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38 시랠랠래) 달빛그림자 달빛 그림자에 맺힌 내 모습 벼리수 너무 추워 보인다. 너무 추워 보였다. 한참을 응시한다. 응시했다. 아 오늘 시작이다. 내일인가. 어제인가. 그림자가 오그라 든다. 작은 점으로. 뚜껑을 덮어 버렸다. 희망이란 놈이 못나오게. 그래도 호기심에. 나온 건 반복되는 우울함. 잡아서 가둬야 하는데... 귀찮다. 오늘 밤에도. 기나긴 잔상이 남겠군. 2022. 1. 4. 시랠랠래 도토리묵 벼리수 탱글탱글하게 튀어오른다. 알싸하게 매운 양념. 오이를 냉큼. 갓향이 입에 번지니, 붕어를 하나 낚아야 겠다 싶다. 아니다. 찜 잘하는 집을 안다. 바람이 서늘하다. 삼춘이 부른다 "오늘은 안 잡힐거 같네. 그냥 가자." "잡을 수 있어요!" "가재두!" "네에" 도토리묵은 늘 맵고, 탱글탱글할 수록 좋다. 찌가 빨아들어갈 때의 그 쾌감처럼. 2022. 1. 3. 시랠랠래) 망연 망연 벼리수 흐느적거리는 담배연기속으로 눈에 뿌려지는 조명. 눈을 가렸다 먼 등대의 불빛. 손가락 사이로 뱅그르르 그냥 걸어서 걸어서, 다가서 보니, 세월이 다 지났네. 손에든 위스키 병으로 무지개를 만들었지. 커튼이 걷히고 처음 보는 숲속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이슬 한방울이 떨어질라 말락 혀를 내밀어. 담배에 찌든 폐를 씻어줄 테니. 혀를 내밀어 어디서 불어온 바람인 지 잎사귀가 찰랑 이슬은 이슬은 눈물로.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어. 엎어져 누워 흙내음속에 감기었네. 2022. 1. 2. 날개 다리미 닿은 느낌이 스팀에 눌린 바퀴벌레 같아졌소 제발 누르지 마시오. 검은 등딱지가 으깨어져 다리로 버티기를 포기하기로 하였소 제발 누르지 마시오. 신문지 뭉터기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소. 제발 때리지 마시오. 파리채로 때리는 것은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기분 좋았소. 그래도 때리지 마시오. 에프킬라를 뿌리는 것은 모독이오. 향수를 뿌려 주면 좋겠소 숨이 오르듯 내리듯 등이 깨졌건 말았건 향수를 뿌려 주면 더 좋겠소 이제는 다리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소. 으깨어져 버린 등딱지 속에는 더없이 투명한 날개가 있으니. 날아 오를테요. 아주 멀리 영원히. 날아 오를테요. 너무 머리 따뜻한 평화로. 2022. 1. 1. 닿을 수 없는 것 책상 앞에 않아 계속 아침 그 장면이 떠올랐다. 수린씨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을 지. 분명 날 알아 보았으니, 잊은 건 아니다. 나도 잊지 않았으니깐. '에이 뭐 동선이 비슷하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 나는 딱 그 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을 타기로 결심. 안 되겠다. 토요일,일요일도 동원해 봐야 겠다. 오늘은 노오란 비치는 원피스를 입어본다. '제에발 오늘.' '그럼 그렇지.' '제기랄 그의 옆에 여자가 있다. 연보라다' '잘 어울린다.' 좀 창피해서 사알짝 일어나 제일 가장자리 문 앞에선다. '빨리 열려라...' "휴 다행." "저어기.. 지은아." 도망치고 싶다. 돌아본다. "언니 정말 오랜만." 수지다 "완죤 그대로. 왕이쁨." "어? 어~" "오빠 너 수상해." "아냐 아냐~" "아니긴... 난 빠.. 2021. 12. 29. 닿을 수 없는 것 "저저 혹시 지은씨?" "네에?"슬쪽 돌아본다. "아... 수린씨..." "맞군요." "네 오랜만이요. 3년여." "아 그냥 지나가시게에 반가워서." "네 저도 반가워요." "저 지하철이." "아 전 내린 거예요." "그럼" 돌아서 가는데, 키도 나름, 수트도, 고급져 보이고. '에이 몰랑.' 2021. 12. 28.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