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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현재

어느 대화

by MDabsurd 2022. 7. 19.

"저 수린씨 말야... 날 좋아하긴 해? 아니면 나랑 한번 자고 싶은 거?"

"어? 왠 뚱딴지?"

"우리 같이 다닌 지 3년이야."

"오늘 무슨 기념일?"

"뭐... 내 생일."

"생일이었군...  그럼 이거 줄게."

"뭔데?"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수린씨는.

"아 여기."

"뭐야?"

"열어봐."

"목걸이? 반지 아니고?"

"어 좀 오래 들구 다녀서 작게 패킹을 다시 했어."

"어 이 빨간 건 뭔데?"

"난 몰라 이뻐서 너랑 어울릴 거 같아서 그냥 샀어. 나름 비싼거야."

 

"날 좋아하긴 하나벼. 함 자줄까?"

"아니 난. 좋았다 싫었다 해서...."

"역시 그랬던 거군."

 

"후후 그거 들구 다닌 지 2년도 넘었어."

"아..."

뭔가 꼬여가는 느낌이다.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내가 못 된 짓을 좀 많이 했던 것도 같다.

"수린씨 선물은 잘 받을게. 나 지금 이거 해봐도 돼?"

"츄리닝 면티 차림에? 후후~"

"수린씨가 채워줄래?"

"할줄 몰라. 니가 직접 하렴."

떠올랐다. 

난 수린씨에게 다른 목걸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수린씨는 나에 채워 준다고 했고, 나는 그때 그의 뺨을 때렸다.

아... 그때 산 목걸이가 싼 거여서, 비싼걸 다시 사들구 다닌 듯 싶다. 

"저어 그땐 말이야...내가 미안했어."

"뭐? 언제?"

"뺨 때렸던 날."

"그런 적도 있었나?"

"여튼. 미안했어. 좀 예민했던 때라서."

"밥이나 먹자. 여기 스테이크 맛있어."

"아 응. 나도 알아.."

"와인도 마실래?"

"뭐 괘안치."

 

"저 여기요. 이거 바디감 좋은 거 추천해주실래요?"

웨이터가 내 행색을 살짝 훑는다.

아 난 츄리닝이다. 

메뉴판에 손으로 가리킨다.

"네 그거 주세요"

"수린씨 미안... 나 오늘 그냥 쉬고 있었어서... 월차였거든."

"상관 없는데.."

난 아직 메뉴판을 보질 못했다. 주변을 휘익 둘러본다...

그렇다. 다들 왠지 고급진 패션이다. 왜 인지하지 못 했을까? 비싼 곳이었군.

내 생일인 지도 알았다는 거구.

'고마워.'

 

"저 시음 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냥 주세요."

 

"한잔해 지은씨."

"왜 갑자시 씨야?"

 

"일단 먹구 얘기하자."

"뭔 얘기?"

 

"나 내일 외국 출장 가... 근데. 최소 1년짜리야."

"어?"

"쿠웨이트로 가는데.. 글쎄 언제까지 있어야 할 지."

헤어지자는 소리인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사실 너무 편하게 대한 거 같다.

또 주마등. 

 

"거기 안 가면 안 돼?"

"가기로 결정된 거.... 갈 사람이 나 뿐."

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거 왜 이러지?

"가지마!!"

수린씨는 씨익 웃는 표정.

그러나,

수린씨의 눈빛을 읽었다. 슬프다. 이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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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씨가 떠난 뒤... 내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저 아저씨... 이 목걸이 이 보석이 이름이 뭐예요?"

"마노일껄?"

"마노요? 고맙습니다."

집으로 온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보석말뜻이 "행운"이다.

'good luck to you' 였던 거다.

나에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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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쓸쓸하다...

내년이면 나이 스물 아홉... 참 난감한 겨울이다.

수린씨는 2년 지나도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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