왜?"

"아 저 있자너요. 수린이 오빠 아니 제 남편이 사라져서요.

 행방불명 신고 이런거 되지 않아요?"

"연락 안 된지가 얼마야?" "한 3개월반쯤?"

"에이 그냥 전화해 봐."

"전화 늘 꺼져 있어요."

"잠깐 보자. 지은이꺼 봐두 되지?" "네에."

"배우자 없는데.... 결혼 신고 안 했어??"

"..... 네에"

"뭐 물건이라도 훔쳐간 거니? 돈이라든가."

"아니오. 돈은 저한테 부쳐 줬는데, 이제는 안 와요."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그냥 동거하다가 무슨 이유간에 떠나간 건데? 이건 경찰이 못 도와줘

 심부름 센터 이런데 찾아서, 사람 찾아달라고 하는게 좋겠네.

 그냥 잊는게 나을꺼야.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수린이의 모든 존재감이 아무것도 없이 하루만에 사라졌다.

지은이는, 소주를 사들고 터벅터벅.

 

"플루토... 일루와. 우리 새끼."

"아 맞다. 너랑 셋이서 같이 찍은 사진 액자 있자나."

작은 방 책상위에.

수린이는 같이 찍은 사진 한장을 가지고 싶어서,

액자에서 뽑아 왔는데.

"플루토.... 여기 아빠 숟갈도 잠옷도 다 있자나. 그지?"

"아빠 안 보구 싶어?"

 

X

 

수린씨. 아니 여보.

나 어제 플루토 죽였어. 목 졸라서.

이젠 돌아와도 돼.

우리 결혼두 하구 그러구 살자.

기다리고 있을게.

 

"아저씨 저 왔어요. 고새 팍삭 늙으셨네."

"어 그래 좀 중후해 보일라고 분장 좀."

"불쑥 찾아와서 좀 그렇긴 한데, 저 다음달에 결혼해요.

 이거 청첩장. "

"지은이랑은 정리 잘 되었나?"

"그 얘기는 왜 하세요. P보영이란 앤데요. 저보다 여섯살 어려요. 좀 그져?"

"뭐 나이야... 딱 좋구만. 참. 자네 책 싸인좀 해주구 가. 애들이 안 믿어."

 

"에이... 자네 잠수타고 3개월쯤 지나, 두번 왔었어. 지은이"

"관심 없대두요."

"뭐 여튼 메모 남긴거 줄게. 읽든 버리든. 

 두번째 왔을 때 반쯤 실성한 듯 싶어서 계속 개운치가 않아."

 

XI 

 

"어 보영아, 나 오늘 좀 늦을 거 같아."

"아이 오빠 왜? 결혼이 얼마나 남았다고."

"좀 뜸했던 친구들 만나서, 청첩장 좀 주려 하는데,

 모이는데, 좀 걸릴 듯."

"뭐 할 수 없지. 근데 말야. 나 너무 기다리게 만들면 도망간다.... 칫"

"최대한 빨리 갈게."

 

수린이는 신촌아재 말이 꺼림직해서,

그래도 잘 있나 확인을 하고 싶었다.

'마의 3천 계단 여전하네.'

내부에 불빛이 보였지만, 이제는 어색해서, 벨을 눌렀다.

지은이가 걸어 나오는데, 많이 헬쓱해 보였다. 

"어 나 수린이."

"어 자기 왔구나. 아니지. 수린씨."

"잘 있는거 봤으니깐, 난 그냥 갈게. 잘지내.

 그리고 나 기다리지마. 이젠 안와."

"그래두 왔으니, 국화차 한잔 마시고 가."

수린이는 좀 애매해서, 보영이랑 결혼한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래 그럼 차 한잔 마시구 가지 뭐. 그동안 이야기도 좀 듣구."

수린이는 마루에 앉아 멍하니, 지은이가 차내리는 걸 보다가.

"다른 고양이는 안 키워?"

"응."

대강 십분여 적막하게 찻잔만 바라보다가,

"이제 갈게." 하고 일어서는데,

살짝 살기 어린 현기증이 느껴졌다.

'어 왜 이러지.'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았는데,

어디선가 쇠소리가... '일어나야 하는데'

마루턱까지 억지로 움직였는데, 지은이가 뒤에서 나를 안았다.

"가야해. 이러지 마."

그리고 돌아 보려는데, 지은이가 목을 감고 있어서...

그리고, 뭔가 차가운게 목을 스치는 듯 했다...

'꿈이군.' "메_____ㄹ" 그런데 소리가 소리가....

"플루토... 아빠 이제 안가신대." 작은방에서 고양이 눈이 지켜 보고 있었다.

 

수린이의 목에 무언가가 채워지는가 싶더니,

지은이가 들어 올렸다.

수린이가 본 것은 마루 바닥에 목이 없이 누워 있는...

그리고 그 피를 핥고 있는 검은 고양이.

만나지 말아야 했다.

'보영아 기다리지마. 아무래도 나 못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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