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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앞집그녀

by MDabsurd 2022. 5. 12.

I

 

푸르른 봄인데, 자꾸 졸린다.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려고 반팔티에 얇은 재킷.

 

봄바람이 향긋하다. 햇볕이 따사롭고.

 

공원 벤치에 기대 앉아 맛펀을 훑어 보는데,

역시나. 온통 스팸 뿐. 

아니다 하나가 있다. 

 

that's it.

 

당첨!! 라디오 사연 쓰기에 당첨.. 우하하하하

상품이 뭐였더라 스크롤을 내려본다.

김치냉장고? 기억이 났다. 2등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었는데.

망했다. 그 글은 정말 작정하고 쓴 글이었는데.

1등이라니.

김치냉장고를 어디다 둘지 고민해 본다. 없다.

팔아야 되는데 귀찮다.

 

식구들에 전화해서 보내겠다고 하기가 좀 껄끄럽다.

 

'생각을 해야 한다'

 

봄바람이 볼에 스치운다 벚꽃잎이 날리우고.

그러했다 난 역시. 운 좋은 사내다.

눈을 감았다 뜨는데, 비친 풍경... 앞집여자다.

 

모든게 명쾌해 졌다.

앞집 주소를 따서 보내기로 한다.

 

앞집 여자는 늘 밝은 외모인데두 눈빛이 우울하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김치를 담그지는 않겠지만,  그건 내가 담가주면서. 후훗~

 

김치를 안 먹는 스타일이어도,

김치 냉장고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공짠데 싫어하지는 않겠지 자위해 본다.

좋아해야 할 텐데.

 

"저어 여기요."

"네에?"

"저어 앞집에 사는데요."

"네에 아는데요."

"내일이나 모레쯤 김치 냉장고 한대 갈거예요." 

"네에? 뭐라구요?"

"김치 냉장고 한대 배달될 거라구요."

옆에 와서 앉는다.

"그니깐. 그게 왜?"

주절 주절... 

"저두 그 라디오 가끔 듣는데, 그 내용 들었네욤. 푸푸푸"

"네에?"

"역시 개구라였구나. 뭔가 수상했어."

"진짜로 들으셨다구요?"

"아니오 뻥인데요. 하하하"

밝게 웃는 그녀의 목이 하얗게 빛난다.

"김치 냉장고는 받아 써주셔요. 제 집에는 지금 공간이 도저히."

"공간이라....."

"그냥 책이 좀 많아요. 오디오도 좀..."

"방에 놓으면 되지 않나 방 세칸집일텐데?"

"책이 좀 되게 많아요... "

"함 가봐도 될까요?"

"네에?"

 

그녀는 왠지 대담하다. 내손을 잡고 이끈다.

난 끌려 간다. 내려간다

안고 싶어진다.

 

 

II

 

"띵동...띵동"

"네에 누구세요?"

"김치 냉장고 배달인데요."

"네에?"

"냉장고요!"

다소 좀 퉁명스럽다. 2층이라서 그런가.

 

"저어 여기쯤.."

대강 둘러보던 기사 양반... 분위기상 혼자 사는 거 같은가 보다.

"일단 설치하면 움직이기 힘드실테니. 정확하게 말씀하세요."

"여기 비워 놨자나요. 여기."

 

"설치비나 배달비 있나요? 현금은 없는데. 메시지도 안 주고 오시네요."

"없어요. 이거 한시간 쯤 있다가 켜세요."

 

"스티로폼 같은 건 가지구 갈까요?"

"네에. 그래 주시면 좋죠. 상자도."

"네에. 이거 설명서 읽어 보시면 쉽게 이해 되실 거예요. 젊으시니깐."

"네에 그러죠. 고맙습니다."

"이건 명함인데, 문제 있으면 연락 주시고, 혹시 서비스 만족도 별점 다섯개 주실꺼죠?"

"아 네에. 당근!!! 홧팅!!!"

 

일단 모델명을... 뜨헉 250마넌 짜리다.

뭐가 이리 비싸대.

이로써, 난 냉장고가 두개가 되었다. 난 가전제품 잘 안 쓰지만,

냉장고는 늘 이거저거 빡빡했는데 잘 되었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는 어머니가 틈틈이 바리바리 보내 주셔서

이만저만 난감하지 않았는데.

 

 

설명서는 다 읽었고, 어디 켜볼까? 

냉장고가 인사를 한다... 왜?

니가 쿠쿠냐?

소리는 꺼야겠다.

아니다 냅둬야지... 심심한데.

 

일단 이거저거 냉동실 빼구 줄줄이 옮긴다. 

우와 내 냉장고가 깨끗해 졌다.

버릴 건 좀 버려야쥐.

 

앞집 남자에 인사래도 해야 하는 걸까?

 

 

III

 

"저 앞집.."

문을 열어준다. 타이트한 차림새. 나름 섹시.

"저어... 냉장고 받았어요. 고마워서 와인한병."

"들어오실래요?"

"뭐..."

쭈삣거린다. 귀엽다

 

"흐아 진짜 대애박. 책이... "

"그렇다고 했자너요."

"이거 다 읽어 보셨어요?"

"거의?"

"뭐 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요. 정리가 안 되서."

"사서 알바 한명 쓰시든가요.... 어우 심하다."

"책 보러 오셨나요?"

"아 그건 아니구.. 와인 한병.... 냉장고가 좀 비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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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나 뭐 궁금한 게 있는데..."

"응?"

"250만원짜리 냉장고를 선물을 받았어.."

"뭔 소리?"

"됐구... 그 사람은 그걸 왜 날 줬을까?"

"좋아하나 부지 모."

"쫌 진지하게 말해봐."

"하룻밤은 자줘야 할 거 같네. 받았다면."

"역시 그런거지?"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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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영씨.. 이 원고 좀 봐줄래요? 재미있나?"

그리고 그는 쓰러져서 잠든다.

'와인은?'

숨소리가 참 애기스럽다. 새록새록 잘 자네.

원고를 들여다 보는데,

 

난 왠지 다가올 불길함이 느껴진다.



IV

 

책의 숲... 온통 책들이다.. 도대체.

원고를 읽는다. 빠져든다. 

어? 그냥 순간 끝났다. 주인공이 죽는다.

왜 죽는지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왜? 찾아야 해. 단서가 있겠지.'

'없어 없어'

'이런 제길. 두장이 더 있었군..'

주인공은 약속에 대한 배신을 

죽음으로 가시화하는 내용이군.

나는 거만하게 샤프를 들었다.

'음 요렇게..'

'그치 요러면 좀 이쁘지. 너무 우울해.'

'이쁘게 이쁘게'

참 잘 자네. 

밥이라도 해줄까 하고 냉장고를 열어본다.

우우우우 전부 술이다.

다음번에는 요리 재료를 사와야 겠다.

'다음번?'

그레이트한 생각이 번쩍.

오늘은 외식.

좀 이쁘게 차려 입구 와야쥐 놀라게. 

현관 비밀번호를 고친다. 2680으로

놀라겠지? 

 

집으로 돌아 왔다.

'아 옷이....'

'아 몰라 벗자. 흰 면티에 핫팬츠'

다리를 보다가 살짝 우울... 

하얀 운동화 이건 거의 쌔거다.

모자는 핑크... 이 정도면 귀엽다. 자화자찬. 

다시 돌아간다.

 

머리를 들어 무릎위에 놓구.

"저어..."

"응?"

"저어 원고 다 읽어 봤는데요."

"아 네에.. 제가 졸았군요."

"아녜요 주무셨어요. 푸욱"

 

"우리 밥 먹으러 가요."

"근데 옷이 아까...."

"마법을 좀 걸었어요."

 

너무 진도가 빠른 것도 같았지만,

난 그의 팔짱을 낀다. 부빈다.

얼굴 빨개지는게 귀엽다.

 

 

V

 

"저 뭐라고 불러야 되나요?"

"네에? 아...."

"..."

"저 수린이라고 해요. 김수린."

"전 보영이예요 피보영... 아 농담.. 박보영이요."

왠지 향긋하다. 여자 내음이란.

뛰자고 한다. 우잉?

손을 잡고 뛰는데. 난 좀 겸연쩍다.

"왜요? 갑자기."

멈춘다 그녀가.

난 그녀의 향기에 몽롱해졌다.

'이건 아닌데....'

"여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집."

"네에?"

파스타집이 있긴 한건가...둘러본다.

손을 잡고 끌구 계단 아래로 향한다.

파스타집이 지하실에 있기도 하든가.

 

"어 보영씨.. 남친?"

"아니예요.. 단골 시켜줄라구요. 호객행위."

난 피식 웃는다. 인테리어는 좋다... 예상외로 홀도 넓다. 

제일 외진 구석 자리로 날 데려다 앉힌다.

"여기 있어봐요... 제가 여기서 일을 좀 했어요. 예전에."

"아 네."

 

담배가 피고 싶어진다. 

손님은 없다. 재떨이로 보이는 게 있긴 한데. 그냥 참아야지.

 

"짜잔...전채는 빼구... 파스타만."

"전...."

난 파스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어 서서 또 간다.

"짜잔... 이건 특급 가성비 와인."

 

여튼 봉골레다... 

"혹시 이거 직접 조리해 왔나요?"

"제가요?"

"응"

"저 요리 못해요."

"아 네에."

 

난 왠지 보영이에 다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와인은 말대로 정말 나이스했다.

 

그녀는 내 옆으로 앉아 묻는다.

"저어."

나는 나도 모르게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크리미 키스. 뒤끝에 쌈싸름한 와인향이 감긴다.

그녀는 놀라지도 않는다. 예상했다는 듯.

"어 미안해요."

"그냥 우리 친구할래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불길하다 불길해.

 

돌아오는 길은, 어스륵 해가 지고 있었다.

보영씨는 아니 앞집그녀님은 내 팔에 계속 감기어 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난 그게 연기임을 안다.

 

"저 수린씨?"

"네에?"

"왜 놀래요?"

"아니..."

난 순간 움찔했다. 응큼한 생각을 했나 보다.

"원고에 제 평을 적어 뒀어요."

"아아~"

"뭐 그냥 제 생각."

"가서 읽어볼 게요."

"글은 참 재미 있었어요. 다 왔네요. 그럼 빠이"

"네네."

그녀 아니 보영이는 차분히 평을 적어두었는데 글씨체가 이쁘다.

'뭐 이건 그 뜻은 아닌데...'

여튼 대부분은 그녀가 옳다 아니 보영이.

 

참 꼼꼼하게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웠다.

내일은 커피 한잔이라도 사다 줘야지.

 

VI

 

"어 수린씨?"

"토요일이래서... 설마 어디 안 갈꺼 같아서."

 

웃는다... 성공이다.

"어... 집은 좀 지저분해서 나가요.. 좀 기다리세요.. 3분?"

"넹"

다시 문이 열렸다

"그냥 들어오세요."

"넹"

 

"이거 이거 그 냉장고."

"아네. 디자인은 이쁘군요."

"네에. 좀 살아나죠?"

"그렇네요."

 

난 소파에 잠시 앉는다.

방으로 들어간 그녀 아니 보영씨.

 

"저 오늘은 저쪽 공원에 갈래요?"

"네 어디?"

손을 잡는데 보드랍다...

볕이 살짝 따가운데.

그녀가 노브라임을 알게 되었다. 젊다는 거.

탱글한 복숭아 향이 어우러진다.

"저저 보영씨.

 여기 맛있어요... 쥬스..."

"전 레몬요."

난 딸기를 시킨다.

 

빨대를 빠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는, 

"수린 오빠는 무슨 일 해?"

'오빠?' 기분이 좋다.

"나 웹소설 작가. 일러스트도 좀 그려."

"근데 오빠차 비틀 맞아?"

"어? 그건 어뜨케"

"나름 인기작가인가 보네."

"그건 아니고......"

 

촐랑촐랑 뛰어간다. 

'넌 허리가 좀 굵어 보여.'

막 달려온다.

'왜?'

갑자기 안긴다.

 

불길해 불길해.

 

 

VII

 

카톡카톡

"현관 비밀번호 2680 이예요. 제가 좀 바꿨어요"

"참 대단히 일찍 가르쳐 주시네요. 지금 기둥 타고 올라 들어 왔음"

"미안 ㅜㅜ"

 

보영이는 밝다. 만나면 나도 밝아진다.

 

"오늘 저녁에, 같이 먹을래요?"

"뭘요?"

"저 잘 아는 냉면집 있어요."

 

이 동네 잘 하는 냉면집이라면 거기다...신라왕갈비

소갈비를 사달라는 소리려니.

"네에. 그럼 있다가 봐요."

"아니요... 지금 집앞. 2680"

들어온다.

"나가요."

살짝 대담하다고 느낀다. 

난 반바지 난닝구 차림...

"잠깐만... 옷 좀 입구..요."

옷을 입는 동안 보영이는 티비를 켠다.

까르르... 박장대소. 뭐길래.

냉면 먹방이다... 도무지 왜 웃은 건 지.

"왜 웃었나요?"

"아니예요... 아 저느마가 ... 냉면 한 사발을 원큐에 입에 넣겠다고 우겨서."

"넣었었나요?"

"아니요 실패 했어요. 뿜어냈어요."

"네에 별별 예능이 다 있군요."

"그러게요... 얼렁 나가요. 냉면 먹으러"

 

이상하다 신라왕갈비 방향 반대?

"좀 걸어야 되요."

"네.."

팔짱을 낀다 내가 만만한가. 뭐 좋다 이 느낌.

"저 보영씨는 무슨 일 해요?"

"후후... 다해요. 이거저거."

"응?"

"과외 선생이 제일 수입이 많구, 메이크업도 하고. 뭐 돈되는건 다 해요. "

"아"

"이번엔 저기 세븐일레븐 야간 알바도 잡았어요. 제가 좀 외모가... 이쁘나요?"

"아. 그럼요."

 

보영이는 이쁘다. 귀엽살스럽게 이쁘다. 호감형.

게다가 애교있는 태도와 목소리가.... 난 녹는다. 우우우

 

"여기!!!"

15분을 걸어서 도착한 곳

"Ivy azit"

나원참... 뭐 간판이 이래...

"어 왔어 언니? 옆은?"

"형부라 해라.. 따샤"

"풉."

"냉면 줘. 아참 수린씨... 이집은 비냉인데... 괜찮아요? 꽤 매운데."

"아 네 뭐."

"쫄면두 끝내 줘여."

"그럼 전 쫄면시켜서 나눠 먹을까요?"

"어우 수린씨는 너무 똑똑해."

"얘야. 쫄면 하나 비냉 하나 대령하렴. 에헴."

"예이~ 성은이~"

 

"제 친구예요 한살 어리긴 한데... "

"인테리어가 분식집류는 아닌데..."

"글쎄요. 일단 대학생들 상대로 하는 상권이래서."

"뭐..."

"저래 뵈도 셰프류예요. 여어 이셰프 최대한 맛있게 해주게나.. 하하하"

"예이."

"스테이크도 되겠나?"

"응? 언니? 지금?"

"안돼?"

"대령합죠."

"스테이크? 진짜루요?"

"네에. 실력 녹슬면 안되자나요."

"보영씨가 결제 하셔야 할꺼 같은뎅."

"시른데요?"

 

"설마 와인도 있나요?"

"네에? 네에."

"여기 분식집 맞아요?"

"네에? 네에"

이상한 분식집이다...

대강 내용은 낮에는 학생들에 분식 팔고

밤에는 본업이다.

메뉴판도 두 개가 다르다.

분식 메뉴, 본 메뉴.

티본 스테이크 7만원... 와인 13만원 제일싼게.

인테리어가 진실이었다.  

 

"어우. 맵다."

"나두 매운데...."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어?

화끈거리는 혀를 혀로 감싸 들어온다. 

떨치지를 못하겠다.

"맛있지? 쟤가 요리는 천부적인 재질이야."

"응"

"저 여기 티본 미디엄 레어. 앞접시 드릴게요."

두툼하다. 우와. 

"어어.. "

"왜?"

"셰프님. 미국에서 사셨나요?"

나는 물어본다.

"네에? 그걸 어떻게."

"아녜요. 그냥 겐또 쳐 봤어요. 시카고??"

"와우...무당이삼?"

 

와인 한병 아무거나 가져 오라고 시킨다.

스파클링을?

문앞 푯말은 closed로 바뀌었다.

이름은 지은이다.

먹던 냉면, 쫄면은 다 치워졌고...

 

촛불이 하나 나온다.

"밤에는 촛불 식탁이예요."

글구 보니 밖이 어수룩 해진다.

보영이가 피식 웃는다.

"왜 웃죠?"

"그냥 재밌어서. 지은이 이쁘죠? 솔직히?"

"네에?"

"지은이가 요리를 하게 된건 말예요."

"언니!!!!"

"아아~"

"그 레파토리 좀 그만해 줄래?"

"후후후~"

"뭔데요?"

"됐어요 나중에."

"언니!!!!"

 

보영이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율동을 한다.

 

한꼬마 두꼬마 세꼬마 인디언.

네꼬마......

 

난 멍해졌다. 하지만 이쁘다 보영이는.

 

"저 일루 오세요. 같이 먹어요. 지은 셰프님?"

 

"그러지 마시고, 와인이라도."

 

인디언 춤 추던 보영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불길하다 불길해.

 

 

VIII

 

"저 어제..."

난 기억이 없다.

"정말 좋았어. 짐승 옵"

기억이... 밀고 들어가 그녀의 방에서...쩝.

 

"술이 좀 과해서."

"후후... 거기 포도주 30도짜리야.... 들이 붓더만."

"어 좀 취했었나 보네."

"난 어땠어?"

"어?"

영상이 떠오른다.

"좀 자극적?"

"나 야했어?"

보영이도 취했었으리라. 못지 않게 부었으니.

"나 지금 머리가 띵해서...."

"우리 해장하러 가까?"

"아니 쉬고 싶어."

"잠깐만.... 배민해장국 시킬껀데.... 오빠집 주소가..."

"나 좀 씻어야 되는데..."

"그냥 와 울집으로 개아나. 시킨다!! 콩나물? 선지? 뼈?"

"나 선지."

"아라써. 빨랑와."

대강 머리 감고, 세수하고 나선다.

나서 봐야 앞집.

오늘은 그녀를 골려볼 생각이다. 

"반말해도 됨이야?"

"당근!!"

"보영아 어제는 말야..."

"어제 얘기는 하지 말긔. 나두 좀 술이 되서."

"어 그래."

"오늘은 어때?"

 

"띵동."

"네에..~"

보영이는 선지 해장국도 잘 먹는다.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저어 있자나..."

"응?"

"콘돔은 하구 해주면 좋겠어."

"어? 어."

그녀의 침실은 온통 하얗다... 그래 그랬다.

푹신한 침대... 하늘하늘한 커튼.

"일루와."

"어? 어."

"오빠는....아니다..."

귀에 간질인다. 뭐라는 소리인 지.

 

IX

 

"오빠는 결혼 안해 봤어? 난 안했구."

"아 ... 나 해봤었어."

"어떻게 됐는데?"

"죽더라."

"왜?"

"쩝 기억하기 싫지만, 차를 한대 뽑아줬는데.... "

"..."

"운전을 잘 못했어. 애랑 같이 죽었어. 덤프트럭이랑 정면 추돌"

"..."

"그게 좀... 살짝 다투었는데, 처가에 간다고..."

"아 미안 괜한걸 물었네."

"벌써 5년 되었나... 6년?"

"응"

토닥토닥 내 등을 어룬다. 손길이 따스하다고 느낀다.

난 보영이를 밀어 눕힌다. 불쑥 동한다. 왠지 그래야 되겠다 싶다.

그녀의 뽀얀 살결이 빛난다.

"콘돔 저기 서랍에."

"아."

"이상한 생각은 말어... 그냥 오늘 사온 거야."

"뭐 상관 없어."

좀 빨리 끝났다. 오랜만이라서. 

"이 짐승 같은 늠. 한대 맞아라." 하며,

내 엉덩이를 찰싹. 

"어허..."

보영이는 유난히 살결이 투명하다. 핏줄이 다 드러난다.

여즉 푸른 정맥이 떨리고 있었다.

 

"오늘은 나랑 같이 있어줄래?"

"그러지 뭐."

"그냥 같이 있구 싶어."

"그런데두."

"좀 쉬어... 나 좀 씻구 올게."

"같이 씻을까?"

"뭐 그래두 되구..."

땀을 좀 많이 흘렸다. 침대가 흥건하다. 

"히야 보영이 똥배 있네."

"어? 없어."

숨을 콱 들이쉬는 보영이 모습이 귀여웠다.

"농담 농담."

"쳇. 그러는 수린씨는 뻔디기네."

"풉 좋아할 땐 언제고."

"누가? 내가?"

우리는 서로를 씻겨 준다. 섬세한 손길을 느끼며.

 

"저 있자나...."

"응?"

"난 운전 잘해."

 

X

 

카톡카톡

"나와. 요."

아침부터 날벼락.

그녀가 차에 타란다... 난 추리닝 차림인데..

그녀 차는 쿠페다.

봄날씨는 싱그럽다. 난 좌석을 조금 눕힌다.

"음악이나 좀 틀구 가자."

그녀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볼 요량.

"쇼팽이네. 피아노곡 좋아해?"

"아니 별로... 나 가요 댄스곡 좋아해. 그냥 좀 있어 보일라공. 후후."

"그럼 내가 찾아봐도 됨이야?"

"아니 그러지마... 유치뽕짝이거덩."

"아무리 그래도 이분위기에 베토벤은 쫌."

"그냥 들어. 뭐 좋구만."

어디로 가는 중인 지 난 모르겠다.

"여긴 어디?"

"울 집."

"어?"

점잖은 50대 아짐 한분이 나온다.

"왔어."

난 나도 모르게 꾸벅 인사.

분위기가 묘하다. 어머니?

"아 울 고모."

"아 고모님."

청평에 사시는 군.

말이 없으시다. 내가 맘에 안 드시나 보다.

평상에 앉았다. 

"공기는 완전 좋네."

"그치?"

"소곤소곤 근데 고모님이 나 별루이신가봐."

"아닐껄?"

아니었다. 술판이 벌어졌다. 김치전, 도토리묵, 막걸리.

노래도 부르신다. 아이구 왈츠두 춘다... 몸빼 고모님과 왈츠라니.

여튼 분위기는 유쾌하다.

"자구 갈꺼지?"

"아니... 그건 좀. 아직은.....그런 사이 아냐."

그러구 보니, 보영이는 술을 안 마셨다.

"갈게." "수린씨 이제 가요."

"응? 응. 그럼 안녕히 계셔요."

"잘 가시게... 울 보영이 좀 잘 부탁해. 홧팅."

뭔가 한 보따리를 챙겨 주신다.

"이거 밑반찬 좀 챙겼어. 잡채는 가자마자 먹어."

 

 

"그냥 가끔씩 와. 생각날 때마다."

"응. 예상 외로 착한면이 있군."

"피.. 나 착해."

"아 그렇대두."

"착하대두."

"후후, 약간 당황했었어."

"알아 표정 봤어."

"미리 말하지."

"그럼 싫다고 할까 봐서."

"어차피 지나간 일... 근데 나 가족들에 소개 시킬 정도야?"

"어? 고모가 저래 뵈도, 사람 보는 눈이...."

"아 테스트 당한 거구나?"

"뭐 대강 그런 셈."

"결과는?"

"이따가 전화해 봐야쥐."

"아."

"나 사실 심하게 배신 당한 적이 있어서... 약속 했거든."

"..."

"그 때 고모가 계속 말렸어. 믿지 말라고... 다음번에 꼭 먼저 델구 와보라구."

"..."

"뭐 좀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뭐."

"설마 실망했어?"

"아니. 난 결혼두 했었는데 뭘.... 테스트 통과나 되었으면 싶네."

"내 생각엔 탈락... "

"왜?"

"뻥이거덩?"

 

보영이는 정말 운전을 잘한다. 아주 부드럽게.

 

XI

 

신호에 선다.

"오빠. 수린씨? 혹시 나 좋아해줄래?"

"어? 좋아하구 있자나."

"아니 그런거 말구.. 좀 깊숙이. 진지하게."

잠시 생각에 든다... 뒤에서 클락션 빵빵.

"신호..!"

"약속할래? 나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그건 힘들껄? 나 대단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거 말구. 에이."

"뭐 그래 약속 뭔지는 몰라도."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눈물이 날린다.

'왜 우는 건데?'

"어디 들를까? 좀 오래 왔더니 배고파."

"난 안 고픈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 그럼 고문할 테다...바지락 칼국수"

"난 안 먹을테얌."

"먹게 되어 있어. 엄청 맛있거든."

주차장이 넓다... 맛집이려나 싶다.

"어 보영아."

"네 언니.."

"남친?"

씨익 웃는 보영의 얼굴이 밝다.

오늘 아주 동네방네 상견례 중.

"칼국수 주세요 양은 쬐끔만 주셔도 되요."

"쬐끔 달란 소리야. 많이 달란 소리야."

"쬐끔."

"알았어."

나온 칼국수는 내 눈엔 3인분이다.

"나 아무래도 오빠보다는 수린씨가 더 친근한데..."

"아무렇게나."

"수린씨.. 내가 떠줄게."

예전 와이프도 늘 떠주긴 했다... 와이프는 잊혀진 기억인 줄 알았는데.

또 기어 올라온다. 

"어 무슨 생각 지금 먹어야 해 뿔믄 별루."

"어어어~"

바지락이 원체 많이 들어가서 맛은 있다.

"여기 조개 맛있지? 신선하고."

"어? 어. 익힌 건데 신선까지는."

"나 사랑해 줄꺼야?"

갑자기 당황스러운 공격. 처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텐데...

"사랑해 가는 중이야."

"고마워. 이 집 맛있지?"

"응"

난 그만 먹구 싶었는데 한 그릇을 또 퍼준다.

"자아 여기... 우리 이거 다 먹어야 해."

우울하다 우울해. 

"보영씨가 다 흡입해 주면 좋겠네. 나 배부른데."

"이걸? 나 살쪄서 안돼."

아직 반도 더 남았다.

"저 여기요... 다대기 좀 주세요. 그리구 소주 한병 참이슬루요 빨간거."

"술은 왜?"

"폭식할 때는 술이 필요해."

"풉"

 

보영이가 고개를 숙이고 살짝 웃는데, 왠지 행복해진다.

 

XII

 

봄바람이 선들 선들... 보영이가 살짝 추운가 싶다.

"히터 좀 켤까."

"아니. 나 운전하면 살짝 땀나."

"운전 잘 하는 거 알았으니깐.... 내가 할까?"

"수린씨 술 마셨자너 안돼."

"다 깼어."

"저어... 나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어?"

"카섹?"

"야 그건 좀..."

"그지?"

차를 컴컴한 공터에 세운다. 

"나..."

보영이는 안전벨트를 푼다. 저항할 수가 없다.

움쩍달싹을 못하겠다. 내 벨트는 안 풀려서.

서로 살짝 멋쩍은 교류.

"저 나...."

"그냥 해."

그리고 정적. 

"집에 가자."

난 그녀의 허리를 감싼다...

"쪼끔만 이대로 있어 줄래?"

"나 사실 오빠 애 가지고 싶다?"

갑자기 멍해져 온다... 내 아이... 순간 또 정적. 

"난 운전 잘 해서 괜찮아."

"우리 결혼할래?"

"그건 생각 좀... 아니... 고모 의견 좀 들어 보구."

"생각보다 의존형이네."

"그건 아냐... 난 맘 정했어."

 

 

카톡

"보영아... 오늘 델고 온 그 녀석 사주 좀 보내 봐라."

"사주?"

"너 같이 잤지?"

"뭐 젊으니깐?"

"좋아하니?"

"어 좀 많이."

"사주 따서 보내 봐... "

"좀 부담스러운데...."

 

 

 

"저 수린씨는 생일이 언제야? 나이는?"

"갑자기 그건 왜?"

"점 좀 볼려구. 이런 거 싫어?"

"풉. 궁합이라도 보게?"

"아니? 그건 아니구."

 

보영이는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정곡이다.

"자시야."

"오빠. 아니 수린씨... 나 사랑해 줄 자신 있어?"

"너 무슨 불치병이래두 있니? 왜 그래?"

"아니 난... "

보영이는 또 눈물이 글썽인다... 전번 그늠이 참 많이 아프게 했나보다 싶다.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다가 턱을 괴고. 난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러지마 부담스러워."

"그냥 보구 싶어서... 오빠 사진 하나 가지고 싶은데...."

 

 

"뭘 얼마나 아프게 했니? 그느마."

"아.... 정략 결혼? 정혼자가 있었어. 그리고 마마보이."

"풉~ 넌 그치 뭐가 좋았는데?"

"글쎄... 키우는 재미?"

"많이 좋아했니?"

"아마도?"

"그러쿤... 그럼 혹시 돌아오면 날 떠나겠네?"

"그럴지도?"

 

카톡카톡

"너랑 딱이랜다."

"진짜?"

"뭐 내 눈에도 사람은 쓸만 하더라만..."

"어 오케이."

 

 

 

"이거 볼래?"

"풉"

"나한테 청혼해 줄래?"

 

또 스친다 불길함이.

 

"어어? 지은아 ..."

"응?"

"니가 여기 왜?"

"여기 내 친구가 하는데... 여기 사장인데."

지은이는 독특하다. 내 옆에 앉아 버린다.

"보영아... 너 이 오빠는 앙대."

"뭐?"

팔짱을 낀다. 난 팔을 빼려는데. 더 움킨다.

내 인상이 일그러진다. 

'살려줘 보영아'

"이거 봐 이거 봐. 못 뿌리치자너... 안돼. 심신미약이야."

"저 팔 좀 놔주실래요?"

"싫은데요?"

더 바싹 안기는 지은이.

보영이가 손을 내민다. 나는 잡는다. 당긴다.

"쳇." 

 

지은이는 자리를 떠난다. 우리는 일어선다.

손을 꼭 잡고.

"우리 집으로 가자."

"그래 오늘은 많이 피곤한 하루네."

"나두."

 

 

"와인 한병 할래? 나두 술 좀 마시고 싶었어."

"어?"

"김치 냉장고... 저거..."

"히야 이쁘네."

"열어봐."

와인병이 즐비...

"김치 냉장고가 와인 셀러여?"

"뭐 내맘. 반쪽은 열지마... 그 쪽은 좀 지저분."

"난 와인 잘 모르는데... "

"그냥 아무거나 해두 돼. 맛 다 비슷해."

 

코르크를 딴다. 

"치즈? 괜찮지?"

"뭐."

 

촛불을 켠다. 와인잔 촛불이라.... 나름 운치 있네.

조명을 껐다.

 

"나 수린씨 사랑해."

 

XIII

 

"뭐 하나 물어봐도 되려나..."

"안 할 것도 아니면서."

"지은이랑 나랑 누가 더 이뻐?"

왠지 이 분위기는 묘하다.

"외모는 지은이가 더 나아 보이."

"역시 그렇군."

"아니... 니가 더 이뻐."

"아니 오빠 말이 맞지 뭐."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촛불 아래에 조용히 반지 상자를 내민다.

"나 너 좋아해. 믿어줘."

보영이는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비싼거 아니야."

"이쁘네. 약지에 끼기엔 좀 가늘어."

"아.. 그거 새끼 발가락에 끼는 거야."

"아...... 미안."

"그리구 이건 발찌"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반지는?"

"그건 좀 나중에 해줄게."

 

 

"시켜 묵을까?"

"아니? 내가 해줄게 알리오 올리오..."

"마늘 없는데?"

"있던데?"

"그건 오래 된거야."

"괜찮아. 아까 봤어 재료 다 되든데..."

"맛 없으면 나랑 결혼해 줘야하는데?"

"맛 있을껄? 거부할 수 없어."

 

나는 살짝 고민을 한다.

 

뭔가 꼬투리를 잡을 걸 넣어야 겠다고.

 

 

XIV

 

"나.. 재혼인데, 괘아나?"

"아니."

"역시 좀 글치?"

"아니 오빤 잘 해서 좋아."

배시시 웃는데, 난 녹는다. 

"청혼할 꺼야?"

"받아줄래?"

"아니. 오빠는 재혼."

키득키득 웃는 보영이. 

"나랑 결혼하믄 배신하면 앙댐이야."

"지은이가 더 이쁜데..."

"우씨 너 맞을래?"

"넝.... 넝...."

길을 걷는다.. 밤길.

 

"나 다리 아프다.. 업어 줘."

"그냥 계속 아프면 앙대겐니?"

"나 무거워? 50도 앙대는데두?"

"업혀."

"수린씨. 결혼보다 나 수린씨 애가 가지고 싶어."

"그건 왜인지 난 모르겠네."

"그냥 굉장히 귀여운 애가 .... 아니 그냥 애를 가져 보구 싶어졌어."

"가져 본다? 그런 거 아닐껄? 무한책임이야."

"오빠 애는 아들이었어? 딸이었어?"

"그 얘기는 싫어."

"나 안 미안해. 알고 싶어."

"다음에..."

 

수린씨는 뭔가 말을 안하고 있는데, 난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수린씨의 가슴을 감싼다.

그리고 귓가에 바람을 넣는다.

"나 가볍지?"

"너 내려. 개무겁."

"매우 뛰어라. 매우... 마당쇠야."

"예이"

뛰긴 하는데 땀뻘뻘... 그날 밤의 기억.

 

XV

 

"오빠 내꺼 해줄래?"

"응"

"많이 아파?"

"아니."

 

"손 좀 줘 봐..."

보영이가 안긴다.

"윽"

"아프구나?"

 

"나가면, 112를 누르고 범행을 시인하구. 이거....."

"이게 뭔데?"

"아마도 집행 유예가 될꺼야. 내가 자살이라...."

"..."

"넌 아무 잘못이 없어. 이건 자살이야."

"..."

"녹음두 해줄게... 핸펀 녹음 켜봐. 일단 119 눌러."

"근데 진짜 죽어?"


"아마?"

"그럼 난?"

"잊어야즤"

"고마웠어."

"됐네요."

"진짜야."

"녹음기 빨랑.... 후우..."

 

 

 

"난 오늘... 자살하는 거구, 삶에 대해 아무 미련이 없다...."

"보영이는 내 모든 영혼을 걸고, 보호하구 싶은데."

"난 이제 곧 죽는다."

"지켜보겠다."

 

 

XVI 에필로그

 

"근데 말야.. 오빠는 못 잊었나?"

"후우."

"언니를 사랑했었어? 진짜?"

"아니 아이가 그리워."

"아 아이가 있었지?"

"응 이름이 승민이었어."

"그래... 많이 아팠었을 거 같긴 해."

"아팠다기 보다. 잊혀지지가 않아. 그 눈빛이."

"일루와 안아줄게."

"내가 운전을 했어야 했는데..."

보영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나는 눈물을 흘린다.

 


"괜찮아 괜찮아."

 

XVII (번외편 1)

 

난 주기적으로 수축하고 있었다.

정말 못 느끼는 건가..

 

"그냥 그만 하고... 막꼴려나 한잔 하자."

난 좀 실망이다.

내가 잘 못하는 지도.

"아니야."

"어? 뭐가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뭐가 아니냐고!"

"그냥 참은 거야."

 

"저 고모가... 꽉 잡으래."

"애는 둘이 생긴대."

"풉... 콘돔 쓰랠 때는 언제였더라."

"그거 나 취소..."

"아~"

"질퍽 거리네."

"쎄게 .... 더 쎄게."

"야 나 힘들어. 뭐 좀 먹구 하자"

"앙대 안에 해줘봐... 오늘 오빠 애 좀 맹글게."

"술먹구?"

"그냥... 제발 좀.. 닥치고."

모든게 무너져 내렸다. 

"저어 이건 미안... 잠깐....돌아바."

"아 쓰리다."

"미안해... 엄살 부리지는 말궁."

보영이 검지 손톱이 뒤로 제껴졌다.

"아 이거 모조...미안하대두."

"모조가 힘이 받나?"

"이 정도는?"

"그렇군."

 

"혹시 아이가 생기면, 결혼해줄래?"

"어? 아이 생기기 전에 하면 앙대? 오빠?"

"나랑 내일 가자.. 내 친구 신부 있어."

"성당?"

"왜 싫어?"

"그건 아닌데.... 나 교회 댕겨."

"그럼 두번 결혼할까? 나 다시 결혼하면 꼭 그 눔 앞에서 한다고 약속했어."

"아니야 고마워. 부모님 오시라 해도 될까?"

"고모님두 오시라 해. 근데 난 혼자. 울집두 부모님은 계셔."

"그럼 오빠야 부모님두 오시라고."

"아니... 됐어."

직감적으로 느꼈다. 스치는 눈빛으로. 

언니가 죽은 게 아마도 수린씨 부모님 탓인 듯.

"승민이라 했지?"

"어? 어."

토닥토닥 해준다. 운다.

난 이 사람을 가지게 될 거 같다. 근데 자꾸 불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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