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현재

5일장 냉면

by MDabsurd 2022. 6. 3.

"저 냉면 받아 왔어."

"냉면?"

"날두 덥구..

"두 그릇. 비냉 물냉 하나씩."

"니가 골라."

"아니 당신이 먼저 골라."

"그릇 두개 가져와. 어?"

"나눠 먹자."

"그래."

 

"어디서 샀어. 좀 맛이... 그런데..."

"아 5일장에서 노점상에서 파는 거."

"얼음 많이 띄워서 시원하기는 하네."

"짜짜라잔... 막걸리두 한병.큰거 사왔쥐롱... 요것두 수제래."

 

"오이지 오이가 잘 안 자라..."

"그냥 냅두면 다 클껄?"

"아무래도 하우스를 하나 더 짓든 지 해야지... 이거야 원."

"오이 때문에?"

"우리 지난 겨울에 돈 거의 못 벌었기두 해서."

"그건 신경 쓰지마."

 

"근데 비냉이면 육수 안 주나?"

"받아오긴 했는데 멸치 육수야."

"아 됐다."

"좀 그지?"

 

"비 오네."

"어? 오늘 비 온다는 이야기 없었는데..."

 

마루에서의 한 여름에 우리는 냉면을 먹었다.

 

"오이지 오이가 계속 걸려. 무슨 벌레래도 생겼나."

"옆집 가서 물어 봐다 줄까?"

"물어 봤는데 잘 모르겠다고..."

"내가 다시 물어봐 줄게."

"뭐 그래주면 좋지."

 

"우리 여기 내려온 지도 이제 3년째네.."

"응 글케 됐군."

"겨울에 춥지만 않으면, 뭐 살만한 듯."

"그건 어떻게 잘 안 되지 싶네. 그래도 지난 겨울은 안 추운 편이었는데."

"뭐 그건 인정."

"석유난로 하나 더 살까? 세일 하는 거 있어... 2만원이면 된다."

"돈 있어?"

"응 어제 취나물이랑 더덕 팔았어."

"아... 보리는?"

"그건 안 팔리더라."

"농협에서두?"

"아니 아직 안 가져 가봤어. 빨리 해치워야지."

"너무 신경 쓰지는 마. 나 보리밥 좋아해. 깡보리밥은 말구."

 

"야 냉면! 얼음 다 녹았다."

"뭐 괜찮아. 수린씨는 지금 생활 괜찮아?"

"응? 여기 공기두 좋구... "

"나 때문에."

"그런 소리는 하긔 없긔."

"그래."

'창작 > 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을 위한 시  (0) 2022.06.04
백야산 전투  (0) 2022.06.03
사춘기 과외  (0) 2022.06.03
더운날  (0) 2022.06.02
방과후  (0) 2022.06.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