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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시작도 없었던 이별

by MDabsurd 2021. 7. 15.

 

오늘은 은영이네 집에 가서 모내기를 도와 주기로 한 날이다.

P보영은, 동아리에서 두명을 섭외 했는데, 발이 없었다.

"저어 수린 오빠. 오늘 나랑 시골에 바람 쐬러 가자."

"어어. 뭐 좋지."

"오빠 봉고 트럭 타구 가자. 그래 뭐 폼상은 안나지만 탈만해."

수린이는 대강 차를 닦고. 바닥 깔개와,

펼치면 햇볕 가려지는 파라솔.

아, 그리고 커피믹스 타서 얼려놓은 거랑 수건 두어개.

PET 물 큰거 두병, 종이컵. 이래저래 챙기려다 보니,

은근히 구차니즘. 

보영이네 집에 들러 태웠는데, 보영이는 큰 헝겊 가방 하나.

"수린 오빠. 조오기 앞에 편의점 알지? 거기 좀 들러 가자."

"응"

나는 생소해서,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 모르나? 울 동아리 선배."

"이석현이라고 합니다. 00 학번 이예요. 00 이라... 참 좋은 때네요."

"K수린이라고 합니다 석사 까지 했고, 지금은 봉급쟁이."

"근데 보영아. 어디 가는 건데?

"은영이네 모내기 도와주러 같다고 했자너."

"...안 그런 거 같은데..."

"여튼 얼렁 출발하자. 너무 늦게 가서 밥시간에 떨어지면 미안하니깐."

보영이를 좁은 뒷칸에 쪼그리게 하고 태웠는데, 아무래도 영.

"운전할 줄 알아요?"

"네에 트럭두요? 네 이 트럭 정도는"

"좋아요. 그럼 운전해요. 보영이 넌 앞으로 앉고."

난 뒷칸 짐칸으로 가서 모자 하나 뒤집어 쓰고

대강 누웠다. 덜컹덜컹. "석현씨. 좀 살살 몰아요."

"예이~"

 

근교라서 한시간이니... 그냥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은영이네 집.

"아 오빠. 오는 줄 몰랐는데..." "응 오랜만." "이 쪽은...."

"알아 석현씨." "석현씨두 오랜만이예요."

 

"모내기라더니 논이 어디인가요."

"그건 기계로 어제 다 했구요. 오늘은 고추. 제가 시범을 보여 드릴테니,

 따라 하시면 되요. 근데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해도 되요?"

"물론이죠". 젊은 탓인 지 석현이가 자신감 있게...

"아참 옷 갈아 입으시려면.."

"아 저는 여기 오늘 줄 몰라서... 전 좀 갈아 입지요."

"저희 아버지 입으시던 옷인데 체격이 좋으셔서, 맞으시지 싶어요."

"오빠? 잠깐 들어갈게." "아 이거 자외선 차단 크림. 잔뜩 발라. 골고루

 등은 내가 발라줄게."

"고마워 석현씨인가 보구 도와 달라면 될텐데."

"은영이랑 석현오빠랑 그렇구 그런 사이."

"나 냉커피 가져 왔는데, 꺼내 먹을까?"

"여기 얼음물 보리차 먹자 시원해."

 

미숙해서 인지 고추 다듬기(?)는 해도해도 진도가 안 나갔다.

"보영아, 그만하고 저녁 지어 먹자." 은영이가 소리쳤다.

"오빠 밥 먹으러 가자 일 많이 해서 맛있을 거야."

"응"

 

II

'시골식사 뻔하지'

된장찌개 하나 김치 두어종 고추, 쌈장.

그래도 후식은 맥주.

"내고향맥주?" 삼원양조라... 좀 독한데?

진실게임을 하잰다 유치하게.

뭐 그냥저냥...보영이 차례가 왔는데.

"수린이오빠. 나 좋아해?" "응?..... 응 당연하지."

순간 묘한 적막이 흘렀다.

은영이는 왠지 분위기가 묘해져 감을 느끼고,

"이제 그만 방정할 시간!!! 빰빠라밤."

"바가지 속에 네개 쪽지가 있어. 같은 번호 찍은면 그 방에서 자는거.

 이방이 1번 이방이 2번. 방음 시설 없으니 응큼한 짓은 사양"

뭐 왜 아닐까. 수린이랑 보영이는 같은방.

"보영아 좋아하는 사람끼리 같은 방 걸리니 좋아? 좋아?

 저 얼굴 빨개진 꼬라지 보소."

"나 먼저 씻는다." 보영이 휘리릭.

"형은여. 둘이만 있을 때 모해요?" "커피 마시면서 독서토론

 우습지만 진짜야. 아 커피 타온거 아직 차에 있겠다"

 차에서 커피 타온거 꺼내 막 흔든뒤 냉동실에 넣었다.

"그럼 석현씨는?"

"아 우린 영어 공부한답시고, 넷플 뭐 또 구해온 영어교육교재

 롤 바꾸어서 읽기. 영어로 하는 강의가 많아져서 피죤해요."

"보영이 나왔네.우린 같이?

"아녜요. 

"좀 글치?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래. 그럼 나 먼저."

"은영이는 1번, 보영이는 2번."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현이가 귀신같이 1번을 낚아챈다.

"그래 낼 아침에 보자. 잘자구."

"보영아 얼린 커피 마실래?" "응"

왠 고양이 앞 쥐?

대강 벽에 걽어 앉아.

"그래 오늘의 책은 모야?"

"응... 첫사랑, 이별에 대한 소고, 검은 고양이"

"존박 말하는 거지? 그 욱끼는 치"

"지난주인가 춘천에 갈 일이 있어서 그냥 사봤어."

"..."

"혹시 나 천박해 보여?"

 

"천박? 난 세권 다 읽었는디.

 그 책 마케팅이 승차하실 때 사서 읽으시고,

 도착하시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온라인 판본도 있든데?

"온라인 판본은 15금, 판본은 19금이고,

 대형 서점용 양장본두 단편들을 묶어묶어 결론도 다르다든데. 아 몰랑."

 

보영이는 책을 펼치더니, 분위기 한눈에 파악.

"수린 오빠 그건 그렇고. 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 회사에는 이쁜 아가씨들 많지?"

"그럼 혹시......"

"?"

"아니야." "깔깔깔깔 정말 웃기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보영이 심장 콩닥콩닥 거리는 소리는

조용한 방안을 주기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낡은 메트로놈처럼.

 

III

 

다음날 오후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대강 마무리를 짓고 

"우린 먼저 갈게 나중에 서울에서 봐" 

뭐 수린이도 이틀 나와서 잘 생각이 아니었어서.

"석현씨 갑시다. 지금 올라가도 밤 9시는 넘을 거예요."

"아 전 하루 더 있다 가려구요. 어제 덜마신 맥주도 좀 먹고."

"그럼 그래요" 

"그럼 담에. 서울에서 봐요. 보영아 가자."

"심심한데, 음악이나 틀까?"

"비오기 시작이네. 뭐 틀을까?

"봉고트럭이래서 좀 그런데, 클래식 채널 듣자."

"그래... 난 영화음악 채널 같은 거 걸리믄 좋겠긴 하다."

"잠깐 이거 잠깐 듣자."

"모리꼬네네"

"시네마 천국 있자나. 그거 디렉터스컷에는,

 그 영사하던 아빠가 자기딸이랑 좋아하는거 싫어서

 딴데로 나가라고 한거래."

"응 그런거구나. 성공할 때까지는 돌아오지 말라고 뭐 그랬는듯."

다음 곡은 둘다 모르는 영화래서 클래식 채널을 찾아봤다.

휴게소에서 잠시 비를 맞아서 그런지 보영이 머릿내음이

화악 올라 왔다.

노래 중간에 들어가서, 그냥 멍하니 듣다가,

"오빤 이 곡명 알아?"

"뭔 곡인 지는 모르고, 쇼팽인거 같아."

곡이 끝나고, "오빠는 정말 별별걸 다 알아"

'너랑 처음 만난 날 까페에서 나온 곡이란다.

 

"집가는 길에 편의점에 잠깐 세워 줄까?

 뭐 살꺼 있으면?"

"아니. 그냥 좀 빨랑 쉬구 싶다."

"그래. 그럼 집 코앞이니까. 내일 카톡할께. 찍은 사진두 좀 있으니까."

 

그렇게 밤이 깊었다 빗소리와 함께.

 

IV

"어 수린이, 네 자리 여기야?

"누구...? 지은이?

"넌 소속이... 명함 하나 줘봐."

"몬데? 전번 따려고? 전번 다 조회 되자너."

"뭐 그렇긴 해도 직접 달래니깐."

 

"강관,전선 사업부 영업 기획? 이게 뭐하는 건데?

 그것두 서울에서."

"아... 뭔가 있어 보여?"

"용접공 관리하는 사람 같은데?"

"쳇"

"사무실은 서울 맞군."

"응. 수출입 업무 관련 변호사 꼬붕."

"아 너 반쪽은 미국인이라 했쥐?"

"그런것만 기억나지?"

"그래서 다른 나라에는 좀 댕겨 봤어?"

"미국이랑, 독일, 글구 짱깨네."

"우와 급이 다르네."

"뭐 내가 워낙 미인이라 미팅 분위기가 고상해 진대나 모래나."

"됐공. 여긴 왜 왔을까?"

"꼬붕이니깐 오야 따라 댕기겠쥐 모."

수린이네 동기(같은반)은 20명이었는데,

벌써 8명은 퇴사하고 다른 길로 갔다.

다들 사연이 많지만, 일단 돈 때문이려니.

수린이는 연봉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럼 바쁘겠네. 커피나 한잔 사줄까 했더니."

"언제든 환영. 점심 시간에 같이 놀아줄게. 물론 돈은 니가 내고."

"그래그래. 가봐라 나 요거 빨리 정리해야 해."

"봉급쟁이 갑빠가 나오는 구먼. 좋아좋아. 그럼."

'아 이쁘긴 이쁘다.'

참 이 회사는 영업직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유복이다.

근데 난 전투복.  

 

IV

 

"아 나 오늘. 커피."

"뭐 그러지."

"미리 가서 자리 잡아놔."

"야! 코로나인데 무슨 자리를 잡구 말구"

"그래두 잡아놔. 난 에어컨 마니아."

 

"어 여기. 난요거. 피치& 레몬 브렌디드."

"난 아이스라떼나."

"관심 없거덩? 얼렁 받아와."

"옛다."

"근데 나올 때는 그 촌시런 작업복 좀..."

"몰라."

다짜고짜 지은이 파고든다

"걸프렌 안키워?"

"친한애는 있는데, 파릇파릇한 대학 1학년이시란다. 에헴"

"나 그래서 그러는데, 고기 괜찮은 남자 후배 읎니?

 나두 파릇파릇한 영계한마리 키우게. 너무 심심해."

"그러구 보니, 입사할 때보다 꽤 나이들어 보이네. 멜롱~"

"나 진심이다 모. 이젠 꼬맹이들 앞에서 비키니 입기도 민망하고."

"쓸데 없는데다 진빼지 말구 공부 좀 해라 공부."

"이번 주말에 낚시 하러 가자."

"응?"

"그냥 초밥이 땡겨서. 더운데 날거를 먹어야 겠니?"

"그럼 육회."

"화악"

"여튼 이번주 저녁 같이 먹자. 그 사귄다는 파릇파릇 꼬맹이두 델구 나와"

"왜 한턱 쏘게?"

"미쳤니? 낵아 혼수 자금 모으느라고 허리가 휜다. 수린씨 괜찮죠... 아잉."

"물어 보구 답 주께."

"그래그래 이제 생이별 시각이군... 빠빠이."

'보영이는 별로 달갑지 않을 듯 싶네.'

 

 

"왠일? 지은이가 먼저 올 때도 있나? 동기 모임때도

 꼭 마지막 등장하더니?

"내가 언제 그랬다구. 나 언제 오나 기다렸어?"

"허어."

"저 수린씨 이쪽 창가에 앉아. 난 비스듬히 앉을게."

수린이는 보영이랑 같이 앉게 하려는 줄 알았다.

수린이는 카톡 한번 넣구 그냥 그러고 있는데,

"여기 좀 복잡하니깐 테이블 번호 찍어주지 그래"

"그럴까? 아 저기 온다."

"난 화장실 좀." 지은이가 자리를 피한다.

 

"11번 테이블 남자 앞 비스듬한 자리 좀 정리해 주세요.

 일행이 와서."

"네에." 

지은이는 대강 3분여 지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수린이 옆에 착석.

"전 L지은이라고 해요. K수린이 회사 동기. 만나서 방가와요."

"네에 전 P보영......"

"아. 수린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정말 파릇파릇하시네요."

"네에?"

"오늘은 처음 뵙는 거니깐, 제일 비싼 거 시켜 먹죠."

'야 이 마녀같은....'

"와인은 오와 엄청 비싸네, 이걸루요."

'죽이고 말테다.'

"괜찮아 보영아. 지은이 엄청 부잣집이래."

대강 학교 얘기, 처음에 각자 수린이 만났을 때 얘기.

보영이는 흔쾌하지는 않은 듯 했는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수린이가 와인잔을 들고, 멍하니 듣고 있는데,

지은이가 팔꿈치로 "저 있잖아" 하면서 옆구리를..

와인은 쏟아졌고, 셔츠 위로. 그나마 와인잔이 

조금 남아 있던 거라.

보영이가 "오빠." 하는 찰나,

지은이가 손지갑에서 물티슈를 꺼내더니 수린이 셔츠를 닦는다.

"포도즙 엄청 안 지워져...일단 잘 닦아놔야. 단추안은 수린이 네가 직접해."

대강 닦고 지은이는, 담배 한대 피겠다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오빠 지은씨? 언니?한테 나에 대해 도대체 뭐라 말했어?"

"뭐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동생이라고 했지."

'친한 동생...'

이 때 지은이가 들어 와서는, 

"푸하하하 편의점에서 판다. 역시 편의점엔 없는게 없어."

"뭘 샀길래?"

"포도즙 물 빼는 거. 최대한 아끼지 말고 많이 뿌린뒤에 5분여 뒀다

 물에 담그면 말끔하게 지워진대. 뭐 믿거나 말거나."

"아 그럼 많이 먹었으니깐 일어나요. 아까운 셔츠 버리지 말고.

 아 맞다 저거 와인 와장창 비싸던데, 가지고 가도 되려나."

"그럼요."

"여기 11번 차 좀 빼서 대주세요."

"네에"

 

"난 술 안 마셨으니깐, 제가 운전할게요."

"보영씨 우린 잠깐 나가서 차 빼올 때까지 얘기 좀 해요.

 계산은 제가 다해놨으니깐 신경 쓰지 마세요."

현관을 나서자, 지은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를 길게 내뿜으며 지은이 말했다.

"보영씨. 사실 저 수린이가 자꾸 좋아져서,

 대시를 해볼까 하는데요.

"네에? 그걸 왜 저한테...."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

 보영씨는 수린이랑 정신적 거리두기를 해줬으면 해요."

"저어..."

"차 왔네요. 수린아 모해 빨랑 가자."

 

백색 벤쯔C200 이었는데,

보영이는 멍해서 그냥 뒤에 타서, 생각에 잠겼다.

"보영씨는 어떤 쟝르가 좋아요? 음악요."

"네에? 전 책읽는 걸 좋아해서 잔잔한 음악 위주로."

"그럼 쇼팽.... 수린아 괜찮겠지?"

하필 하필...

가는길 순서상 보영이를 먼저 내려주고,

수린이랑 둘만 타고 돌아서는,차를 보고,

보영이는 이미 와인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캬아 술맛 나네~ 역시 비싼 건 달라~"

 

VI 

 

늘 그래 왔듯이, 지은이한테... 

"어 수린아. 어떻게 넌 봐도 봐도 안 질리니?

'내가 결제 하니깐'

"오늘은 날씨가 좋네"

"그건 그래.."

"나 어제 병원에 다녀 왔는데, 임신 2주래,"

"응" "응?"

진짜냐는 sign을 보낸다. 지은이는 끄덕.

"안 기쁜가 보내."

"아니. 기쁘지..."

지은이가 웃옷을 걷어 배를 보여 줬는데 살짝 

튀어 나온게 뭐 확실하다.

"밖에 나가면 좀 시끄러울 거야"

"안녕하세요. L지은이라고 합니다."

윙윙윙 현관 앞이 시끄럽다 

"임신 2개월이고, 부모님 허락을 받은 상태는 아닙니다."

"태아는 건강한데, 제가 빈혈이 심해서 걱정이네요."

"남편분은 뭐하는 분인가요. 회사 입사 동기예요." 요기"

"저어 결혼을 하실 겁니까?"

이때 지은이가 일어서다 바닥에 엎어졌다.

119 부르고 아수라장.

회사 관계분들이 오셨다. 

이 다음은 산부가 안정을 찾은 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수린군 자네도 앰뷸런스에 타게:

수린이는 방금 일어난 일어 얼이 나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영아. 나 은영이. 들었니?"

"뭘? 그 사악한 불여시가 교통사라도 났대니?"

"나 지금 니네 집 가는 중이야 쫌만 기둘."

 

VII

"수린아. 급한 불 끄면 집에 함 들르렴." 

 

"내일 퇴원하면 된대. 그냥 피로가 쌓어 그런 거라고.

 난 회사 들어가 볼게."

"안돼. 수린아. 가지마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퇴원해서 집에 가는 거 보고,

수린이는 본가로 향했다.

"어 왔구나."

"그 집은 안돼. 절대 안돼."

"그 L 회장이라는 사람 야비한 치다."

"네 할아버지 많이 힘들어 하셨어. 그때 나도 회사일을 맡고 있어서

 전말을 안단다. 수린아 나 정말 너 크는 동안 절대 뭐 하지 마란 간섭안했잖아.

 아빠 하자는 대로 딱한번만 하자. 안돼. 절대."

"네 작은 아버지가 무슨일을 하건 난 상관 없어. 근데, 수린이 넌 절대 안돼."

 

"가 봐라"

수린이는 단한번도 아버지의 그런 단호한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VII

지은이는 산모들 늘 그렇듯 태교에 좋다는 음악 틀어 놓고,

오수를 즐기는 증. "잠든 지 오래 됐나요?"

"아 어제 좀 자세가 불편한지 뒤척여서.."

"어제 저 왔을 때 잘 모르겠든데."

"네에."

"일어나면 저 왔다갔다고 전해 주세요. 내일 새벽 미팅이 있어서요."

"아.... 수린씨 왔구나. 지은이가 부스스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하나만 해주고 가."

"뭐? 애 태명."

"지은이 어때? 지은아 사랑해. 이러기두 편하구,:

"에이 오글거린다.

"그럼 내가 지어 본 건데 어때? 벼리?"

"무조건 찬성." "그래 그럼 이제부터 벼리다 벼리... 알았지?"

"알아 듣는지 배를 톡톡 차는 듣이 보였다."

"벼리야 내일 또 올게.지은이두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해."

수린이는, 집안 간 문제보다, 아버지의 사람 보는 눈이 

더 신경이 쓰였다.

"여어 수린아. 여기왔으면 주치의는 보구 가야쥐.동준이다"

"아 깜빡. 아무 문제 없지?"

"급작 신분 상승 하더니, 친구도 개무시냐?

"에이 이거 또 왜 이래. 태명 벼리로 지었다. 푸하하하"

"자아 내 앞쪽으로 서 가방열고." "움직이지 마."

동준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수림의 가방에 넣고는,

담배 불을 붙인다.

"범석이는 잘 있어? 몰라 바쁜가 봐.

"샘플 상할 수 있으니, 범석이한테 가져가와.

 최대한 빨리 시간 지체하지 말고."

"그래 다시 한번 결혼 축하한다. 담에 만나면 술한잔 해야지?"

 

VII

범석이를 찾아갔다

"F는 female, M은 male, B는.

내가 그냥 팩트만 말해줄게.

F는 L지은, M은 수린이 

B는 F와 M의 직계자손, 딸이야."

"괜히 겁주구 그래 따식들 확 디질라공."

"닥치고 들어 최근 열흘 아내에,

 과량의 마약을 복용했어.  사산 확률 99.999999999%"

"그럼 어떻게 되지?"

"지네 병원이니깐 최대한 빨리 사산시키고

 증거를 없애겠지? 진실은 그렇다는 거구 동준이도 나도

 모든 샘플, 검사 결과 오늘 중으로 다 지울 거야"

 

IX

"네에 P보영씨 맞으시죠"

"네에."

"무슨일로."

"밖에 줄이 길든데, 괜히 이런 거 가지고."

"그냥 말씀해 보세요....

 

"아 그러니깐 남자친구 분이 성관계를 원했는데,

 하고는 싶은데, 쑥스러워서 3-4번 거절했더니,

 다른 여자한테 갔다. 이거군요"

 "전 한번도 안해봐서..."

 "알겠습니다.

 "앞에 간호사분한테 처방전 받아서 성관계 전에 드시면 되실 거구,

 일단 10회분이니깐, 그거 드셔도 호전이 없으면 다시 외래 예약해서 뵙지요"

 

보영이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와 무료히 책을 읽고 있는데,

문 드르륵 열리는 소리에, 정말 눈물이 나도록 방가웠다.

"저 이 쪽으로 앉으세요. 에어컨 빵빵하게 켜드릴게요."

"일행분은요?"

"아 저까지 두명요."

"딱 좋으시네요. 두분까지 밖에 같이 못 앉으시는데."

"돼지갈비랑 사시미라 독특한 구성이네요."

"아 이 동네가 바닷가래서, 동네분들은 육고기 구워드시고,

 외지분은 회나 매운탕. 잠시만요 자리 좀 세팅하구요."

보영이는 능숙한 솜씨로 세팅을 한다.

"전 외지인이니깐 도미로 할게요."

"술은요?

"운전을 해야 해서. 맥주 한캔만 주세요."

"잔도 하나만, 아 맥주는 한맥으로 주세요."

"한맥은 안팔고 테라랑, 아니다. 옆집에 물어 볼게요.

 그 사이에 스끼다시 드시구 계세요"

"엄마. 여기 도미 하나."

 손님 회드실 줄 아시는 구나. 역시 도미가...

 개불하고 멍게도 맛보시라고 올려 놨어요"

"네에 진짜 맛있네요."

"오랜만이야 수린오빠. 뭐 그대로네."

"아... 우리 딸은 술대접은 안해요. 얼렁 일어나. 보영아.

 좀 있으면 이대 나올 여자를 뭘로 보고."

"엄마. 고모 가게로 건너가서 민화투나 치구 있어."

"가게 윗층이 울집이야. 괜히 날거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올라가서 커피 내려 줄게." "잠깐 장사 끝났다고 좀 붙이고."

수린이는 멀끔히 옛날 가족 사진 같은 거 들여다 보며

멀뚱 거리고 있는데,

보영이고 계단을 올라왔다. 옷 좀 갈아 입고 세수 좀 하느라 늦었어.

장사하면 고기냄새, 비린내 쩔어.

참 차 바꿨더라. 스파크인가 모닝인가.

덜덜 거리는 트럭 좀 바꾸랠 때는죽어도 안 바꾸더니,

돈 많은... 미안. 말실수.

뭐 별로 타지 않은 새 차인데, 너 주고 갈까?

'왜? 그 여자랑' 여기저기 다녀서 추억이 새록새록해?'

"직장은 구했어? 떠억 집에 내려와 있는 거 보니 여유 있네."

"^^ 카카오 짜자잔. 앗 이 분위기가 아니었군"

"축하해." 커피는?"

"어 깜빡."

"내방에서 마시자. 거긴 오디오 있어."

"문을 열려다가. 방이 지저분해서."

"나 잠깐 3분만. 앗뜨거... 물....물한컵을 한가득

 입에 털어 넣고 서랍에서 지난번에 받아온 알약을 

 에라 모르겠다 두알"

"내가 도배지 신세군?"

"끄응. 다 옛날 얘기자너."

"잠깐만..." 보영이는 엄마방 선풍기를 모셔 왔다."

"보영아 더운것도 더운 거지만, 좀 낮춰라. 말이 안 들린다."

 

"오빠 정말 오래 기다렸어."

 

"나 코로나 진정 되면 북유럽쪽으로 이민 가려고.

 거기 별이 잘 보일 거 같아서."

"또 기다리라고? 또? 시작을 해야 이별을 하고 끝낼 거 아냐?"

 보영이는 약기운 때문인 지 다소 대담해 져서는

 수린이에 키스를 하려는데 키가 닿지를.

 그냥 무작정 확 밀어져쳤다 침대 쪽으로

 수린이는 꿈쩍도. 

"커피 잘 마셨으니깐 가볼게."

보영이는 몸으로 문앞을 가로막아 섰다.

"지금 가면 나 더 이상 안 기다린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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