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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마당에 서다

by MDabsurd 2022. 5. 25.

오늘은 좀 촉촉한 아침...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상큼한 풀잎향이 뇌리를 스친다.

화분들에 불을 뿌려준다

 

"저어 아저씨... 이 주소 좀.."

왠 여중생 또래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주소는 핸드폰으로 잡으믄 되잖니?"

"아니오. 뱅뱅 돌아요. "

"지도.. 아 여기 울집인데?"

"네에?"

"업데이트가 안 된 모양이네.. 여기가 거기인데?"

또 불길해 진다. 

"어떻게 찾아온 건데?"

"엄마 추적 중인데요."

난감하다.

"지은씨 좀 나와봐."

"응 잠깐만."

"니 딸이랜다."

둘이 부둥켜 안구 우는데... 나원참.

난 할말이 없다 

"자리 비켜줄끼?"

"아니.. 좀 미안..."

"저두요. 아저씨"

"아주 쏘옥 닮았네.. 나 수퍼가서 막걸리 한잔 마시구 올텨."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주 벅차게.

마당앞 개밥그릇을 발로 차구 싶었지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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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앞 평상에 앉아서 막걸리 한병을 시키고.

안주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쥐포를 달라고 한다.

"쥐포?"

"응."

"쥐포 없구 진미 오징어 있는데, 육포두 있어."

"어후. 그럼 오징어요.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김치전 한장 부쳐 주까?"

"됐거덩여?"

 

생각을 되짚어 보는데, 아이는 착해 보인다.

아마도 같이 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아니다 입은 폼상은 부잣집 같은데...

 

"여기 막걸리... 글구 오징어는 말구 해물 김치전... 이번에 새로... 맛 좀 봐줘."

"아,,, 근데 아짐은 왜 슈퍼 차리고 술장사를 해요?"

"시골 바닥에서 뭐 그냥 노는거지 뭐."

"풉... 그럼 잔 하나 들고 오시게나. 한잔 같이 하세."

"어머나 저 말쑬인데 괘아느세요?"

"시간을 죽여야 해서."

"전 막걸리는 싫구 발렌타인... 이거 4만원."

"입이 고급지구로 허허."

해물 김치전을 일부러 구워준 댓가다.

사실 이 슈퍼 아짐은 늘 나한테 지분 거린다.

"근데 며짤?"

"며짤 같아 보여요?"

"어.... 대강 42?"

"아닌데요."

낮춰야 한다는 직감. 

"35!!"

"또 땡."

"33!!"

"저 34살... 세번 틀리셨넴. 이를 우짜쓸까."

"이름은?"

"보영?"

"난..."

"아는데요 수린씨?"

 

한동안 정적.

 

"근데 왜.. 여기서 이러구 사세요?"

"그러는 수린씨는 왜 여기서?"

술맛 난다.

"한잔 해요."

"그럴까요?"

난 담배 한대를 문다. 그녀(?) 성냥으로 붙을 붙여 주는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대 피세요. 괘아느니깐."

"씨바스리갈두 있긴 한데.."

"풉~ 가져 오시구 담배는 보영씨 원하는 거 하나 가져 오세요."

"하이"

이 사람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이게 뭐지?

"전 에쎄한갑이예요."

"현금은 여기가 끝인데, 카드두 되나요?"

"저희 슈퍼 다된다요..."

카드를 들구 간다.

씰룩씰룩 엉덩질... 살짝 야리하다.

 

담배를 피는데, 이건 뭐 거의 노땅 마담 포스다.

"저 약간 사적인 질문 해두 되나요?"

"당근"

이 여자는 나에 꼬리 치는 중이다. 후우.

 

"그냥 좀 피곤한데 쉴 데 있나요?"

"당근"

 

예상외로 급하다.

미치게 만든다.

역시 허무감... 난 지은이에 죄를 지었다 오늘.

하지만 명분은 있다.

 

"정말 미인은 섹을 좋아하는 군요?"

"네에?"

"아니예요... 지은씨 부러워서."

"아아.. 저 돌아가야 할 듯요... 여기 삼겹살도 팔죠?"

"응. 좋은 건 아니지만."

"삼겹살 주세요. 한 2/3근만."

"한근인데... 할인해 드릴게요. 너무 감동스럽더군요."

"어우... 그러지 마시공... 얼렁."

"응 여기."

난 도망치 듯이 삼겹살 봉투를 받아들구 내뺀다.

'왜 이랬지?'

 

집에 돌아 왔는데, 지은이는 딸에 밥을 지어주고 있다.

"왔어?"

"응. 삼겹살 사왔어...뭐 잘 생각이..."

지은이 표정이 애매했다.

"저 그 애는 어디?"

"아 화장실? 아님 방?"

뒷켠방인가 가봐도 없다. 화장실에 노크질 하기는 싫다.

에라이 난 좀 졸립기도 해서 안방에 누우려 들어 가는데,

이건 뭐람? 대짜로 자고 있다.

'지 애미랑 완죤 판박이네. 좀 가리고 자렴.'

이불을 덮어 주고 평상에 나와 눕는다... 

하늘이 맑다. 

"저 여보.."

이건 와이프가 뭔가 켕길 때 쓰는 호칭.

"응? 네?"

"상추 좀..."

"아... 고추는?"

"뭐 그건 잘 모르겠네.."

밥익는 냄새가 솔솔 거린다.

슬슬 해가 뉘엿 지는 걸 보니 모기향도 피울 생각.

"저 아저씨."

"응?"

"아저씨가 제 아빠예요?"

"아니지 싶은데."

"아네... 삼겹살은 참 잘 구우셨어요 맛있어요."

"어 그래 많이 먹어."

"저어 아저씨?"

"어?"

"울 엄마 미워 졌나여?"

"후후... 너 몇살?"

"아 저 고 2"

"고2?"

"왜요?"

"아냐... 니네 엄마 몇살인 지 알아?"

"어? 아니오."

"엄마한테 물으렴."

"사고 치셨던 거군요?"

"난 몰라. 엄마한테 물어. 삼겹살 묵자... 고2면 술두 한잔은 되지 싶은데?"

"술은 안 마시고 담배는 펴요."

"뭐 야외인데 그냥 피렴." 

"전 지금 없는데......"

"나보구 달라고?"

"응"

자꾸 불길하다... 얘는 아마도 가출소녀다. 엄마 찾아 삼만리.

"저 지은아...."

"응?"

"얘 담배 줘도 되니?"

"풉. 오빠 맘대로 해. 난 글쎄인데."

 

"야 세대까지만 봐줄게. 불은 니가 붙이렴."

"술 따라 드려요 아빠?"

"아니다 내가 ,,"

"그냥 받아주면 앙대니?"

"응?"

"나 어렵게 왔는데, 엄마 아빠 찾으러."

"네 엄마는 맞는데, 난 니 아빠는 아니야."

"그냥 아빠해 줄래?"

 

 

"저 지은씨 이 상황 좀..."

"저 아빠라고는 안할테니...."

"야!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치이 엄마가 엄마구실 언제 했다구. 결국 내가 찾아 온거자너."

 

"오늘은 안방에서 엄마랑 자구... 뭐 그 담은... 알아서."

"응!!"

"풉 아빠는 밖에 나갈래.... 좀 빡씨다 이 상황."

"인정."

 

"저 수린씨...."

지은이가 뛰어 나와서 손을 잡는다.

"잠깐만 걸어."

"뭐. 오케."

"그냥 좀 미안해."

"안 미안해도 돼."

"응?"

"고2라... 실수였겠지 뭐."

"그건...."

"설명하지마. 상상력 돌아가면 짜증나."

"어 미안."

 

---------------

 

"야 보영아. 나 딸이 생겼어."

"술이 더 필요하겠네."

"아니 아까 생겼어."

"알아"

 

"이름은 이슬이래."

"후후 소주 갖다 줄까?"

"아니, 진짜 이. 슬. 이씨야."

"고민하지 말고 지은씨에 물어봐."

"그냥 오늘은 하루만 이러구 있구 싶다."

토닥토닥 거린다.

난 오늘은 절대 잠들지 않을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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