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인으로 대판 깨지고 계좌를 보니,
아버지한테 자신 있다고 걱정 말라고, 융통한 돈의
10% 밖에 안 남았다.
1년반 정도 했는데,
시작할 때는, 모의투자도 하고 책도 수십권은 사서 잃고,
처음에는 돈 버는게 이렇게 쉬운 거라니... 자신만만 했는데.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절해서 사려고 편의점에 가려고,
소주도 사와다 먹고 할 생각이었는데,
내 위치를 누가 선점해서 담배를 피고 있다.
교복을 입은 꼬라지를 보니, 여고생 학원 끝나고
무슨 핑계 대고 나와서 담배질이려니.
"야 담배 피는 건 좋은데, 남의집 담치기까지 하니? 그거 주거 침입이야. 얼렁가."
"내가 내집 마당에서 피는 거다."
"내가 여기 5년째 사는데, 너같은 치 본 적 없거덩. 친척이라고 우겨 보시든가."
"울집 마당이래두 그러네."
"빨랑 가. 짜증나는데, 별게 다..."
"근데 넌 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로 이래라 저래라야?"
"울집에 침입을 했으니 그러지."
"이게 다 니네 집이야?
"3층 두칸 우리꺼다 왜."
"4층엔 우리 이모네 살고."
"울집 맞지?"
"그러셔? 우린 2층 반만 우리꺼다 왜. 그럼 울집 아니니깐 나가야 되니?"
"이사 왔다는 소리 듣지도 못했는데. 어디서 개구라?"
"저 차도 못 봤겠네... 벤쯔 S600 울 엄마꺼."
'아 진짠가.'
"아라써. 니네 집이라고 해줄테니, 나 담배 한대 주라. 사러가기 구차너."
"허어 사다피시든지 마시든지. 잘 다녀오렴."
"그냥 한대 줘 나 담배 끊은지 꽤 된다구."
"그럼 한대 주지 모. 불쌍해서...."
"전자담배? 허허허 나랑 장난 까니?"
"왜 빨대도 달래게? 이쁜냔 보니까 땡기니?"
"이쁜냔? 어디? 설마 You?"
"안 그래도 빨대 안 이뻐서 바꿀라 했는데, 내꺼 사라."
"니가 빨던거? 됐네요."
"불쌍해 보이니깐 놔두고 간다. 담배 빨대값는 천만원이야."
"프하"
"요기서 위를 봐라. 내 방에 불이 켜지나. 고기가 내방."
"자 좋다. 그건 믿는다 치고, 나 밤에 신경 많이 쓰는 일 하니깐."
"해지기 전에는 피아노 좀 치지 마라. 이어폰 끼구 하든지."
"허. 내 명연주를 바닥에 귀대고 엿들으셨나?"
"콱콱 건반 쳐대니깐 그러지. 라흐마니노프를 그따구로 치다니, 넌 소질 자체가 없어. 땔챠 진작에."
"소질? 넌 뭐에 소질 있는데?"
한쪽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맹글고, 검지를 펴서 펌핑 모션.
그리고 사라졌다.
"아 신경질 돋네." 일단 한대 피고.... 뻐끔뻐끔.
"이 맛이 아니야." 그냥 바로 편의점 갈껄 완전 재수 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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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오늘은 주간 아침 미팅하는 날.
재수 없는 냔이랑 혹여라도 부딪힐까 봐.
잠시 생각.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탈까
계단을 탈까. 난제다 난제....
아몰랑. 계단.
계단에서 왠 뽀글 머리 아줌마가 올라오는데,
당췌 요즘 의학 기술은 끝이 없다. 4-50 대 아줌마 몸매가
우와. 이상한 생각하다가 확 못 비키고 어중간하게 비켜 섰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90도 인사.
네 안녕하세요.그리고 지나쳐 오려는데,백팩 끈에.
머리카락이 걸렸다.
백팩을 벗고 앞으로 앉고
"이제 제가 걸린거 풀어 볼게요."
아줌마가 좀 화가 났는지.몸을 일으켜 세운다.
"잠시요. 그럼 아프시자너요."
고개를 든 아줌마 아니 그냔
"아 진짜 질리게 맹그네. 또 너니?"
"아 나 바쁘니깐. 이따해."
'아침부터 재수 디따리 읎다.'
"내가 그냥 농담으로 한건데, 아무래도 1천만원 받아야 겠다. 굿이라도 해야지."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가발은.." '받아가야지.'
가위를 가지고 나오더니 걸린곳 싹둑 자르고 다시 쾅 닫고...
난 흥분 거의 안 하는데, 아주 짜증이 났다. 코인으로 옴빵 깨진 것 보다 더 짜증.
문이 또 열린다.
'도망쳐야 해'
"나 뭐하나 묻자?" "어어어.네."
"라흐마니노프 얘기는 뭐야? 너 혹시 무당이니?"
"라흐마니노프가 누군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알지만."
"됐다 됐어. 옛다 소금"
인생 최대의 치욕. 살의 돋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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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여보, 지은아 미안해. 나 쉬려고.
지은이는 지금 받아들이기 힘들테니, 나중에 크면 여보야가 알아서.
너무나 사랑해 미안하고, 고마웠어.
남겨 놓은 건 악보 한 뭉태기.
지은이의 아빠는 당시 최고의 작곡가 중 한명.
그러나, 늘 자신은 소질이 없다고..
집에서는 거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지은이가 멜로디언 부는(누르는 거?) 거 보고..
굉장히 들떴었다 그리고, 무슨 뜻인 지 알게 될 거라고.
*저자주 : 지은이 아버지는, 그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결국 마약에 까지 손을 댔고. 워낙 거물이기에
작품을 완성시키고 자_살한 것
"지은아, 엄마랑 약속해."
"응."
"절대로 절대로 피아노는 치지 말아야 해."
"왜? 난 좋은데."
"약속해."
"아빠가 그러래?"
"응."
"그럼 약속. 꾸욱."
중1 입학때.
"지은아 어머님 학교에 오시라고 하렴."
"네? 근데 왜요?"
"지은이는 아빠 좋아했었니?"
"... 그건 말씀 못 드리겠네요."
"그럼 아무거나."
"피아노 함 쳐볼래?"
"... 전 칠 줄 몰라요."
"리코더는 불 수 있는데...."
지은이 엄마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오래나부다. 형식적인 거려니 하고,
학교를 찾아갔다.
역시 형수님이셨군요.
지은이는 이 학교는 다닐 수 없습니다.
"왜요?"
"제 양심이 부끄러워서."
"..."
"지은이는 아빠에 대해 증오하지요? 맞죠? 그 악마성을 들었어요."
"제가 편지 하나 적어둔게 있는데, 이거 들고 저희 은사님을 함 찾아가 봐주세요. 지은이랑."
"..."
"전화번호는 제가 봉투 뒤에 적었습니다. 편지 내용을 형수님이 읽어 보시면, 아실 겁니다."
대략적인 편지 내용은 선생님들이 직접 들어 보시고, 평가해 보아 주십사.
가능하다면, 학교에서 재능있는 학생들도 같이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지은아. 아빠가 남긴 거 볼래?"
"싫은데?"
"그냥 싫어도 볼 때가 된 거 같아. 엄마는 아빠 한번도 미워한 적 없는데...."
"싫대두."
"거실에 둘테니까, 읽든말든 마음대로 하렴. 피아노 치지 말라는 약속은 이젠 필요 없어."
그날밤, 지은이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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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학생 여러분 아무 이유도 말씀 안 드리고,
모셔서 죄송합니다."
"지은이 몇살?"
"저 중1요."
"피아노는 배워 봤니?"
"어머니가 엄금해서 피아노는 친 적이 없네요."
"악보는 읽을 수 있니?"
"네에 그건 가끔 아빠 일하는데 가서 귀동냥 눈동냥으로 배워서... 대강은."
"자아. 그럼 아무거나 쳐보렴."
"리코더 곡이건 뭐건 아무거나."
"못 치는데...."
"티비에서 들은 것두 괜찮아."
바하,모짜르트,리스트,생상,베토벤,쇼팽 메들리에 아이유 곡 마무리를 친건가.
"피아노 배운 적 없다며?"
"네"
"자네, 첼로 함 가져와 보게...." "네 선생님."
"이건 우리 둘이 같이 연주할 꺼야. 대강 흐름 한번 들려줄게."
"허어...참." 탄식이 흘러 나온다.
"지은아 잘했어. 어머님이랑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사먹고,
좋은 생각만 하긔?"
"...네에"
학생들의 반수는 울고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
술이나 한잔 하면서. 녹음은 해놨으니깐.
"필요한 사람은 카피 떠서 가져가서 다시 들어 보셔도 되요."
전 좀 생각할 게 많아져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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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L지은. 그냥 배우러 간다 했는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인 지.
자꾸 들으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 연습 좀 해보려 해도,
청소하는 분들까지 일 놓구 옹기종기 모여들었으니깐.
그러다 유튜브에나 올려볼까? 재미로.
그걸로 난 눈 떠보니, 천사의 피아노로 통했다.
울 나라에는 이번에 집 잡아서 처음 돌아온 거다.
그런데 그 이상한 놈이 도대체 어떻게
라흐마니노프를 생각하면 친 종이비행기를 들었단 말인가.
그 이상한 놈이 자꾸 신경 쓰여서,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계속 침대에 누워 있다.
오늘 저녁 무렵에 담배 물고 계속 보초 서서 캐보려한다.
난 궁금한 거 못 참는 성미. 한다면 한다.
어찌 되었건 방음벽 설치도 내일부터 한다고 하고,
엄마가 위 아래층 떡두 주문해뒀다 하니깐.
슬쩍 정탐두 해보구.
선생님 뵈러는, 또 좀 더 늙으셨으려나. 주말에 댁으로 가기로 했다.
사람에 치이는게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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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꼽쓸 파마 아줌마 완전 꼴초시네요?"
"왔냐? 일찍 좀 다녀라. 기다리는 거 별로."
"옛다 천만원. 글구 이 좀 닦구 댕겨_요. 담배 냄새가 원래 이랬나 했더니
You 입냄새였는 듯. 어우"
"너어. 나 화나면 무서워."
"멜렁 무서워서 집에 벙커 지어서 숨어 있을란다."
"글구 사고 치지 말구 책 좀 읽구, 공부 좀 해라_삼. 무식이 통통 튀기게 생겨서리."
"그래 나 국졸이다. 니가 보태준 거 있어?"
"빠이빠이"
1분전
기다리고 있다 아니다 기다리고 있다 아니다...
나 변탠가? 왜 돌부처 K수린이 왜 저런 양아치같은 고삐리 때문에...
"에잇"
"뜨헉. 너 모하니?"
"정곡을 맞으니, 아프냐? 나도 아프다. 꽉 오므리든데. 프하하하~"
난 너무 당황해서 어이없이 웃었다. 초딩 애들두 안한다는 ㄸㄸ침.
"너 혹시 초딩이냐? 요즘 살기 좋아져서 애들이 엄청 빨리 큰다든데?"
"됐구. 제에발 부탁 드릴게요.
라흐마니노프를 어떻게 맞힌 건지 갈챠 주세요 네에? 오빵?
내가 난 개나리꽃이랑 종이비행기 이런거 치구 있었을 텐데?"
"니 귀에 도청기 달아놨다 왜. 나 전자공학 전공이다."
"그럼 맞혀봐요 오빵. 내가 뭐라 하는지?
"나 아무래도 미쳤나봐~" "또 맞혔지? 간다"
"그리구, 이 동네에서 이런 짓하면 바로 경찰서 잡혀간다잉.
시골 살다 왔나 본데, 각별히 유념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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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카톡)
"현식 오빠. 나 지난번 메일 보낸 거
어떻게 되어 가는 지 궁금."
"응 발바닥이 부르텄다. 나 지은이 딸랑이자너."
"내일 갖다 주까?"
"모레 오전에. 여기 방음실 내일 공사 끝나."
"글구 메이크업 해주는 언냐 아니고 영화 정밀 분장하는 사람 맞지?"
"응 생각보다는 비싸게 받더라구."
"그 분부터 먼저 만나야 겠어. 내일 좀 모시구 와줭?"
"근처에 오면 전화"
"세션분은 방음공사 끝나고 볼껀데, 몇분이나 만나야 하지?"
"일렉 기타는 일단 너무 많은 수준인데, 클라,오보는 두명. 이것두 생각보다는 비싸"
"응 나이 조건은 다 맞지?"
"응 근데 지은아. 내가 너 하는 거 한번도 미리 물어본 적 없는데...
울 나라에서 사고치면, 다른 나라들하고는 좀 다를텐데. 괜찮겠어?"
"나 알자너. 독한 거."
"독하긴. 너무 여려서 늘 불안해 죽겄구만."
"내일 보자궁. 늘 고마워 현식 오빵."
현식 오빠는 내 매니저(?) 팬(?) 여튼 내 일 다 해주는 좋은 오빠.
돈은 원래 안 받았는데, 요즘 내가 돈을 좀 벌어서,
미국에 다가 집한채 사서 줬다. 기획사 이런거 하나 차릴 생각 있냐
물어 봤더니. 그건 싫다더군.
내게는 엄마같은 오빠. 클래식은 기실 돈 벌기가 만만치 않다.
나 L지은 정도는 되야 쬐끔... 호호호~
분장사 아재는, 내 느낌에 아니 척봐도 호모다.
"어멈머. 진짜 L지은이네. 돌아 왔다는 소리 못 들었는데."
"네에 얼마전에."
"선수금 일당으로 해드릴게요. 막상 될지 안 될지 잘 몰라서."
"지은씨. 어우 너무 겸손해... 공짜로 해줘도 내가 영광인데.
우리 샵에 한번 방문만 해줘도 가문의 영광이로소이다."
"대신 소문은 공연 일정 다 끝나면 나는 걸로. 그때까지는
비밀이예요."
"무조건 오케이. 내 실력 보여줄게. 원하는 컨셉 말해봐."
"40대 인생이 피곤해 보이는 곱슬파마 아줌마."
"체구 형태는 물에 뿔은 느낌 정도? 아님 바싹 마른?"
"앞에꺼. 대강 알겠네." 차에 준비는 해왔는데,
일단 그림으로 그려볼게... 이런식. 마음에 드는데, 약간더 퉁퉁하면 좋겠어요."
"너무 퉁퉁하게 뿔리면 연주할 때 좀 불편할 수도 있는데 괜찮아?"
"아니요. 그걸 해결해 주시면 되셔요."
"경쟁자는 혹시 이 사람인가? 아니오. 경쟁은 없어요. 지금 결정했으니깐."
"오늘 저녁 9시쯤 다시 올게. 지금 가야겠어. 준비가 좀 더 필요해서."
"네에."
"세션도 있다든데. 그쪽두 분장을 해야해? 그쪽은 아직 안 만나봐서요."
"필요하다면, 한분 더 델구 와서 쓰셔도 상관 없어요."
"비 맞으면 안 되는 거로 할거야. 설마 그런 연출이 필요할 수도 있어."
"아니예요. 비오면 배철수 할아범처럼 감전 쇼크 먹으면 어쩔라공."
"9시+- 쿼러. 씨유"
"네 아저씨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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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관악기 두분부터 결정을 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두분 같이 들어 오셔요.
현식 오빠두 들어 오셔요.
자아 대선배 님이시니깐, 제가 먼저 짧게 연주를 해볼게요.
아버지 악보다.
"허허허... 대단하구만."
"난 오줌 지릴 뻔 했어... 공연할 때 쏘팔메도를 챙겨야 겠군."
질문 하나씩 드릴게요.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뭐셔요?"
"책...내가 나중에 대답해도 되겠수?"
"그럼 나부텀. 한 10년 됐나.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 오래된 책인데. 재밌더라구"
"난 말하기가 좀 그런데. 그저께 읽었는데, 존박 여인의 향기."
"어떻게하면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거래요?" "몰러 읽고 까무겄어.
"킥킥" "풉" 현식 오빠랑 서로 눈웃음을 쳤다. "오빠는 정말 나를 꿰뚫어."
"연주로 맞혀 볼건데요. 정식 공연이 아니고, 야외 버스킹 그니깐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할거예요."
"정식관악기 연주는 실제로 한번 실내 무대에서 할꺼고요."
"야외 공연에서는 리코오더 오카리나 하모니카도 되고를 부셔야 해요."
"페이는 말씀 드린대로고 선입금 됩니다."
"빵꾸 내시믄 안되시고, 정식 공연 전에는 무조건 비밀입니다."
합주는 이렇게 하시죠.네마디씩 번갈아 들어 오셔서 제 피아노에
맞추시면 되셔요. 제가 선택할 때까지 계속하는데, 원래 원곡 풀로 하면,
약 40분 정도 된다는 거." "무악보 애드립으로" "이해 되셨죠?"
"시작하시죠. 전 메트로놈 박자대로 연주합니다."
'무감정 매마르게 치기 시작한다.
감정을 들이민다. 지은이 넌 정말 끝내줘.
분명 같은 음인데도. 똑같이 치는데, 밑장을 뺀다.'
'다소 다른 점은 곡이 밝아. 눈부신 영광스럼이다.'
'늘 마녀와 같은 굶주린 마녀가 아니라, 작은 천사가 와서
날 녹인다.' '졸립다 자고 싶다'
'극반전. 이건 원래 지은이 치는 스탈 참회. 공포.'
'미안해 나 졸려던 거 아니야.'
"내 전 결정 했는데요."
"좌측 선배님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난 자네 피아노에 빨려 들어서 내 연주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네."
"나두 비슷한데, 일부러 틀리게 친 부분이 두군데 있었는 거 같아."
"네에 잠시 나가서 기다려 주세요." "고맙습니다. 멋진 연주였어요 두분다."
"아 그래."
"현식 오빠의 선택은?"
"스킬로는 좌측분이 나은데, 지은이 네가 원하는 건 아마도 오른쪽?"
"오빠는 늘 내 맘을 꿰뚫어. 고마워"
"좌측분만 들어오시라 해줘."
"고맙습니다. 다음에 제가 찾아가 뵐게요. 공연 끝나고. 실내 공연 때 표도 보내 드릴거구."
"시간 내주신 부분은, 현식 오빠가 선배님 모셔다 드리고. 드릴거여요. 정말 연주 잘 들었습니다. 선배님"
90도 각도 인사는 필수. "혹시 악수를 청해도 되겠는가." 두손 악수 후 양쪽 볼 터치
자아 기타세션은 근 100여명인데, 그냥 10명만 만나기로 해둔 터.
기타,베이스, 동시 가능한 젊은 사람. 뭐 구색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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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꼬맹이."
"그냥.. 잘 하고 싶은게 있는데, 쬐끔 자신이 없어서."
"야 징그럽게 왜 여자처럼 그래. 꼬맹이 주제에."
"난 K수린이라고 해. 이래저래 박사 3년차고, 설대 댕겨."
"중성적인 이름이군. 나이는 몇살인데? 나이가 나보다 정말 9-10살 많아?"
"아니 6살 많을껄?"
"날 알아? L지은 천재 피아니스트 작곡가?"
"원래부터 알았어? 처음 담배날부터?"
"아니."
"근데 왜 계속 모른척 했어?"
"그보다는 이게 더 궁금한 거 아닌가? 아빠끼리 한 진부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그것도 아네. 더 아는 거 있어? 아무래도 나보다는 컸으니깐, 뭐 다른거?"
"난 니네 아빠 작업실 가봤었니?"
"글쎄 두어번?"
"거기말구, 유명해 지기 전."
"난 거기 가본 기억이 있어.너두 가보긴 했쥐"
"올라가 보자 내 방에 사진이 있을꺼야."
"사진으로야 나도 봤지."
"폴라로이드인데?"
"내가 이 상태로 오빠네집에 가야겠니?"
"괜찮아 너 이쁘자너."
수린이가 지은이 팔목을 잡고, 힘자랑을.
"저 왔어요."
"어 그래."
"밥은 먹었지?"
"표정 보니깐 안 먹은 거 같아요."
꼬르륵~
"타이밍 보소. 칼이네."
"누구 같이 왔어?"
"천재 피아니스트 L지은이요. 우리 아랫층에 사는."
"아이구. 울 며느리 왔구나. 지은아."
"엄마 며느리 아직 아닌데요."
"밥 좀 차려줘 봐요. 어 갈께. 나 지금 설거지 중."
"내 방 보여줄게."
"책상위에 액자에 낀 폴라로이드."
"아들 어디? 네 나가요"
"우와. 울 지은이 정말 이쁘구나. 수린아 너 어쩌니? 못 생겨서 채이믄?"
"그래그래. 나쫌 쭐리겠지? 아 몰라."
"지은아 남자가 너무 잘생기면 얼굴값을 해서 안 좋아. 알지?"
"수린아. 잘해줘. 뼈 밖에 없자너."
"엄만 인제 좀 방으로 가셔. 나 지은이랑 얘기 좀 하게."
"어 그래그래. 홧팅"
"오빠는 연기력이 발군이네."
"또 잘하는게 하나 있쥐롱."
"구걸?"
"울집은 방음 시설 없어. 건반으로 쳐줄게.잠깐 세팅 좀 할거니깐 먹구 들어와봐."
"다 먹었는데, 싹 다 비워야 해?. 나 소식주의자. 관리 차원에서."
"그럼 와봐."
"전원 고장이래도. 넌 다 들을 테니깐. 그냥 치께."
"울 아빠 마지막 곡두 아네. 근데 다르자너."
"내가 작곡한 곡이야." "네가 본건 우리 아빠 버전." "울 아빠가 가지고 있는건 너희 아버님 버전. 난 원곡을 썼구."
"자아 이건 내 선물. 물론 너를 생각하면서 작곡한 거야."
"이게 연주가 되니?"
"난 지금은 안 되겠지. 뭐 될수도 있지만, 난 연주보다 느낀대로 악보대로 쓰구 그냥 덮어."
"왜?"
"내 약혼녀가 천재 연주가인데, 내가 굳이?"
"그렇게 깊은 뜻이?"
"그냥 대강 적은 거니깐, 네가 부족한 거 완성시켜서 나중에 한번 들려줄래?"
"이 악보 연주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나랑 카렌 정도 밖에 없지 싶네."
"남자들이면 모를까."
"여튼 언젠가 들려줘." "약속이 유효한지 아닌지도 마지막에 넣어서."
"엄마 지은이 간대요. 한층 아래로."
"그래. 그래.... 지은아 아줌마 요리 잘하지?"
"네 정말 맛" "없었대요." "멜렁~" "쁘웨웨웨"
"울 엄마 막장 드라마 억수로 좋아함. 지금 팬티하우스 시간.
아참. 내 전번. 내 맘 결정 되면 전화해."
"나 일단 뭐 좀 할게 있어서, 답이 좀 늦을 지도 몰라. 내일 아침부터.. 세션들하고
하나 하나 맞춰 보기로 약속했거든. 나한테는 중요한 거니깐."
"그래."
"아 글고 울 아빠 버전이라는 거 악보 좀 보여 줄래?"
"니껀데 뭘." "그게 어디 있더라. 참 똑바로 하자. 그거 내가 원작곡자야."
"근데 오빠. 아버님은 어디 가셨어?"
"울 아빠? 울 아빠는 너 맨날 졸졸 따라 따라 다니면서,
실드 치고 다니는게 아빠 낙이라서 뭐 어디에 계신지 몰라."
"너 한국에 안 오고 외국 돌아다니는 동안 이상한 아재 못 봤니?
봤으면 그 사람 중 한명이 울 아빠야.
거의 개그맨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요주의 인물."
"우린 척보믄 아는데, 맨날 MI2 처럼 분장하고 다니는 모를꺼라고."
"지금은 예측대로라면 한국에 있을 텐데, 울집에서는 포기."
"전어라고 구우면 못 이기는 척 들어 오시려나."
"울 아빠 전번은 이거니깐. 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해 봐."
"기쁨의 눈물을 흘리실거야. 네 광팬으로서.
당신이 며느리에게 이쁘게 보일라구 어디서 다이어트라도 하구 계실 지도 몰라."
"부담주려는 거야?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 "
"너희집까지 데려다 줄까?"
"됐네요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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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고정 팬층 300여명 확보.
5개월 후 고정 팬층 500여명 확보.
대략의 레파토리는 정통 클래식 두곡에
대중 가요 하나. 물론 모두 연주곡.
분장의 컨셉은 기구한 운명의 40 대 아줌마.
대중 가요는 40대 아줌마가 들을 법한 올드 가요들.
노래방식인데, 사람들이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같이 부르는 식.
6개월여 지나 20회 공연에
J 리은이 노래를 부른다. 아이유곡을
"네 이번엔 아이유 하루끝 인데요"
"제 노래는 처음인 거 같아 무척 떨립니다."
가벼운 율동과 노래는 수준급. 앵콜 작렬.
"어머어 나두 앵콜이다~ 와아."
"코인?" 해볼게요. 저 몸치니깐 몸치 싫어하는 분은 눈감고 들어 주세요.
이때 건반은 수린이가 억지로 끌려 갔다.
뭐랄까 우아하다. 꼽슬머리 퉁퉁한 아줌마 치곤.
이제는 다양한 유튜버들이 직캠 찍는다고,
자리 싸움이 심할 정도.
글로벌리 고전 음악 파트에서 100만 유튜버의 우상 L지은은,
모국 한국에서 150만의 추가 구독을
신청곡도 받아 두는데, 선착순으로 대부분 연주한다.
너무 진부한 곡들은 완벽 개작.
누적 신청곡 수가 3000천여건.
6개월 기념 공연은 시낭송으로 시작했다.
"이건 저의 가장 아빠,아빠 친구분에게 바칩니다."
시낭송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독백형 싸이코 드라마.
아이유 언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보컬이고,
꼭 같이 연주해 보고 싶습니다.
셀레브리티를 춤을 추다가 꽈당.
연기지만 기가 막히게 자연스럽다.
넘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이 드러난다.
이리 8개월여 대중 참여 한곡에
나타난 인물. 이선희 멘트 없이 노래만 부르고...
기타 등등 줄줄이 게스트들.
오영심과 합주도.
이때 부터는 분장을 없애고 L지은 그대로 모습으로.
폭발적으로 미디어 반응이 강하게...
그전 공연 직캠 찍은 것들이 차례로 올라오고.
이에 IUTV에 나가 다음 싱글곡 중 하나를
직접 작곡하고 싶다고 한다.
음대들예약도 빼곡하게 줄을 서 있는데,
일주일에 하나 정도만 간다.
연예 프로는 나가지 않고, 클래식 공연에 까메오 정도의 활동.
결국 이담측에서 한곡을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L 지은 작곡, L 지은 연주, 이지은 보컬.
음원 차트 올킬은 얄짤.
크리스마스 직전 주에 정식 실내공연.
대중들이 대부분 아는 익숙한 곡들을 L지은 특유의 감성으로
아푸 에필로그 편곡한 곡 치다가 나와서 춤도 쳐주고.
L지은의 변모를 정통파 고전 음학 계통 평론가들은
돈 때문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고,
안티들은 네 고향 가라고.
하지만 실내 공연의 자리 태반은 전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인물들 마지막 곡은 소위 아빠의 곡을 1,4악장만.
그리고
소위 소녀의 고백부. 답은 No.
자결하는 남자로 묘사.
수린이는 조용히 돌아서 나가려다.
수린이 백무대로 가서 건반을 잡았다.
너무 진부한 약속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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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명할 시간 없어. 수린 오빠 옛날 약혼녀가 L지은이래 아빠."
"9시 뉴스에 나오는 그 애 겁나 이쁘더라."
"아빠. 수린이 오빠 지금 그 약혼이 유효하냐구 물어보러 갔대두."
"아참 P보영이가 우리딸이지. 야 좀 힘들겠다."
"앙대 나 뺏기면 죽어 버릴꺼야. 아빠 나 죽는 꼴 볼래?"
"너 죽는 문제가 아니쥐. 우리 명성 그룹의 치욕이다."
"지금 캐시로 내가 사적으로 쓸수 있는 돈 좀 알아봐야 겠어. 당장."
"당장은 240억이구요. 내일 아침되면 1200억 정도."
"국민은행 카드로 200억 입금 좀 해주게. 넵. 5분만."
"그래."
"P보영. 200억 줄테니 무조건 파토 내고 니꺼해."
"수린 오빠는 돈으로 되는 사람이 아니야."
"내일 아침에 1천억 맞춰 줄테니깐. 니가 풀어.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
어떤 남자도 약혼자한테 거부 당하면 빈틈이 생긴다.
그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야쥐"
"P보영 가문의 대표선수로서 성사시키도록. 네 어깨가 무겁다."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빨랑 카드 줘. 나 글루 가야 겠어.
"홧팅~~~ 아빠는 보영이 따랑해~"
*저자주 : L지은은 실제로 앵콜곡에 대답을 하려 한 거다. 진부한 약속은 잊고,
그냥 수린이 자체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지은이는 돌아서 걸어나가는 수린을 보며
곡을 멈추고 따라가서 붙잡으려다, 망설이고 말았다 "바보"
그 선택이 한번뿐이라는 것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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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임원 분들께. 회사 이미지 제고 상 공식 모델을 L지은으로 교체할까 합니다
내일 저녁 저녁에 바쁘지 않으신 분들은 모이는 술집에서 한잔씩 하시지요.
뒷조사 자료는 현재 수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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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명성 그룹의 전자 사업부는 3류도 아닌 회계 처리용, 유령 회사 수준.
K 수린은 오히려 잘됐다 해서 "Telethink" 라는 브랜드 제품군을 런칭한다.
이건 말안하고 특정 부위에 단자를 붙이면 되는
소위 복화술을 브랜드. 처음엔 장난감처럼 사서 노는 정도였는데,
소형화, 인체내 삽입 기술을 얹고 나서 격동적인 성공 모델이 되었다.
그 다음 제품군은 지난달 런칭된 뇌파 감지하여
통신 가능한 제품군인데, 혁신적으로 대사 소통이 빨라져
산업체를 위주로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명성 그룹 전자 사업부는,
K수린이 입사 전 100억 정도 자산 규모였던 회사가
현재 50조로 커서 명성 그룹의 중추 사업이 되었다.
전자 사업부 사장은 P보영, K수린은 연구임원 정도.
둘 사이에 애가 하나다.
L지은은 3년 정도 한국,일본, 중국을 휩쓸었고,
지금은 돌아와 작은 유치원에서 학생들 지도
(물론 간판에 이름만 걸어주고 1년에 한번 정도주는 바지원장)
여전히 전설이라 불리며, 돈을 아주 많이 모았지만,
원래 그 집 2층에 산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
4층 쓰던 고모네는 미국으로 이민 가셨고
현재 4층은 지은이 어머님이 사시는데, 곧 재혼 예정.
"보영아. 설에 가 뵈야지 차로 15분도 안 되는데."
"싫어 오빠. L지은이네 쪼까네지 않으면 시타구."
"니가 가서 울 아빠 좀 뜯어 말려 봐라. 너 수완 좋자너."
"시져시져. L지은이 쪼까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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