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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너구리

by MDabsurd 2022. 8. 11.

"왜 뛰어?"

"버스 탈라구.... 저기 오자나."

수린씨는 내 손목을 잡는다.

"택시 타구 가. 가까운데 뭘."

"뭘 버스를 타지. 돈 아깝게"

"카드 줄게"

수린씨는 나를 세운다. 그리고 카드를 진짜 준다.

"풉... 나 이걸로 쇼핑해도 됨이야?"

"막 쓰지는 말구, 알려 주고 써."

"얼마만큼?"

"한도만큼?"

수린씨는 택시를 잡는다. 난 탄다.

어라. 같이 탄다.

"왜?"

"그냥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카드를 돌려 준다. 

"저 어디로 가시죠?"

기사가 물어온다.

"상도동요."

 

 

"라면 먹구 갈래?"

"풉~ 무슨 라면?"

"글쎄. 너구리가 있고... 안성탕면은 한개?"

"매운맛?"

"순한맛일껄? 일단 들어와 봐."

수린씨는 침 흘리는 늑대일까?

 

"야! 한개자너 너구리."

"어? 이상하네."

"내가 사러 갔다 올까?"

"이 동네 알아?"

"모르지만 뭐 편의점에서 안 파나?"

"됐네요. 내가 안성탕면 먹을게. 두번 끓이면 되지 뭐."

"나두 됐걸랑? 너구리 끓여서 반씩 먹자."

"뭐 그러지 뭐."

"내가 끓일까?"

"어? 왜?"

물을 올린다. 부부 같아서 푸근해 진다.

"저 수린씨....김치는 없어."

"흐이긍... 일단 개아나."

우리는 너구리를 반씩 나눠 먹었다. 나름 쏠쏠했다.

"우리 이젠 뭐해?"

"아니 나 가야할 거 같아."

"우리 300일 넘었어."

"같이 자구 싶니?"

"뭐 딱히 그건 아니구..."

"그래 그럼 다음에."

저녁 9시.... 수린씨는 그냥 간다. 솔직히는 서운하다.

 

"띵동."

"어 왜? 뭐 놓구 갔어?"

"야 이거... 엄청 무겁다."

수린씨는 먹을걸 잔뜩 사왔다.

 

"난 간다. 내일 봐."

"어? 응...."

하나 하나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수린씨는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거다.

내가 맛있다고 한 것들.

 

살짝 고맙다.

 

그런데...

그날 수린씨는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

마지막 만찬이었다. 너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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