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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숨은틀린그림찾기

by MDabsurd 2021. 9. 6.

I

 

회사 입사 합격날이었든가.

스스로 대견해서,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라떼를 홀짝 거리고있는데,

자꾸 눈에 거슬린다. 그녀가 오들거리는 모습이.

'버스를 기다리는 거래두 추운데, 어디 들어가 있지

 왜 까페 앞에 서서 저러구 있을까

 들어올 때부터 서있었으니, 벌써 10분은 지났겠구만'

 

기분도 좋은 날인데 하고 나는 내가 제일 아끼는 목도리를 들고 나가

그녀에게 건넸다.

"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아니예요. 도착한다는 버스가 안 와서."

"네에 그럼 이거라도 하세요."

 

 목도리를 목에 둘둘 감아주고 까페 안으로.

 

"저기 저어."

 

자리에 앉아 다시 보니, 그녀는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커피를 사주려고 한 거지 목도리를 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녀가 버스 창으로 내다보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도 대강 목례를 했었나. 

평소 같으면 그러지 못했을 텐데, 

백수와 곧 회사원이라는 차이가 크긴 크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올 때는, 우울한 표정 연기. 후후후~

"엄마. 나 이제 회사 알아보는 거 포기하고,

 아빠 회사 댕길까?"

"두번 째인데 뭘 그래. 세상이 그래. 울 수린이 같은 진주를 못 알아보고."

"그래서 말인데.... 아빠 오시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 괜찮지? 엄마두."

"그럼그럼. 먹구 힘내야지 아자아자 수린이 홧팅."

 

아빠는 돌아오실 때 싱글벙글.

"수린아. 떨어졌다매? 내 밑으로 와서 일 배우고 해라. 왜 남의 회사일을 네가 해주니?

 엄마 장보러 가셨니?"

"네에 가신 지 좀 됐는데..."

"오늘은 집에서 거하게 먹자. 하하하하하~"

'후후후, 아빠 미안. 지난번에 아빠가 힘줘서 떨어진 거 알거등? 이번엔 적중했쥐 멜렁~'

엄마가 한보따리짐을 들고 들어 오셨다.

"세영(울집 일 도와주시는 아줌마)아 일단 쌈만 먼저 씻어 내고 조금씩 해서 내렴."

"네에 언니(어머니는 사모님 소리가 그리 싫으시댄다)"

"술부터 주구려. 기분도 좋은데."

"안 그래도 가져가요."

"저 아부이. 아빠. 아버지... 이거 좀 봐주세요 전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슬쩍 입사 계약서를 내밀었다.

"가만 보자 안경이..."

"그 회사는 일류라더니 떨어진 치에도 왜 떨궜는지 알려 준대요?" 어무이 한말씀.

"입사계획서라... 아이고오 뒷골 땡겨."

"우리 수린이 뺏어 간대요?"

"아 나원참. 이거. 이회장이 완죤 노망이 났구만. 여보 글래스에 소주 채워. 어후 더워~"

 

"따로 나가살게요오 우리 회사 근처로. 네에! 호호호"

"수린아 어떻게 니가 우리들한테 이럴 수가 있니. 못 나가."

"시른데요오~~~ 크하하하 삼겹살이 엄청 맛있어요 얼렁 드세요. 이것두 많이 구우면 꽈자되니깐"

 

"야 수린아 회사 후계자가 경쟁 회사 가서 일하믄 되겐니? 안 되겐니?"

"전 우리 회사가 좋은데요. 명성전자. 오성전자는 영~ 회장님이 꼰대라서."

"이 자식."

 

그렇게 집안에 합격통보는 이루어졌고,

난 말끔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노곤해서 잠깐 잠들었는데,

꿈에 그 목도리 아가씨가 나와서, K수린씨. 제가 수린씨 멘토예요.

홍알홍알~


"오빵"

일주일 만인가.

 

"꺄꿍. 빨랑 오긔. 오늘 완죤 추워."

 "어어 준비완료. 잽싸아게."

 

"라면?"

"에에에~ 오빵은 내꼬얌 이제부텀."

"그러시든가."

 

"부탁 하나 들어줘야 되는데. 선택권은 없어."

"그럴 때는 명령이라고 해야쥐. 뗴엑"

 

"오늘 울 엄마랑 만나줘야 하긔"

"싫다고 했자나."

"명령이야"

"아니. 난 별루."

-------------------------------------------

 

"어익후 울 딸이...."

"안녕하세요."

 

"울 딸이 버릇이 좀 없는데. 괜찮지?" 이쁘고. 싹싹하고.머리도 좋고."

"어머님을 꼭 빼 닮은 거 같아요."

"사주좀 줘보게."

"네에?"

"부르는 데에 대답하믄 됨이야. 시 일 월 년. 순서가 좀 이상하네."

"어머님 그거 완죤 무식쟁이가 맹근건데요."

"오오, 자네 점두 보나."

"아뇨 근데 좀 알아요."

"이게 울 보영이 껀데..."

"네에 필멸상이지요. 상대방을 죽이게 되는.:)"

"그래도?"

 

보영이가 더 이상의 대화를 차단해 주었다.

파자마가 펄럭 펄렁~ 아 구여버. 

 

"어머님... 겉절이는 생젓갈루다가 요로코롬."

"허~"

 

 

"내 딸이지만, 자네가 더 그림이 좋아. 한잔 하구."

"어우.... 엄마 나 짜잉나. 호호호."

"그래...... 보영아 김서방 좀 집에 보내 줘야지. 모하니. 보영아."

 

 

 

 

 

 

 

"뭐? 지은아 작전 성공인데, 다음이 모라구?"

 

"지은아 지은아 빨랑"

'하나도 안 변했네 수린이 오빠.'

 

 

"어 간거 아닌가. 수린이 오빠. 지금 꿈?"

  "챙긴 지갑 냐일 아침에 필요하대.

  "너 집었을 때 메시지 안 보냈?어. 흐이긍. 내 딸이지만. 깝깝따."

 

'따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은이가 좋아했던 때 기억이 살아나서.'

'저어. 보영아. 나 할말이 있는데.'

'그건 내일 해.'

 

불을 껐다면 더 좋았을까? 실핏줄 하나 하나 부풀어 오른 여체.

그 밤은 그렇게. 

'일단 내일 생각하자.'

 

"오빠. 오빠 지금 열한시야.... 오빠."

"엄마가 북어국 끓여 놓구 나갔어."

"응, 아라써 아랐따궁."

"울 오빠야는 이제부터 내꼬... 아 신나라."

"됐네요."

 

 

"어....  형.... 형?"

 

 

 

IV

 

"오빠. 나 보영이"

"풉. 나갈게."

일주일만이다. 지난주에 정말 허무하게 바빴는데,

지난주에는 찾아 오지를 않더라.

마치 내 일정을 알고 있는 것마냥.

여튼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긴 한 듯하다가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진지하게 얘기하다가

안드로메다로. 원래 그런거다.

난 그래서 보영이가 좋다. 마치 내가 지켜줘야만 될 거 같고.

다른 남자들은 괜히 이쁘다고 얽히면, 인생이 파탄날 거 같기도 하다.

일주일 안 보다 보니까, 달려오는 모습이 참 귀엽다.

 

"오빠~~ 오늘은 쿠퐁이 없어. 어쩌지?"

"그럼 더치로."

"지갑두 두구 왔어. 돈 꿔줄래?"

"앱카드로 결제하믄 되지 모. 오케이?"

"흥 그럼 우리 라면집 가자. 라면에 김밥 콜?"

"좋지 모. 난 떡볶이도 시켜 먹어야쥐~"

"오빠. 답지 않게 재롱두 부릴 줄 아네. 어우 구여버."

간만에 분식집에 갔다.

 

울 회사 여직원,임원할 거 없이 화삭히러 간다는

엄청 매운 떡볶이집.

명성전자는, 출퇴근도 자율 타임이고,

구내 식당도 좀 비싸지만 맛 좋고, 

뭐 굳이 나올 이유는 없지만,

겉보기만 그렇지. 나름 스트레스는 심하다. 

고과가 돈이기도 하지만,

다음해에 골치 아픈 프로젝을 배정 받기 때문이고,

인사 고과 점수도 그냥 평소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인게 더 크다.

여튼 재계 1위 회사답게 연봉이 쎄니깐. 떡볶이로 화풀이.

 

"OTTOL 분식? 오빠 이거 체인이야?"

"몰라. 아닐껄? 라면에 김밥? 콜?"

"당연하쥐."

"매운 정도 상중하가 있는데.... 어쩌실래요. 보영씨이."

"나 매운거 광이거등. 상"

 

주문표에 적는 방식이다.

요즘은 대부분 키오스크 메뉴판인데, 

메뉴판도 직접 갖다 내야 하고, 추가할 때도 걸린 메뉴판 걸어둔거 찾아서

추가할 거 써넣고 다시 내면 추가한 거 나온다.

 

"라면(상,하) 김밥(상,하), 떡볶이 (하). 쿨피스 하나."

"겁주는 거지?"

"먹어보믄 알아."

"나 알아 오빠 매운 음식 잘 안 먹는 거. 한번도 안 시키든데?"

"아 글쎄. 그건 보영이가 매운거 싫어하는 거 같아서...."

 원래 쟁반째로 먹는데, 뭐 그거 싫으면... 어찌 되었건 셀프야."

 

5번 테이블 나왔습니다. 탁자에 작은 LED 깜빡.

"받아 오자. 파란 쟁반이 보영이꺼. 내꺼는 흰색"

숟가락으로 국물을 퍼서, 입에 넣자마자. 뿜어 버린다.

"헉!"

원큐에 쫄아버린 보영이 김밥을 분해한다. 매운고추를 일일이 뽑아낸다.

그리고 한입.

"으으으으. 오빠으빠으빠 나 쿨피스"

"자 여기."

"울지마 보영아. 멜렁~"

그런데, 놀라운 건 한번 눈물을 뽑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먹는 보영이.

떡볶이까지 올킬.

"나 매운거 광이래두."

 

"잘 먹었습니다." 돈내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신혼인 거 같은데, 잘해 줘야겠어."

 

문밖을 나서 차세워둔 골목으로 가는데,

"오빠. 나 너무 매웠어. 오빠땜에 꾹 참은거야"

"어?........."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뽀뽀 자세다.

자연스레 키스가 되었다,

입이 얼마나 뜨거운 지.. 아니 온몸이 불덩이. 막 미안해졌다.

왠만한 매운거 잘먹는다는 치들도

두려워 한다는 그 라면을...

 

괜한 짓이었고, 너무 미안했다. 

 

VIII

 

"저 오빠 나 부탁이 하나 있어."

"..."

"지은이를 한번만 만나줘."

"난 누군 지 모르겠어."

"미안해. 부탁할게."

 

햇볕이 따스한 잔디밭을 보영이와 걸어 가는데,

둘다 할말은 없었다.

'혼자 만나는 편이 나을 거 같은데...'

'그럼 그렇게 해.'

 

"히야 수린이 오빠 이젠 비주얼이 멋있네."

"너두 얼추 비슷한 거 같긴한데, 잘 기억이..."

 

"혹시 나 고마워?"

"글쎄."

"나 한번만 안아주라."

"..."

"잘가."

 

 

"보영아 이 동네 쿠퐁은 없니?"

"미안. 있찌롱."

"거기 가서 밥묵자."

"수린이 오빠는 좀 그런 센치한 표정일 때, 완전 예술이야."

"그래? 이렇게?"

"피이." 

 

수린이는, 주머니속 십자가 문양의 약혼 반지를

보영이가 안 보는 사이, 조용히 잔디밭에 버렸다.

 

 

XI  에필로그

 

"아 도련님. 너무 오랜만이죠? 의사들이 다 못하겠대서

 길에다가 시간을 다 버렸어요. 많이 말랐죠? 헤헤헤~"

"형은 싫다고 했는데,아무래도 안 되겠다구 해서, 

 조카가 생겼는데, 태명은 벼리예요. 벼리야 삼춘. 작은 아버지인가?

 아몰랑 수린이 삼춘."

"벼리가 인사하네요."

"벼리는 너무 작아서, 아직 너어무 쬐끔해서 제가 죽으면 같이 죽는대요. 아 슬퍼."

"헤헤헤~ 살아야 되는데, 좀 무섭네요. 꼭 살아날거예요.

"형 많이 힘들어 할거 같은데, 수린이 도련님이 잘 챙겨 주긔. 약속!!! 벼라 삼춘이 약속해따 약속!!"

"좀 자다가 깨서, 벼리랑... 헤헤헤. 도련님? 우리 빈이씨 좀 꼭."

"너무 떨려 너무 떨려. 빠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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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아 실패했다"

"네 형수가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못한다."

형은 형수 얼굴에 립스틱으로 우스꽝 스럽게 삐에로를 그려 놓았다. 형답다.

"난 나를 저주하고, 신을 저주하고. 나를 저주하고 신을 저주하고 명성을 저주한다."

"아니다 많다 나만 저주한다."

"갈께."

파란 바다의 파도가 닿을 때까지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형 그러면 안돼!!! 형~ 나 다 왔단 말야."

 

병원에 도착해서, 처리할 거 처리하고 나서

수술 장면과 CCTV 녹화본을 보면서

형이 무슨 행동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 지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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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 이거 보여 드리려고, 명성 좀 다녔습니다."

"형두 아저씨 되게 좋아했는데."

"형 영상은, 아버지,어머니는 몰라요."

 "수린아 그건...에이~ 미안하게 됐다."

"저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그래 아버지께 안부 전해라."

"네에"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뒤돌아 보지 않고, 미닫이 문을 밀어 열고.걸어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은이의 헤어지자는 말에 동의한다고 메시지를 쳤다.

 

 

'내가 지은이와 실랭이를 할 시간에, 형,형수와 붙어 다니는게 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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