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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잠자리 날다

by MDabsurd 2021. 12. 26.

이보게 ... 여기  좀 도와 주믄 안 되나?

그냥 지나치면서도 마음이 켕겼는데, 뒤에서 부른다 뜨끔하다.

 

"배달을 시키시지 그러셨어요."

 

쨍볕이 내리는 여름날 뭐 어쩌리..

어깨에 짊어진다. 15킬로는 되는 듯.

 

"저 이 안에 뭐가..."

웅얼웅얼..

"제가 따라 갈게요. 앞에서 걸으셔요."

셔츠가 온통 땀범벅... 

 

"여기야 여기."

'휴우 살았다.'

 

"여기 앞에 놓구 갈게요."

"잠깐 기다려 보게."

 

냉장고에서 박카스 하나를 꺼내 오신다.

"네 잘 먹을게요. 그럼."

 

'늦겠다.. 뛰어야 한다.' 

계속 덥다.

셔츠 뒷쪽을 바지춤에서 꺼냈다. 

흐이그 땀내음.

 

 

---------------------------------------------------------

 

"저 이게 기획안입니다."

"메일로 보고 검토해 봤는데요. 그건 그렇구. 땀이."

"좀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네에 뭐."

"저어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이 좀 애매합니다.

 저희 생각하고는 다른데."

"그 부분은 저희쪽도 좀 불분명입니다. 그래도

  객관적인 통계 데이타 기반입니다만."

"그럼 김수린 팀장님 주관적 생각은 어떤가요?"

"네에? 이쁘시네요."

씨익 웃는다.

 

"제가 가진 데이타를 약간 정도 보충해서 답변 드릴게요."

"네에 고맙습니다."

"월요일 저녁 어때요?"

"네에?"

"아니오 그 때 다시 이 건을 얘기해 보시자구요."

안경을 살짝 치켜 올리더니, 

"월요일 저녁 일곱시 여기서 다시 뵙죠."

"네에."

 

커피 한모금을 들이키더니.

"그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는 그녀.

젠장 되게 이쁘네... 요즘엔 다 이뻐.

 

결제를 하려는데 카운터에 선 커피점 아가씨가 씨익 웃는다.

"저어 셔츠에... 파뿌리 같은게.."

"네에?"

'흐이그 이 빌어먹을 할아방태...'

"그 옆쪽에도."

 

 

----------------------------------------------------------------

 

"여어 김대리... 세론전자껀 그거 여기에 태클..."

"거보세요... 그거 안 먹힌다고..."

"제발 닥쳐!"

"많이 깨지셨군요... 그봐요."

"꼬숩냐? 꼬수워?"

"근데 이해가 안 되지 않나?"

"뭐가요?"

"회사는 여긴데, 왜 여기서 만나제?"

"거야 모르죠. 요즘 뭐 그런게 있나요?"

"뭐 그렇긴 하지만...."

"알아서 들어가구... 응. 이따 메일로 전달해 줄게..."

"카톡으로 주세요."

"아라써... 얼렁 집에가."

"시른데요."

"아또왜.."

"여기가 더 시원하니깐."

"내가 간다 내가."

 

빌어먹을 파뿌리... 아 으휴...

 

내 차는 아반떼.. 6년째...

어찌 되었거나 애마다.

튜닝도 좀 했다. 게으른 은색이지만,

속은 다르다. 기차게 튕겨 나간다.

창을 다 내리고 좀 밟아본다.

이때가 난 참 행복하다.

셔츠를 풀어 헤친다.

아 나의 튼실한 대흉근. 

"카톡 카톡"

저 새론 L지은입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면 지금 좀 뵙고 싶은데요.

"끼익. 또왜!!!"

제기랄 봉급쟁이... 유턴.. 유턴... 

"40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40분후에 뵙죠."

 

 

"아 오셨군요."

"네에 39분... 휴우..."

"제가 한잔 살게요."

"네에?"

"아메리카노 아이스?"

"네에."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게 좋겠어요. 어 이유는..."

"..."

"이게 대강 다른 기획안의 골자예요. 이래야 말이 되서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인 질문인데, 결혼 하셨나요?"

"네에? 아니오?"

"그러실 줄 알았어요"

"여친은요?"

"아니오."

"그럼 저랑 사귈 생각은?"

 

당차다 도도하고 난 순간 머리가 돈다....

이 사업이 대강 60-100억짜린데.....

일단 튕겨보자.

 

"그냥 전 일만 좋아해서요."

"그러시구나."

커피 커피.

"저녁 살게요. 비싼데는 아니고 아웃백."

"제가 사지요."

"그럼 그러세요. 일어날까요?"

"네에."

 

"아 이건 .... 셔츠 한벌 샀어요"

이 여잔 왜 이럴까? 난 기억 데이타베이스를 다 뒤진다.

날 아는 거야?

삐에로가르숑? 이거... 이거... 삐에로가르숑 L지은?

아 모르겠다...

 

아웃백...

코끼리빵. 참 오랜만이다 아직도 이걸 주네.

"혹시 너!!!"

"네~에?"

"아닙니다 제가 아는 누구랑 비슷해서."

"누군데요?"

"아닙니다."

"말씀해 보세요."

그녀의 링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선물했던...

"소영이...."

"띵동."

"얼굴이 많이 바뀌었네."

"뭐 사는게 그렇지 뭐. 오빤 그대로야."

"양송이 스프 좋아했었지?"

"별걸 다 기억하네?"

 

아웃백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데이타베이스 검색...

벽치기 키스를 했었군.

"아직 결혼한 거 같지는 않군."

"아니. 이혼했어. 두달 걸렸어."

"아! 쏘리"

 

"저 있자나...."

"여기 있지 말고.  술한잔 하러 가자... 나 배불러.여긴 좀 시끄럽다."

"뭐 그러든지."

덥다 

 

"야 나 차 아까 거기에 세웠는데 어디까지 걷게?"

"좋은 술집 알아. 오랜만에 걸으니깐 좋은데.?"

 

"마르땡 더 브로이" 빌어먹을... 이게 왜 여기 있지?

"어어?"

"왔나."

"저어... 아까 그..." '빌어먹을 할아방태다 파뿌리 할아방태'

'느낌이 안 좋아.'

"오빠 여기는..."

'안다 알아... 내가 미안했다.'

"수린군.. 내가 명함 한장 줘도 되겠나. 여기."

새론전자 고문? 어쩔씨구리. L대용? 헉...

"아! 아! 저 몰라 뵀습니다."

"괜찮네."

"오빵 또 쫄았어? 울 아빤데."

어떻게 해야 하지? 60억...이라... 

"아깐 좀 미안했네."

"아닙니다!!"

"울 소영이가... 한번 결혼을 했었어. 괜찮지?"

"..."

뭐가 괜찮냐는 걸까?

보드카다. 

"원래 보드카는 한잔 하고 소금에 레몬인데 말야."

'그건 데낄라인데요.'

"울 소영이 어떤가 자네."

"..."

정말 짜증나는 부녀다... 흐이긍... 질러 본다.

"전 아직 젊어서 이혼녀는 별로..."

"그래 그게 좀 그렇지?"

"농담입니다."

소영이가 나를 감아 들어온다.

"한잔 더 하지... 데낄라 스트레이트 플러시"

"뭐 그러시죠."

한잔을 꺾고 인사하고, 소영이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섰다.

아 이 찜통... 더위..

"오빠 나..."

소영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

마르땡더블로이라.... 

소영이는 눈물이 번진다. 날 끌어 안았다.

'오빠 나...'

더 세게 끌어 안았다.

깊은 여름밤하늘 별이 높다. 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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