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다
그림을 그려 본다...
잘 안 된다. 손아 제발 쪼금만 더 버텨주렴.
'싫어'
'내가 죽는다는 건 너도 죽는다는 건데두?'
'아니지 넌 날 죽인 거지.'
따뜻한 족욕기에 발을 담근다.
'나두 들어가고 싶어.'
'싫어.'
나무가 푸르르다.
'손아 우리 한번만 더'
'근데 나 진짜 죽지?'
'응'
'그럼 다해준다. 어차피 니 책임이지 난 책임 없으니깐.'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 이름 뭘로?'
지가 쓴다.
'우울하다'
종이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우울하다 다음은?'
'우리 개나리 하자.'
손이 미친 듯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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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냇가에서 본 그 애 이름을 난 모른다.
'보영이야 보영이.'
난 소금쟁이 한마리를 낚아채서 그 애에게 다가가 손을 여는데,
'반딧불이가 나아.'
'아니 그건 너무 많이 써먹어서 싫어.'
'뭐 그건 인정. 소금쟁이두 개아나.'
'발아 너도 동의하니?'
발은 말이 없다.
"저 이거 이쁘지?"
씨익 웃는다.
"나 수린이야 5학년."
"나 보영이 4학년."
"소금쟁이는 놔줘 그러다 꽈악 쥐면 죽자너."
"아... 그래."
"내일 세시쯤? 여기서 보자 우리."
"어? 가게?"
"오늘 울집 제사래서 가서 일 좀 거들어야 돼."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 어무이도 제삿집 가서 도와 준다고 하신 게 생각이 난다.
'근데 너두 참 맹꽁하다'
'뭐가?'
'후딱 뛰어가서 손이라도 잡아봐.'
'그냥 내일 하자. 제삿날이래자나.'
'으휴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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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씨! 비 온다...."
"어 나두 몇방울..."
"저기 편의점 가자 우산 사자."
"어? 그래."
"커피 마실래?"
"편의점 커피 뭐 난 좋아."
"아메리카노 두잔요. 작은걸로."
"네에 결제 되셨어요. 이거 컵"
"비오는 날에 말야..."
"응?"
옆에 앉은 보영이가 나에게 기댄다.
"나 이거 꼭 해보고 싶었어. 정말 고마워."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다.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
"저 보영아."
보영이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냥 가만히 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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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쿠 이 등신아 머리 쓰담쓰담해라.'
손이 말한다
'니가 해보든가'
'니가 해.'
발이 말한다.
'내 생각도 손이랑 같아.'
'넌 빠져. 머릿결 느끼고 싶자너... 그지'
'가슴도 만지고 싶지?'
난 멍해졌다.
손이 독단적인 행위를 시도한다 어깨를 감싸고 머리를 쓰담.
'이 손모가지를 학'
'좋았어?'
보영이가 말한다
"좋았어?"
머리가 띵해진다.
"후후 수린씨 우리 술래잡기 놀이 하자."
"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다섯번 하고 나 찾아봐."
"무슨 그리 유치한 장난은.."
"자아 눈 감아. 시이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손이 내 눈을 가린다.
'내가 대신 세어줄게.'
"끼이이익."
손이 눈을 풀어준다.
길바닥에 보영이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다.
난 막 뛰어 나간다.
"보영아 보영아..."
"119 좀. 제에발. 제에발"
난 눈물이.
손이 눈을 가려 난 보지 못했다 무슨 일이었는 지.
'안 보는게 나았어.'
'넌 구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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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으로 가서, 간짜장을 시킨다
"저 사장님 잠깐 주방에 들어가 봐도 되나요?"
"네에? 울집 주방 깨끗해.... 들가 보슈."
나는 중식도를 들어본다.
"이거 꽤나 묵직하네요."
"그쵸 뭐."
오른쪽 손목을 끊어낸다.
"왜? 왜?... 저 사장님 119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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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해?'
'닥치지 않으면 너두 잘라낼 꺼.'
'못할껄? 넌 이제 나밖에 없어.'
'정말 그럴까?'
난 근처 공업사로 향한다.
프레스 앞에 섰다.
"왜요?"
"아니 그냥 옛날 생각 때문에."
"뭐 구경하시는 건 괜찮은데. 위험하니깐 좀 떨어져 서세요."
"네에 그러죠"
'넌 못 해.'
'잘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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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저어 스님"
"네에?"
"근데 그 손은 어쩌다가."
"흐.. 그냥 사고가 있었어요. 교통 사고요."
의아해 하길래 한마디 더.
"별반 불편 없어요."
"아네."
돌아서 간다.
큰 스님이 다가선다
"근데 나두 궁금했었는데... "
"그냥 손이 괘씸해서 없앴어요. 그뿐이예요."
"우리 약수터나 갈까?"
"좋죠!"
창작/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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