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현재279 시랠랠래 핏무덤 벼리수 팔뚝 베인 상처에 바람이 스며들었다. 아킬리스 건이 도려져 잘리니 들리지 않는다. 대지에 누워 땅을 응시한다 높은 담벼락이 둘러쳐지자 핏무덤이 뭉개솟다. 곱추마냥 기어서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참이슬에 보름달빵을 먹는다 다시는 세상에 구걸하지 않겠다. 등위의 핏무덤을 잘라 낸다. 2022. 1. 9. 오뎅탕 전 오뎅탕을 즐기지 않습니다만. 그냥 추울때 야외에서 길에서 먹는 오뎅은 조아하지만서두. 꼬맹이들이 그런 맛을 안 좋아합니다. 집에서 끓이는 오뎅탕/국은 약 3-4인분 분량이지요. 전 안주로도 오뎅탕은 별반... 자꾸 예전 인천 부평역에서 애비랑 소주 종이컵 하나에 오뎅 한개 이 생각이 나서... 애비는 정말 같은 막차를 탔었을까? 아님, 30분을 저러구 추워하셨을까.... 접어 두기로 하지오. 여튼 애비랑 저는 포장마차에서 또 만납니다. "야 오늘은 아빠가 안주 고를께." "네에." "추운데, 그냥갈까?" "소주 땄는데...." "오늘 뭐가 좋아요?" 단골 포차 아짐은 뭔 뜻인 지 안다... "알아서 줄께." 아바이는 오늘 주머니가 녹녹치 않은거다. '아빠 저 주머니에 돈 좀 많은데.... 내일 여친이.. 2022. 1. 4. 시랠랠래) 달빛그림자 달빛 그림자에 맺힌 내 모습 벼리수 너무 추워 보인다. 너무 추워 보였다. 한참을 응시한다. 응시했다. 아 오늘 시작이다. 내일인가. 어제인가. 그림자가 오그라 든다. 작은 점으로. 뚜껑을 덮어 버렸다. 희망이란 놈이 못나오게. 그래도 호기심에. 나온 건 반복되는 우울함. 잡아서 가둬야 하는데... 귀찮다. 오늘 밤에도. 기나긴 잔상이 남겠군. 2022. 1. 4. 시랠랠래 도토리묵 벼리수 탱글탱글하게 튀어오른다. 알싸하게 매운 양념. 오이를 냉큼. 갓향이 입에 번지니, 붕어를 하나 낚아야 겠다 싶다. 아니다. 찜 잘하는 집을 안다. 바람이 서늘하다. 삼춘이 부른다 "오늘은 안 잡힐거 같네. 그냥 가자." "잡을 수 있어요!" "가재두!" "네에" 도토리묵은 늘 맵고, 탱글탱글할 수록 좋다. 찌가 빨아들어갈 때의 그 쾌감처럼. 2022. 1. 3. 시랠랠래) 망연 망연 벼리수 흐느적거리는 담배연기속으로 눈에 뿌려지는 조명. 눈을 가렸다 먼 등대의 불빛. 손가락 사이로 뱅그르르 그냥 걸어서 걸어서, 다가서 보니, 세월이 다 지났네. 손에든 위스키 병으로 무지개를 만들었지. 커튼이 걷히고 처음 보는 숲속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이슬 한방울이 떨어질라 말락 혀를 내밀어. 담배에 찌든 폐를 씻어줄 테니. 혀를 내밀어 어디서 불어온 바람인 지 잎사귀가 찰랑 이슬은 이슬은 눈물로.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어. 엎어져 누워 흙내음속에 감기었네. 2022. 1. 2. 날개 다리미 닿은 느낌이 스팀에 눌린 바퀴벌레 같아졌소 제발 누르지 마시오. 검은 등딱지가 으깨어져 다리로 버티기를 포기하기로 하였소 제발 누르지 마시오. 신문지 뭉터기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소. 제발 때리지 마시오. 파리채로 때리는 것은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기분 좋았소. 그래도 때리지 마시오. 에프킬라를 뿌리는 것은 모독이오. 향수를 뿌려 주면 좋겠소 숨이 오르듯 내리듯 등이 깨졌건 말았건 향수를 뿌려 주면 더 좋겠소 이제는 다리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소. 으깨어져 버린 등딱지 속에는 더없이 투명한 날개가 있으니. 날아 오를테요. 아주 멀리 영원히. 날아 오를테요. 너무 머리 따뜻한 평화로. 2022. 1. 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47 다음