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씨,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데, 졸음이 쏟아지네."
"어젯밤에 아파서, 잠 한숨 못자는 거 같든데."
자그마한 2인 침대에 누워서,
혜정씨에게 무릎을 베고 싶다고, 졸라본다.
창밖에서 다소 눈부신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 오는데,
노곤하다.
"그래 일루 와봐여. 울 낭군님."
쌔근쌔근. 금새 잠들어 버린다.
마치 아이처럼.
병치레를 오래하다 보니, 많이 늙었구나.
손톱을 잘라 주려다 그냥 자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침대 베개로 옮기고, 따뜻하게 덮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눈이 약간 부시게
따뜻한 햇살을 옆으로,
가게로 가볼 참이다.
주머니에는 2,680원 뿐. 뭐래도 살 수 있으려나.
안 되면 콩나물국이라도 끓여야 겠다.
그런데 마침 닭집을 지나려는데,
아주마이가 나를 부른다.
"저어 사당댁, 지난번 화투 칠 때 잃은 거 내줌세."
"에이 그냥 재미로 친걸 뭘."
"난 빚지고는 못 살아."
"됐어요."
"여기 작은 닭한마리. 남편 백숙이나 끓여 주라고. 몸도 안 좋은데."
지는 척 받아 든다.
닭백숙을 삶으면 소주가 먹구 싶겠지.
오늘은 특별히 한잔 사줘야겠다.
구멍가게에서 참이슬 한병을 산다.
"됐어. 완벽해."
백숙을 끓일 건 아니고, 닭개장을 얼큰하게 끓일 요량이다.
남편이 닭개장을 유난히 좋아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여전히 남편은 자고 있나보다.
밥을 짓고, 닭개장을 끓인다.
이제 해도 뉘엿뉘엿 지는데, 싸락눈이 내린다.
석유난로 불을 올려 따뜻하게 거실을 데운다.
"보영씨, 이제 일어나서 밥 먹어요. 닭개장 했어요.
소주도 한병 사왔는데..."
닭개장이라면 주룩같이 나와 달려 들텐데,
조용하다.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싶다.
"여보. 닭개장에 참이슬이래두."
"내가 화투 친 놈으루다가 벌어온거야 에헴."
남편은 움직이지 않는다.
햇살 좋은 방에서 내다 보이는 창문 밖으로,
어느새 싸락눈이 함박눈이다.
난 그이의 등에 꼭 달라 붙어서 잠을 청해보는데,
계속 눈물이 흘러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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