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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사는건 뭐였을까?

by MDabsurd 2022. 7. 13.

오늘은 햇볕이 쨍쨍하다.

나는 여덟명의 어부(?)와 주방장 지은이를 벌어 먹여야 한다.

감은 이쪽인데, 그그저께도 그저께도 형편이 없었다.

한번 헛탕을 치면, 그날은 도루묵.

난 쫄개(?)들에 만선을 치면 20%씩 하루 임금을 더 쳐준다.

대강 한번 출항에 400만원은 인건비로 나간다.

 

아 오늘은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저 선장님..."

"어 지은아 왜?"

"저기 음식 창고에서요. 쥐를 두마리 잡았어요."

"쥐?"

"흐음... 네에 새끼쥐인데. 제가 그 선장님 야구방망이로 잡긴 했는데."

난 야구 선수 지망생이었다 한때.

그래서 조황이 안 좋으면 바다에 공을 날린다.

지은이가 그 야구 방망이로 쥐를 잡을 줄이야.

 

"그럼 음식물은 못쓰겠네."

"죄송해요."

"괜찮아. 한바퀴만 더 돌고 돌아가자."

"죄송해요."

 

이상하다. 또 안 잡힌다. 선원들 보기가 민망해 진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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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횟집에 들른다.. 그냥 인사겸.

술도 마실겸.

물론 혼자다.

 

"어 김사장."

눈이 찌부러진다.

"배선장~ 오랜만~"

 

"상수야 왜 니가 여기에? 서울 간대더니?"

"선장님 그게..."

"담배 한대 필까?"

 

"그래 피고 와."

 

"저 배선장님 배 타요."

"그랬군."

"저 좀 죄송하긴 한데... 그냥 돈 때문에."

"괜찮아 괜찮아."

상황은 알아챘다.

"저 선장님 정말 죄송해요."

"괜찮대두. 내가 돈을 좀 많이 못줬나 보지 뭐."

"죄송해요."

 

"아무래도 내 생각엔..."

"네?"

"가게 바로 앞에서 쌈박질 연기를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무슨 말씀?"

"그게 자연스러울 거 같아. 내가 너한테 욕을 좀 할게. 그리고 한대 살짝 치는 시늉을 할게."

"네?"

"그냥 너는 땅바닥에 눕기만 하면 될꺼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볼게."

"네."

 

일은 벌어졌고, 나름 연기는 배사장을 만족 시킨 듯 싶다.

그리고 술 몇잔을 섞은 뒤 나는 일어섰다.

"나갈게 배사장."

"낙화가 유수라더군."

뭔 소린 지.

"글구 내가 두살 많으니, 앞으론 형님이라고 해."

"뭐 그거야 해드리죠 행님."

"갈게 배선장."

"네 살펴 가세요. 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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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오늘은 제갈목으로 갑니다."

"저 거기는 물살이 좀 쎈데."

"그니깐 맘 단단히 잡으세요. 근데.... 오늘 날씨는 좋습니다."

"뭘 잡으시게요?"

"주낙 갈치외다."

 

"지은씨 쥐는 다 잡았죠?"

"넵 이번엔 확실."

"밥은 두끼면 될꺼예요. 밥은 선상 제육볶음."

"아 넵."

"재료는 실어둘 거니깐."

"네 늘 하던대로."

 

"갑시다... 지금 출항 바로 할게요."

"넵!!!!"

 

만선이다. 물론 하루 반나절 걸렸다. 두끼로 하기로 했는데.

네끼다. 

"미안하우... 좀 늦었습니다. 돌아갑시다."

"좋은 치들이 많이 잡혀서 좀 값 좀 나가겠는데."

"응 이틀치 일당에 +20%"

"올레"

간만에 노랫소리가 난다. 그래도 메뉴는 제육볶음.

지은이는 내가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나 보다.

이번에는 짭짤하다 1200.

마눌이가 쫄래쫄래 나갔다 온다.

 

"삼겹살? 나랑 장난해?"

"회 먹을 것도 아니자너."

"그건 그래."

제육은 질렸다 한동안은 안 먹길.

'소고기는 안 해주나.' 

"오늘은 나랑 응응 할래?"

"나 샤워하구 올께."

"일단 삼겹살 먹구 해."

"어? 그래."

 

"저 있자나... 내가 좀 알아 봤는데."

"응?"

"경매보다 인터넷 상점을 열어서 팔면, 대강 더 안정적으로 10%는 더 먹을 수 있는 것 같아."

"팔릴까?"

"좋은 물건들은 어떻게든 팔리지 싶어 오늘 갈치처럼."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다음번에 잡아 오면 쬐끔만 남겨줄게."

"응... 그래 해볼게."

 

마누라의 수완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온라인 매매에 매료 됐다.

 

"여보. 이번엔 다 줘봐."

"어? 그건 안돼. 경매는 해야 돼."

"그래 그럼 2/3."

"그럼 내가 경매장에서 무능한 선장이 되어야 되는데?"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가서 돈 자랑 해줄게. 배씨?"

"별걸 다 아네.. "

"상수씨는 잘 있대?"

"몰라. 배선장이 좀 야비한 구석이 있어서."

"상수씨 좋아했자나 울집에도 여러번 오고."

"간 놈을 어쩌니?"

"아직도 서운해?"

"너 아는게 왜 그리 많은데? 술이나 한잔 먹자."

"수린씨 말이야... 요즘 술이 많이 늘었어... "

"됐구 오늘도 만선 했자네.."

"그럼 상수씨에 전화해 봐. 오라구."

"그런 놈을 왜?"

"수린씨를 좋아 하던 듯."

"뭐 배라도 사주리?"

"우린 애가 없자나..."

"집어쳐 술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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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는 서울대 출신이다.

떡대도 좋고  얼굴도 아장하다.

나이는 띠동갑뻘.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배를 타겠다고 했을 때 확 땡겨서 태웠는데,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일은 굉장히 빨리 배워 나갔다.

그래서 내 밑에 두었는데,

솔직히는 내가 아는 걸 거의 다 말해 주었다.

그는 빨랐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서울로 가겠다면 떠났다.

난 허무했다.

'역시 서울대치가 있을 자리는 아니군.'

한동안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배씨라니... 후우.

그리 본다. 배씨에게 간 이유는 더 다른 걸 배우러 갔다고.

내가 다시 불러오면 그는 이중간첩 박쥐가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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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장님... 여기.... 여기"

갑자기 상어 한마리가 끌어 올라 왔다.

난 그물을 풀어서 놓아줄까 하다가

망치를 들구와 대구빡을 부숴 버렸다.

"오늘은 상어 고기 좀 먹어보자. 지은아 이쪽은 익혀줄래?"

"쪄요 구워요? 전 처음인데....."

"찔 수도 있니? 이렇게 큰 걸... 잘라서 구우렴... 간은 좀 쎄게 써야 할꺼야."

"아 네."

"포는 자네가 뜨게나."

"네 선장님"

 

"맛은 있나요?"

"뭐 별로? 삼겹살이 낫지."

전부들 씨익 웃는다.

"어 잠깐만"

나는 지은이 구경을 한다. 상어고기가 뭐가 다르다고 막 뒤집으며 익힌다.

"소금 쳤니?"

"네에."

"좀 퍽퍽할 수도 있겠다."

"맛 봐 주실래요?"

"아니. 난 생선류는 정말 별루... 30년동안 먹어서."

"아 네."

"지은아... 이건 좀 그런 이야긴데..."

"네?"

"너 부모님 없고 자취 하자너... 울집 들어와서 내 딸 비슷하게 해볼래?"

"??"

"울집에는 애가 없어서 와이프랑 둘다 좀 서먹해."

"생각해 볼게요."

"방값은 안 받구 밥은 무료야."

"그럼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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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너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고 했지?"

"네에?"

"대학 가볼래?"

"네에?"

와이프가 지은이를 이쁘게 본 모양. 난 그저 빙그시 웃는다.

"전 공부 안 한 지 좀 되서."

"지금 23살이자너?"

"그건 그런데...."

"배 타는 일은 그만하구 대학 가자."

 

딸아이가 생긴 듯 하다.

와이프도 무척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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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삼년여를 시험관 시술이니 뭐니 다 해 봤지만

모체 거부 반응으로 전부 죽어 나갔다.

와이프는 늘 그 부분을 미안해 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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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는 모시조개 칼국수"

"맛있군"

"저두요"

하하하 후후후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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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죽었다.

교통사고로. 

그냥 내 배에 태우고 다녀야 했던 걸까?

와이프는 쓰러진 이후로 의식이 없다.

과연 인생이란 뭐였일까?

난 오늘도 어부들을 데리고 배를 탄다.

왜 자꾸 눈물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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