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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린다. 무척이나 많이. 우산이 없는데 뛰지를 못하겠다. "야 수린아." 지은이가 달려온다. "같이 쓰자" "고마워. 근데 넌 비올 걸 알았니? 소나기인데?" "아니 떡볶이집에서 빌려 왔어." "아~ 우산이 크킨 크다." 지은이는 피식 웃는다. "내가 우산 들게." "그럼 좋구" 버스가 지나친다. '저긴 물웅덩이' 본능적으로 우산으로 가로 막는다. 예측은 정확했다. '아 안아 버렸다. 돌려 세울걸.' "아 그게 물이 튈거 같아서." "그냥 좀 더 있으면 안돼?" 난 지은이를 꼬옥 껴안는다. "키스는? 이럴 때 기본아닌가?" 박하사탕향이 났다. 2022. 7. 11.
휠체어의 별 "수린씨 제발 나 좀 지금 델구 나가줘." "제발? 내가 언제 너 안 델구 나간적 있어?" "그건 아니지만." "제발은 빼렴." 불길하다. "왜왜왜..." "나 졸려 햇볕에 녹는 느낌이야." "자아 우리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집에 가자. 하나둘 하나둘." "수린씨 나 아직도 좋아?" "그건 내가 묻고 싶은말. 난 사랑해." "그렇구나. 그런 줄 알았어. 그럼 난 이만." "안돼 내가 불허한다." "불허한다 넌 죽을 권리가 없다." 보영이가 씨익 웃는다. "얼렁 집으로 가자." "집에 가기 싫어." "아냐 가야해." "여기 바람이 좋아." 난 휠체어를 막 밀고 뛴다. 병원으로. 살려낼 테다... "수린씨 그럴 필요 없어." "닥쳐." "헉헉헉... " 응급실... "벌써 네번째 군요.." "다 필요 없구.. 2022. 7. 10.
30년 "어?" 나눈 보영이의 손목을 잡는다 "너 여기 교수니?" "뭐 그래. 알지 않을까 싶은데. 왠 행차?" "너 보구 싶어 온 건 아니다만." "알어 알어." "너두 좀 늙었다." "니가 더 늘거써." "후후 커피 한잔 하러 갈래?" "어쩔씨구리. 거기까지만." "결혼은 했지?" "하긴 했었지." 커피잔의 온기가 나름 도움이 되어준다. "나도 좀 묻자." "뭘?" "그날 내가 준 선물" "아 이거 늘 휴대해." "넌 날 못 잊은거구나." "아니 까맣게 잊었군. 오늘 리프레시중." "나 많이 좋아했지?" "과거원료형 메이비?" "너두 꽤 늘근네." "살만해 아직은." "잠깐 나 화장실 좀." "응" 보영이가 남자 화장실을 덮치고, 키스를 시도한다. "야 이건 당혹자네." 그냥 쓸어 안는다. 그 밤은 좀 자극.. 2022. 7. 10.
거북이 날다 떨어지는 중에 거북이가 쫓아 왔다. 거북이등에 내 날개. 하긴 내 날개는 아니지만. '넌 작으니 날개를 좀 빌려주련.' 물끄러미 거북이의 눈을 바라본다 울고 있는 건지 웃는 건지. 땅이 가까워진다. 부조리하다 꿈이다 꿈이어야 한다. 2022. 7. 9.
날개가 사라지다 자고 일어났는데 등에서 커다란 날개가 솟아났다. 병원에 가야 하나? 나는 천사족인가? 여튼 날갯짓을 해본다. 우와 본능적으로 사용법을 익혔다. 타다닥 타다닥 하늘로 떠오른다. 하늘을 활공하는데 너무 짜릿하다. 타다닥 타다닥 하던 날개가 사라진다. 낙하한다. 떨어지면 죽겠구나. 낙하산을 멜 걸 그랬다. 부조리하다 꿈이다 꿈이어야 한다. 2022. 7. 9.
땅콩버터 우리는 피크닉을 나왔다. 캠퍼스 교정 잔디밭. 김밥을 싸올까 하다가 간단하게 식빵 한 봉지와 땅콩 버터, 그리고 딸기쨈. "우와 나 땅콩 버터 엄청 좋아하는데." "난 딸기쨈이 더 좋은데." "넌 나랑 다르구나." "아니. 땅콩 버터두 좋아해." "후후 나두 딸기쨈두 좋아해." 한가로운 피크닉이다. 잔디밭에 누워서 빵을 먹으며 책을 읽는다. "무슨책 읽니?" "아 이거 옛날 책인데, 좁은문" "후후 너 그렇게 누워 있으니 다리 꽤 이쁘다." 보영이는 치마를 고쳐 잡는다. "좀 짧은 치마 입어 봤어." "눕는 건 좀 아니지 싶네." "어? 아 글치." 땅콩 버터 식빵을 두개 먹고, 키스를 하는데, 살짝 미끈미끈. 땅콩버터랑 딸기쨈을 섞으면 나름 맛날 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어날까?" "아.. 2022.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