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이 과했는지, 몹시나 목이 타들어 왔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어도, 갈증의 힘은 강했다.
일어나서 싱크대를 보니, 컵이 없다.
찬물 한잔을 먹어야 겠는데,
귀찮아도 컵을 한개 건져 설거지를 했다. 투덜투덜 거리면서.
"아아 이제. 찬물!! 얼음 띄워서"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식은 땀이 났다.
정수기가 없다.
"정숙아 어디 간 거야... 나 목말라."
그럴리는 없지만, 베란다, 화장실, 방구석, TV 장 아래까지.
"정숙아 정숙아...
너무 놀란 마음에, 112를 눌렀다.
"정수기가 없어졌어요."
"다른 물품은 사라진게 없는데요."
"이 양반 더위 먹었나. 에어컨 켜구 좀 있다가도 없으면 그때 전화해요."
'없는 걸 어쩌라구.'
이때 문 밖에서 다급하게 벨이 울렸다.
"여보. 나 무거워."
"어 어디 갔다 왔어?"
"손 보믄 몰라? 일단 받어."
"응."
"근데 정수기가... 정수기가 없어졌어."
"아놔 나 여기 있자너."
"어 그래 그 정수기는 있네, 다른 정수기."
"그거 메시지 넣었자너. 고장 나서 실어 갔다구. 내일 일단 쓸거 달아 준대서 됐다고 했어."
정수기는 마트에서 큰 쪼갠 얼음하고 생수를 사 온 모양이다.
"배달은 6시에 온대."
난 정수기를 포근히 끌어 안으며, 말했다.
"너 땀내 난다 샤워 해야 겠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을게."
"아이 대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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