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볕이 쨍쨍하다.
나는 여덟명의 어부(?)와 주방장 지은이를 벌어 먹여야 한다.
감은 이쪽인데, 그그저께도 그저께도 형편이 없었다.
한번 헛탕을 치면, 그날은 도루묵.
난 쫄개(?)들에 만선을 치면 20%씩 하루 임금을 더 쳐준다.
대강 한번 출항에 400만원은 인건비로 나간다.
아 오늘은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저 선장님..."
"어 지은아 왜?"
"저기 음식 창고에서요. 쥐를 두마리 잡았어요."
"쥐?"
"흐음... 네에 새끼쥐인데. 제가 그 선장님 야구방망이로 잡긴 했는데."
난 야구 선수 지망생이었다 한때.
그래서 조황이 안 좋으면 바다에 공을 날린다.
지은이가 그 야구 방망이로 쥐를 잡을 줄이야.
"그럼 음식물은 못쓰겠네."
"죄송해요."
"괜찮아. 한바퀴만 더 돌고 돌아가자."
"죄송해요."
이상하다. 또 안 잡힌다. 선원들 보기가 민망해 진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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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횟집에 들른다.. 그냥 인사겸.
술도 마실겸.
물론 혼자다.
"어 김사장."
눈이 찌부러진다.
"배선장~ 오랜만~"
"상수야 왜 니가 여기에? 서울 간대더니?"
"선장님 그게..."
"담배 한대 필까?"
"그래 피고 와."
"저 배선장님 배 타요."
"그랬군."
"저 좀 죄송하긴 한데... 그냥 돈 때문에."
"괜찮아 괜찮아."
상황은 알아챘다.
"저 선장님 정말 죄송해요."
"괜찮대두. 내가 돈을 좀 많이 못줬나 보지 뭐."
"죄송해요."
"아무래도 내 생각엔..."
"네?"
"가게 바로 앞에서 쌈박질 연기를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무슨 말씀?"
"그게 자연스러울 거 같아. 내가 너한테 욕을 좀 할게. 그리고 한대 살짝 치는 시늉을 할게."
"네?"
"그냥 너는 땅바닥에 눕기만 하면 될꺼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볼게."
"네."
일은 벌어졌고, 나름 연기는 배사장을 만족 시킨 듯 싶다.
그리고 술 몇잔을 섞은 뒤 나는 일어섰다.
"나갈게 배사장."
"낙화가 유수라더군."
뭔 소린 지.
"글구 내가 두살 많으니, 앞으론 형님이라고 해."
"뭐 그거야 해드리죠 행님."
"갈게 배선장."
"네 살펴 가세요. 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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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오늘은 제갈목으로 갑니다."
"저 거기는 물살이 좀 쎈데."
"그니깐 맘 단단히 잡으세요. 근데.... 오늘 날씨는 좋습니다."
"뭘 잡으시게요?"
"주낙 갈치외다."
"지은씨 쥐는 다 잡았죠?"
"넵 이번엔 확실."
"밥은 두끼면 될꺼예요. 밥은 선상 제육볶음."
"아 넵."
"재료는 실어둘 거니깐."
"네 늘 하던대로."
"갑시다... 지금 출항 바로 할게요."
"넵!!!!"
만선이다. 물론 하루 반나절 걸렸다. 두끼로 하기로 했는데.
네끼다.
"미안하우... 좀 늦었습니다. 돌아갑시다."
"좋은 치들이 많이 잡혀서 좀 값 좀 나가겠는데."
"응 이틀치 일당에 +20%"
"올레"
간만에 노랫소리가 난다. 그래도 메뉴는 제육볶음.
지은이는 내가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나 보다.
이번에는 짭짤하다 1200.
마눌이가 쫄래쫄래 나갔다 온다.
"삼겹살? 나랑 장난해?"
"회 먹을 것도 아니자너."
"그건 그래."
제육은 질렸다 한동안은 안 먹길.
'소고기는 안 해주나.'
"오늘은 나랑 응응 할래?"
"나 샤워하구 올께."
"일단 삼겹살 먹구 해."
"어? 그래."
"저 있자나... 내가 좀 알아 봤는데."
"응?"
"경매보다 인터넷 상점을 열어서 팔면, 대강 더 안정적으로 10%는 더 먹을 수 있는 것 같아."
"팔릴까?"
"좋은 물건들은 어떻게든 팔리지 싶어 오늘 갈치처럼."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다음번에 잡아 오면 쬐끔만 남겨줄게."
"응... 그래 해볼게."
마누라의 수완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온라인 매매에 매료 됐다.
"여보. 이번엔 다 줘봐."
"어? 그건 안돼. 경매는 해야 돼."
"그래 그럼 2/3."
"그럼 내가 경매장에서 무능한 선장이 되어야 되는데?"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가서 돈 자랑 해줄게. 배씨?"
"별걸 다 아네.. "
"상수씨는 잘 있대?"
"몰라. 배선장이 좀 야비한 구석이 있어서."
"상수씨 좋아했자나 울집에도 여러번 오고."
"간 놈을 어쩌니?"
"아직도 서운해?"
"너 아는게 왜 그리 많은데? 술이나 한잔 먹자."
"수린씨 말이야... 요즘 술이 많이 늘었어... "
"됐구 오늘도 만선 했자네.."
"그럼 상수씨에 전화해 봐. 오라구."
"그런 놈을 왜?"
"수린씨를 좋아 하던 듯."
"뭐 배라도 사주리?"
"우린 애가 없자나..."
"집어쳐 술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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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는 서울대 출신이다.
떡대도 좋고 얼굴도 아장하다.
나이는 띠동갑뻘.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배를 타겠다고 했을 때 확 땡겨서 태웠는데,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일은 굉장히 빨리 배워 나갔다.
그래서 내 밑에 두었는데,
솔직히는 내가 아는 걸 거의 다 말해 주었다.
그는 빨랐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서울로 가겠다면 떠났다.
난 허무했다.
'역시 서울대치가 있을 자리는 아니군.'
한동안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배씨라니... 후우.
그리 본다. 배씨에게 간 이유는 더 다른 걸 배우러 갔다고.
내가 다시 불러오면 그는 이중간첩 박쥐가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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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장님... 여기.... 여기"
갑자기 상어 한마리가 끌어 올라 왔다.
난 그물을 풀어서 놓아줄까 하다가
망치를 들구와 대구빡을 부숴 버렸다.
"오늘은 상어 고기 좀 먹어보자. 지은아 이쪽은 익혀줄래?"
"쪄요 구워요? 전 처음인데....."
"찔 수도 있니? 이렇게 큰 걸... 잘라서 구우렴... 간은 좀 쎄게 써야 할꺼야."
"아 네."
"포는 자네가 뜨게나."
"네 선장님"
"맛은 있나요?"
"뭐 별로? 삼겹살이 낫지."
전부들 씨익 웃는다.
"어 잠깐만"
나는 지은이 구경을 한다. 상어고기가 뭐가 다르다고 막 뒤집으며 익힌다.
"소금 쳤니?"
"네에."
"좀 퍽퍽할 수도 있겠다."
"맛 봐 주실래요?"
"아니. 난 생선류는 정말 별루... 30년동안 먹어서."
"아 네."
"지은아... 이건 좀 그런 이야긴데..."
"네?"
"너 부모님 없고 자취 하자너... 울집 들어와서 내 딸 비슷하게 해볼래?"
"??"
"울집에는 애가 없어서 와이프랑 둘다 좀 서먹해."
"생각해 볼게요."
"방값은 안 받구 밥은 무료야."
"그럼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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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너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고 했지?"
"네에?"
"대학 가볼래?"
"네에?"
와이프가 지은이를 이쁘게 본 모양. 난 그저 빙그시 웃는다.
"전 공부 안 한 지 좀 되서."
"지금 23살이자너?"
"그건 그런데...."
"배 타는 일은 그만하구 대학 가자."
딸아이가 생긴 듯 하다.
와이프도 무척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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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삼년여를 시험관 시술이니 뭐니 다 해 봤지만
모체 거부 반응으로 전부 죽어 나갔다.
와이프는 늘 그 부분을 미안해 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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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는 모시조개 칼국수"
"맛있군"
"저두요"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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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죽었다.
교통사고로.
그냥 내 배에 태우고 다녀야 했던 걸까?
와이프는 쓰러진 이후로 의식이 없다.
과연 인생이란 뭐였일까?
난 오늘도 어부들을 데리고 배를 탄다.
왜 자꾸 눈물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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