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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먼등대

by MDabsurd 2021. 6. 23.

먼등대

                                                             벼리수 2021.06.23

 

바다가 온통 안개로 뒤덮였다. 그냥 걷다가 길을 잃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멀리 서있는 사파이어 빛이 감도는 등대 하나.

어차피 길을 못 찾을 거라면 등대 안에 들어 있자 싶어,

등대를 표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걷고, 

안개 방울들이 붙잡는 듯 끈끈히 엉키는 느낌이었다.

막 헤치고 한걸음 나가려는데, 앞쪽으로 발자국이 생기지를 않았다.

계속 그자리.

 

톨썩 주저 앉아 눅눅한 담배를 한대 피우려고 불을 켰는데,

무언가 소리가 들려 왔다. 내쪽으로.

'저기 불빛이 보여.'

아 다른 사람도 갇혔나 보다. 그러나 단 한명도 오지 않는다.

모두 안개가 붙잡고 있는듯

그렇게 담배를 한대 태우고 다시 걸으려고 일어섰다.

등대를 다시 응시했더니 이쪽으로 빛이 돌아올 차례인데,

거기서 멈추었다.답은 없다. 그냥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바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있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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