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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수230

먼등대 먼등대 벼리수 2021.06.23 바다가 온통 안개로 뒤덮였다. 그냥 걷다가 길을 잃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멀리 서있는 사파이어 빛이 감도는 등대 하나. 어차피 길을 못 찾을 거라면 등대 안에 들어 있자 싶어, 등대를 표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걷고, 안개 방울들이 붙잡는 듯 끈끈히 엉키는 느낌이었다. 막 헤치고 한걸음 나가려는데, 앞쪽으로 발자국이 생기지를 않았다. 계속 그자리. 톨썩 주저 앉아 눅눅한 담배를 한대 피우려고 불을 켰는데, 무언가 소리가 들려 왔다. 내쪽으로. '저기 불빛이 보여.' 아 다른 사람도 갇혔나 보다. 그러나 단 한명도 오지 않는다. 모두 안개가 붙잡고 있는듯 그렇게 담배를 한대 태우고 다시 걸으려고 일어섰다. 등대를 다시 응시했더니 이쪽으로 빛이 돌아올 차례인데, 거기.. 2021. 6. 23.
햇살 좋은 방 "혜정씨,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데, 졸음이 쏟아지네." "어젯밤에 아파서, 잠 한숨 못자는 거 같든데." 자그마한 2인 침대에 누워서, 혜정씨에게 무릎을 베고 싶다고, 졸라본다. 창밖에서 다소 눈부신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 오는데, 노곤하다. "그래 일루 와봐여. 울 낭군님." 쌔근쌔근. 금새 잠들어 버린다. 마치 아이처럼. 병치레를 오래하다 보니, 많이 늙었구나. 손톱을 잘라 주려다 그냥 자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침대 베개로 옮기고, 따뜻하게 덮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눈이 약간 부시게 따뜻한 햇살을 옆으로, 가게로 가볼 참이다. 주머니에는 2,680원 뿐. 뭐래도 살 수 있으려나. 안 되면 콩나물국이라도 끓여야 겠다. 그런데 마침 닭집을 지나려는데, 아주마이가 나를 부른.. 2021.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