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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284

글쎄라는 말 "저 수린선배..." "응?" 강의실 복도에 서있다. "혹시 말야... 나 어떻게 생각해?" "어?" "여자로서." "글쎄?" "내가 괜한 말 했네. 미안." "눈 감아봐." 선배는 내 감은 눈에 뽀뽀를 한다. 난 너무 놀란다. 볼도 아니고 이마도 아니고 입술도 아니고. 눈에? "내일 봐." "어? 어." 왜 하필 눈에.... 밤새도록 고민해 봐도 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고민한다. 분명히 눈을 감으라고 시켰다. 눈에? 왜? 잠 못 이루는 밤이다. 2022. 6. 13.
짬뽕 키스 "어 수린씨.." "어 보영아..여긴 왠일로 행차?" "밥 얻어 먹을라고... 나 배고파." "야... 넌 연락 좀 하구 와라." "아니 그냥 지나가던 길인데, 들렀어. 쬐끔 보구 싶기도 하고." "뭐 먹으까?" "짱깨?" "난 볶음밥." "여기요. 볶음밥 하나랑 짬뽕 하나요." "저어 수린씨...아니야..." "일단 먹으면서..." "저어 나 담주에 이민 가..." "..." "앞으로 못 보겠지?" "어디로 가는데?" "일본?" "왜?" "아빠가 일본에 직장을 잡으셨어." "응. 뭐. 일본은 가까우니깐." "난 가기 싫은데...." "저 여기요.... 고량주 하나 주세요..." "붙잡지는 않아?" "잡아 줄게. 잠깐만. 더럽게 맵네." 난 붙잡는다. 우리는 결혼했다. 2022. 6. 12.
짜장면을 먹다 "엄마 나 짜장면 먹구 싶어." "그래 가자꾸나." "아니 우동 먹을래." 드라마에서 봤다. 엄마랑 짜장면 같이 먹으면 엄마가 떠난다고. 짜장면은 절대 먹지 않을 테다. "저어 수린아..." "응?" "엄마 속이 좀 안 좋은데... 이 짜장면두 너 먹을래?" "싫어." "그냥..." 내 눈엔 눈물이 떨어진다. "왜 우니?" "아니 아무것도." 다음날 엄마는 떠났다. 하늘 나라로. 2022. 6. 12.
30분 만찬 힘들고 추운 겨울 빙판에 손톱으로 빙판을 긁는다. 배가 고파서. 지금 두시간 째. 열린다... 찬물에 들어간 손이 따뜻해진다. 무슨 저수지에 물고기가 없나. 이젠 온 몸이 얼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산불을 질러서는 안 되지. 나뭇가지를 좀 꺾어 모아다가 불을 붙인다. 으악 연기... "자네 뭐 하나." "아 그냥 너무 추워서." "후후 이거 나랑 구워 먹을래?" 생선 두마리. "꼬챙이류 두개 주워 오게 좀 굵은걸루." "네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집은 없나?" "아니오." "근데 왜." "이 물고기 이름은 뭔가요?" "후후. 말하기 싫은가 보군." "딱히 그건 아닙니다. 맛있네요." 좀 먹다가 "집에 들어가면 마눌이가 쇠몽둥이로 패요." "뭐?" "여기 멍든 거 보세요. 이쪽 어깨도 망가졌어요." ".. 2022. 6. 9.
거미집 누워 있는데 긴 다리 거미가 지나간다... 거미를 볼 때 마다 신기하다. 거미는 둘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눈으로 좇아가 본다. 아 벽장 뒷켠에 집을 세웠다. 키워볼까? 키워볼까? 긴다리래서 볼 품이 없어 싫은데. 거미를 손으로 움켜서 문밖으로 내준다. 따뜻한 여름날. 참 못 생겼다. 2022. 6. 8.
기념일 "아빠... 근데 엄마 이름이 보영인데 왜 나두 보영이야?" "그게 왜 궁금한데. 이제 와서." "아니 늘 궁금했구, 몇 번 물었는데 대답 안했자너." "됐어." "듣구 싶어." "한자는 다르자너." 딴딴따라란 딴 따라란.. 난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 너무 이뻐." "고맙" 저기까지는 가서 돌아 나와야 한다. 참 멀어 보인다 이 길이. 눈물이 날라 해서 막 참는다. 난 잠깐 앉아 있으려다 나온다. '행복해라. 미안해 네 결혼 기념일이 제삿날이 되겠네.' 2022.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